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산

보령의 산 (제20편 ; 봉화산과 잔미산)

푸른나귀 2021. 5. 19. 20:32

1. 들어가며

 

  석가탄신일을 맞아 오전에 절에 다녀오고 날씨가 좋아 오후에 산으로 향하였다.

 원래는 바래기재 정상에서 부터 옥마산 줄기를 따라 웅천읍 대천리까지 종주를 하고 싶었지만 체력적으로 과할 것 같아 두 구간으로 나누어, 오늘은 남포면 읍내리의 말재고개에서 능선부에 올라 서쪽 능선을 따라 봉수산(해발 329m)과 잔미산(해발 417m)을 경유하여 웅천으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애마를 남포읍성 부근 마을 주차장에 주차시키고, 21번 국도 밑 지하차도를 통하여 뒷골 동네로 들어서서 말재(馬峙)고개의 입구 등산로로 들어섰다. 옛날에는 개화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골짜기길로 되어 있었겠지만, 지금은 능선길을 통하여 등산로가 형성이 되어 있다. 한적한 길을 걷다보니 오월이 되어 제법 신록이 우거져 숲 안쪽이 잘 보이지 않는다. 

 숨을 고르며 돌고 돌아 고갯길을 오르는데 나뭇잎 사이로 누군가 바위에 앉아 사색에 잠긴 형상이 보이길래 가까히 다가서니 돌탑이다. 저 돌탑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사색에 잠겨보고 싶은 충동이 잠시 일었으나 가던 발길을 재촉한다.

 말재 정상으로 들어서는 말랭이길이 꼭 성문을 통과하는 듯한 서늘한 기운이 돈다.

 말재 정상에서 바래기재의 옥마정에서 부터 근래에 개통된 임도를 따라 이곳까지 온 산행인을 만났는데 약 두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다음번 옥마산 능선길로의 산행에 참조가 되었다.

 말재 정상에는 수령이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제단이 설치 되어있어 어느 땐가는 이 지역 민초들이 안녕과 기복을 위한 영험한 기원의 장소로 유지 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겠다. 우측으로 봉화산을 향해 오르는 등산로로 들어서면 해발 300m에서 350m를 오르내리는 능선길이 계속 되는데 수목이 울창하여 외부 전경을 구경할 수가 없다. 오늘의 날씨가 한 여름에 버금갈 정도인데도 산바람이 적당히 불어오고 나뭇잎이 햇빛을 가려주어 땀을 식혀주기에 혼자하는 산행이지만 그다지 힘듬을 느끼지 못한다. 

 봉화산 정상에 올라 봉수대를 찾아 보았는데 보이질 않는다. 이번 산행에서 그동안 봉화산에 봉수대가 있을 것이라고 잘못 인식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봉화산 정상은 부지가 협소하여 이정표가 봉화산 정상 표지석을 대신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봉화산에서 내리막길을 향하다보니 수부리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있고 좀 더 지나니 이어니재로 내려가는 이정표를 만난다. 수부리와 남포현을 잇던 새아니 고개(沙峴)의 위치가 수부리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있는 고개일텐데 남포쪽으로 내려가는 고갯길은 아마 사람이 다니지 않아 없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며, 잔미산 아래 이어니재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사현고개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가 생각이 든다. 

 이어니재 이정표에서 잔미산으로 오르는 길에 드디어 외부 전경을 전망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남포방조제와 죽도가 보인다. 잔미산 정상에 올라서야 봉수대가 여기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봉수대 부근으로 여기저기 봉수대를 형성하였던 돌무더기들이 산재하여 있음을 보게 되었다. '옥미봉 봉수대'의 위치가 여기에 있음으로 옥미봉이라는 지명이 잔미산을 예전에 옥미봉으로 불리웠는지, 혹은 옥마봉을 옥미봉으로 불리웠는지 궁금하다. 

 여기서 잔미산의 어원을 살펴보면, '잣뫼'라는 옛말에서 유래된 말로 '잣'은 성(城)을 나타내고 '뫼'는 산(山)의 순수 우리말로 '성이 있는 산'을 의미한다. 즉, 잔미산은 '잣뫼산'이라 불리다가 음운의 순화과정을 거치면서 잔미산으로 변형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본다. 

 

 잔미산 정상에서 한참을 휴식하고 대천리를 향하여 능선길의 내리막을 향하였다. 잔미산에서 대천리까지는 3.6km로 완만하면서 오르내리길 여러 차례 하였다. 헬기장 주위에 고사리들이 한창 피어 한 주먹 꺽어보는 맛까지 보았다.

 대천리로 내려가는 급경사는 해발 300m에서 급격하게 고도를 낮추기에 상당히 가파르게 느껴진다. 아마 세시간이 넘는 산행길에 다리가 풀려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구웅천에서 버스를 타고 남포읍성에 내려 차를 세워둔 곳까지 걸어가다 보니 보령읍성의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읍성의 복원이 고증자료에 걸맛는 진행으로 시민들의 공간으로 돌아오길 기원하며 산행을 마쳤다.

  

 

2. 산행길 여정

 

    @ 산행출발 및 도착점 ; 남포면 읍내리 444, 마을 주차장

    @ 봉화산 진입 지점 ; 남포면 읍내리 431, 국도 21번 자동차 전용도로 건너편

    @ 잔미산 하산 지점 ; 웅천읍 대천리 181-8, 지방도 606번 도로변

 

     5월 19일 13;40 읍내리 노인회관 주차장 ▶ 13;45 옥마봉 말재 등산로 입구 ▶ 14;10 말재 정상(우) ▶ 14;15 삼각지점( 해발 317m) ▶ 15;00 봉화산 정상(해발 329m) ▶ 15;15 수부리 분기점(직) ▶ 15;30 이어니재 분기점(직)  ▶ 15;40 잔미산 정상(해발 417m) ▶17;10 대천리 하산 ▶ 17;25 구웅천 버스 탑승 ▶ 17;35 남포읍성 하차 ▶ 17;40 원점 회귀

 

    @ 옥마봉의 유래

 

     신라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이 성주사 주지와 신라의 국운을 상의하고 귀향하던 중 옥마산 부근에 머무르고 있을 때, 한 필의 옥마가 나타나 왕의 앞길을 막고 방해하여 장수가 화살을 쏘았는데,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지않고 하늘 높이 치솟다가 북쪽 방향으로 사라졌다.

 그 후 경순왕은 옥마의 악몽에 시달려 고려에 항복 하였다하여 경순왕의 갈림길을 시험한 옥마가 죽은 지역이라 하여 옥마봉이라 부른다.(말재 고개 정상의 안내표지판 발췌)

 

   @ 옥마봉 말재 등산로 입구

   @ 말재 등산로 옆 바위 위의 돌탑

   @ 말재 정상 말랭이 

   @ 말재 정상의 느티나무 (제단이 형성되어 예전에 서낭당 나무 역활을 하였나보다.)

   @ 등산로 지명 유래 안내판

   @ 봉화산 정상 (해발 329m)

   @ 수부리로 내려가는 분기점

   @ 이어니재로 내려가는 분기점 

   @ 잔미산으로 오르는 길의 남포방조제 전경

   @ 잔미산 정상 봉화대

   @ 잔미산 정상 표지석 (해발 417m)

   @ 잔미산 봉수대 참호의 흔적

   @ 웅천 대천리 하산 지점의 등산 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