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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편 ; 홍성 사운고택

1. 들어가며 서해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 고향과 서울을 오가는 길을 화성에서 예산까지의 619번 지방도를 주로 이용하였다. 예산을 거처 645번 지방도를 통하여 인주를 거치고, 아산방조제를 지나 평택에 들어서는 이 길은 여간 막히는 것이 아니었으나 그 길만이 귀경하는 외통수 길을 비켜 올라갈 수 있어 한참동안이나 이용하였다. 이제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왠만하게 뚫리어 619번 지방도를 달리는 일이 없어졌는데, 모처럼 이 길을 달리면서 눈길을 주었던 곳곳이 변하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몇 년전 가을인가 총동창회 플랭카드가 휘날렸던 장곡초등학교 반계분교는, 언제 폐교가 되었는지 썰렁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보게 되니 헛헛한 느낌이 온몸으로 전율이 되어 감기는 것 같다. 이 619번 지방도는 조선시대에는..

제123편 ; 미산 평라리 선사 유적

1. 들어가며 보령댐이 수몰되기 이전에 그 그 지역의 유적에 대한 발굴조사가 충북대, 이화대, 공주대를 중심으로 협력 발굴작업이 이루어졌었다. 주요 유적지로는 평라리를 중심으로 한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 유적과, 용수리를 중심으로 한 천방사지 유적과 도요지 발굴이 중심이 되었다. 평라리 선사유적은 기원전 2500년경부터 멀리는 기원전 6세기경까지 올려볼 수 있는 흔적으로 이 지역에 고조선시대에도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용수리의 천방사 절터 유적은 양각산 아래 천개의 방을 가진 절이라는 이름에서 따온 것에 알수 있을 듯이 백제 후기에 세워진 성주사와 함께 절의 세력이 상당하였음을 추정할 수 있다. 그 곳에서 나온 기와편과 도요지에 의해 이 절이 고려시대(영흥사)를 거쳐 조선시대에까지 번영을..

보령의 산(제21편 ; 월명산)

1. 들어가며 월명산(해발 543.2m)은 부여땅 내산면과 접한 보령의 산이다. 대부분 인터넷 자료에는 부여의 산으로 기록된 것들이 수두룩하고, 등산로도 내산면 천보산 자락 상천저수지에서 월명산을 거쳐 아미산 장군봉(해발 598m)과 정상(해발 638.5m)을 찍고, 외산면 수리바위로 하산하는 경로를 추천하고 있었다. 여기서는 보령의 산을 돌아보는 것이 목적이기에 보령쪽에서 오르는 등산로를 선택하기로 하였다. 월명산 아래 미산면 도흥리는 보령땅 중에서도 아주 깊은 골짜기이다. 보령댐으로 수몰된 평라리에서도 한참이나 들어가서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마을로, 신작로가 끝나는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미산과 월명산으로 둘러싸인 백제 골짜기는 여름에는 휴양지로 피서객들이 몰려오는 유원지 노릇을 톡톡히 하는..

보령의 산 2021.06.07

토룡의 변(土龍의 辨)

어디를 가던 길이냐고 묻진 않으마. 지나온 흔적마저 화석이 되어 논두렁에 멈춰버린 너의 나신(裸身)이 검은 가죽만 남긴 채 풀냄새 흙 내음마저도 느끼지 못하고 하늘의 빗소리만 기다리누나. 건너편 물 대인 논에는 백로의 긴 주둥이가 널 기다리고 트랙터의 뒷바퀴가 거대할진대 잠깐 내린 여우비에 온 세상이 네 세상인 양 그 길을 꼭 건너야만 했단 말이냐? 박제되어 꼬부라진 너의 몸뚱이를 누가 기억해 준단 말이냐?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노란 유채꽃 이파리만이 지렁이의 주검 위로 무심하게 흩날릴 뿐이다. * '작가와 문학 제19호' 기고 작

서정시 2021.05.22

한내천

갈대는 바람을 탄다. 수줍은 듯 서석거리며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바람이 없으면 없는 대로 눈길을 한 곳으로 한다. 여울은 구름을 탄다. 뛰어가는 듯 재잘거리며 구름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구름이 없으면 없는 대로 발길을 한 곳으로 한다. 바람이 숨을 쉬면 개개비들의 놀이터가 되고 구름이 그늘이 되면 피라미들의 춤사위가 시작된다. 한내천 여울물 은빛 파도를 헤치며 궁둥이를 하늘로 자맥질하는 물오리의 주둥이엔 물이끼가 未完의 詩가 묻어난다. * 한내천 ; 보령시 중심을 흐르는 지방하천 대천천의 옛 이름 * '작가와 문학 제19호' 기고 작

서정시 2021.05.22

제122편 ; 잔미산 봉수대

1. 들어가며 옥미봉 봉수대지를 답사하기 전까지는 몇가지 잘못 된 인식을 하였었다. 남포면 읍내리에서 성주면 개화리로 넘어가는 말재(馬峙)를 경유하여 봉화산에 오르니, 봉화산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을만한 지리적, 지형적인 환경이 아니었다. 정상 부위가 너무 협소하고 외부를 전망하기에는 부적당하여 의구심을 가지고 산행길을 재촉하였는데, 봉수대의 위치는 잔미산 정상에 위치함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옥미봉 봉수대지(玉眉峯 烽燧臺地)'라 명기 된 기록을 보면서 옥미봉(玉眉峯)을 옥마봉(玉馬峯)과 같은 지명으로 생각하고, 대부분 봉수대가 위치한 지명이 봉화산,봉수산,봉대산 등의 이름으로 남아 내려오기에 옥미봉 봉수대를 봉화산에 있을 것으로 짐작부터 인식을 하여 오류를 범하게 되었던 것이다. 잔미산은 해발 417..

보령의 산 (제20편 ; 봉화산과 잔미산)

1. 들어가며 석가탄신일을 맞아 오전에 절에 다녀오고 날씨가 좋아 오후에 산으로 향하였다. 원래는 바래기재 정상에서 부터 옥마산 줄기를 따라 웅천읍 대천리까지 종주를 하고 싶었지만 체력적으로 과할 것 같아 두 구간으로 나누어, 오늘은 남포면 읍내리의 말재고개에서 능선부에 올라 서쪽 능선을 따라 봉수산(해발 329m)과 잔미산(해발 417m)을 경유하여 웅천으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애마를 남포읍성 부근 마을 주차장에 주차시키고, 21번 국도 밑 지하차도를 통하여 뒷골 동네로 들어서서 말재(馬峙)고개의 입구 등산로로 들어섰다. 옛날에는 개화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골짜기길로 되어 있었겠지만, 지금은 능선길을 통하여 등산로가 형성이 되어 있다. 한적한 길을 걷다보니 오월이 되어 제법 신록이 우거져 숲 안..

보령의 산 2021.05.19

보령의 산(제19편 ; 성주산 왕자봉)

1. 들어가며 성주산은 보령지역의 동북에서 남서쪽으로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긴 산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산줄기는 성태산에서 문봉산, 성주산 장군봉, 성주산 왕자봉(해발 510.5m), 옥마산, 봉화산, 잔미산을 아우르며 통괄하여 성주산이라고 이른다. 산행인들에게는 금북정맥의 일주 코스로 청라의 스므티 고개에서 백월산을 포함하여 성태산으로 연결하고 성주지맥을 연결하여 웅천의 화락산까지 산행을 몇 구간으로 나누어 하기도 한다. 나도 젊었을적의 호기로 성주터널에서 부터 장군봉까지 산행을 하려다 미수에 그친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등산로도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기도 하였지만 워낙 긴 코스였기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제는 꼭 산행을 돌파식으로 할 것이 없기에 서너시간 즐기는 것으로 만족을 한다. 봄날에 잦은 ..

보령의 산 2021.05.01

보령의 산 (제18편 ; 성주산 장군봉과 문봉산)

1. 들어가며 성주산(해발 680m)은 보령의 주요 명산이다. 성주산은 신라시대 문성왕으로 부터 숭엄산(崇嚴山)으로 직접 산이름을 하사 받았으나, 성주사가 있는 산이라 하여, 혹은 성스런 주인 무염스님이 기거하는 산이라 하여 성주산으로 불리게 된 역사속의 명산이다. 나이가 조금 들고는 일년에 한두 번 성주산에 들렸으니 개략 잡아도 한 스므번은 장군봉에 올랐을 것 같다. 그만큼 장군봉에 올라 넓게 펼쳐진 고을과 골짜기를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키면 내 안방과도 같은 포근함을 느끼게 하여 자주 찾게 되었다. 봄날 사나흘간 밭에서 쇠스랑질을 하다 보니 온몸이 찌브드하여 베낭을 들쳐메고 집을 나섰다. 성주산을 오르는 등산로로는 청라 의평리에서, 은선동 골짜기에서, 그리고 월티저수지에서 늦은목고개로 오르는 방법과..

보령의 산 2021.04.21

보령의 산(제17편 ; 대정산과 안산)

1. 들어가며 대정산(해발259m)은 청라의 장현리와 화성의 화암리에 걸쳐 군계를 이루고 있으며, 다락골 성지의 뒷산이 된다. 이 등산로는 백월산과 오서산을 잇는 금북정맥 11구간을 산행하는 등산인의 발자취로 제법 등산로가 뚜렷하다. 아쉬운 점은 청양쪽에서는 금북정맥의 등산로에 이정표 팻말을 세워 놓았지만, 보령쪽에 들어서는 구간에는 이정표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 등산객이 매어놓은 띠지를 잘 따라가야 한다. 귀학송 버스정류장(위현)에 차를 세우고 금정도의 용곡역과 보령의 청연역을 파발마로 달렸던 길을 걸어서 우수고개에 올랐다. 보령쪽의 도로는 2차선 아스팔트길이만 청양쪽은 아직도 콘크리트 포장의 1차선으로 좁아진다. 얼마전에는 없었던 도로옆 측량표시의 빨간 깃발이 여기저기 꽂혀 있는 것이 아마 곧 ..

보령의 산 2021.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