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산

보령의 산(제19편 ; 성주산 왕자봉)

푸른나귀 2021. 5. 1. 18:34

1. 들어가며

 

   성주산은 보령지역의 동북에서 남서쪽으로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긴 산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산줄기는 성태산에서 문봉산, 성주산 장군봉, 성주산 왕자봉(해발 510.5m), 옥마산, 봉화산, 잔미산을 아우르며 통괄하여 성주산이라고 이른다.

 산행인들에게는 금북정맥의 일주 코스로 청라의 스므티 고개에서 백월산을 포함하여 성태산으로 연결하고 성주지맥을 연결하여 웅천의 화락산까지 산행을 몇 구간으로 나누어 하기도 한다. 나도 젊었을적의 호기로 성주터널에서 부터 장군봉까지 산행을 하려다 미수에 그친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등산로도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기도 하였지만 워낙 긴 코스였기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제는 꼭 산행을 돌파식으로 할 것이 없기에 서너시간 즐기는 것으로 만족을 한다.

 봄날에 잦은 바람과 비로 밭일을 하기가 불편하여 늦게 산으로 향하였다. 엊그제 장군봉을 다녀왔으니 왕자봉을 한바퀴 둘러보고자 성주터널을 지나 전망대쪽으로 핸들을 꺽었다. 바래미재의 중간부분에서 우측 산능선을 타고 왕자봉을 거쳐 옥마정과 일출전망대를 들러 회귀하는 코스를 잡아 가사골을 한바퀴 도는 산행로를 택하였다.

 

 성주터널이 뚫리기 이전에는 성주나 미산에서 대천으로 나오려면 꼭 이 바래미 고개를 넘어야 했다. 굳이 평탄한 길로 가자하면 성주천을 따라 미산을 거쳐 웅천으로 돌아도 이어니재를 넘어야 하는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기에 어려워도 이 고개를 넘어야 했다. 성주에서 무연탄이 개발 되면서 더욱 통행량이 늘어나면서 도로가 넓혀지기는 하였지만, 차량사고가 번번히 나면서 악명이 높은 고개로 치부되어 광산과 관련된 사람들은 이 고개를 '오카브 고개(커브가 많은 고개)'로 불리기도 하였다. 광업소 관련한 사람들은 차량통행의 불안을 타개하기 위해서 성주에서 옥마역까지 터널을 뚫어 갱차를 이용한 무연탄의 운반을 강구하였으나 그마저도 터널속에서 갱차의 이탈 등 사고가 발생하면 수 일동안 운송이 불가하게 되어 바래미 고개를 통한 무연탄의 운송은 그 후에도 계속되었다.

 성주터널이 개통되고 한결 쉽고 편한 교통 생활권이 되어, 바래미재는 이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지만 그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도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

 

 바래미재의 중턱에 차량을 주차시키고 우측의 산길로 접어들었다. 비가 온 뒤라 휴일이지만 산행인은 보이지 않는다. 장우산을 지팡이 삼아 집고 오르니 한결 발걸음이 가볍다. 이정표를 쫒아 제법 산행객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 등산로가 확연하다. 등산로 옆에 성주산 생태복원사업을 행한 안내판이 서 있는데, 90년대 오석채취로 절개된 부분을 생태적 복원사업을 시행한 내용이 적혀 있다. 성주산 일원에 보이는 석탄개발과 함께 오석 채취도 보령지역의 산하를 훼손한 주 원인이 되었고, 치유를 향해 세월의 인고에 기다림만이 있을뿐이다. 어찌보면 일제시대와 해방초기의 송진 채취 흔적의 소나무가 아품을 치유하면서 보낸 시간이 80여년이 지났어도 곳곳에 남아 있는데, 오석과 석탄의 채취 흔적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완전하게 치유될 수 있을런지 염려스럽다.

 

 가사골에서 백제고개로 넘어가는 임도의 고갯마루에 도착하여 다리쉼을 하고 능선길을 다시 타면 장군봉과 왕자봉의 갈래길이 나온다. 좌측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돌탑이 세워진 왕자봉이 나온다. 북사면으로는 화산동이며 서사면으로는 한내여중의 방향이다. 왕자봉에는 지역 산악회에서 세운 표지석이 있는데 해발 513m로 표기되어 있다. 지도에는 510.5m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 또한 혼란스럽게 생각이 들기도 하고, 왕자봉의 표지석을 바라보노라니 씁쓸한 마음이 한구석에 남는다. 명색이 보령지역은 돌문화사업이 예전부터 전국적으로 유명한데, 일개 서민들의 묘비 보다도 나을 것이 없어 보이는 표지석을 세워놓야만 하는지 의문스럽다.

 보령지역에 산이나 봉이라는 명칭이 붙어있는 산이 30여개에 이르는데 정상표지석 다운 표지석은 10여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산 봉우리는 산행객이면 누구나 사진 한장 이상은 찍고 내려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정상 표지석 앞에서의 한컷은 그 고장의 명소를 소개하는 중요한 광고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사진들은 개인의 소장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의해 언제, 어디서나 그 지역을 소개하는 큰 스토리텔링의 주제가 되는 것이다.

 작품성이 돋아나는 정상 표지석 한개가 해당 지자체를 소개하는 효과가  지대하다고 볼 수 있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구나 석가공 사업과 돌문화에 관심이 많은 우리지역의 특성을 감안 한다면 2~30여개의 정상 표지석에 투자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구름에 덮인 시가지를 바라보며 내리막길을 걸어 바래미재 정상으로 내려왔다. 옥마정을 거쳐 근간에 조성된 일출봉을 거치고 바래미재의 고개를 천천히 걸으면서 오십여년 전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외산 무량사의 고모네집을 가던 시외버스 속의 나를 기억해 본다. 첩첩산중 까마득한 고갯길과 웅천천 계곡을 꺽어서 돌고돌아 덜컹거리며 먼지 뽀얗게 달리던 그 버스가 기억에 생생하다. 

  

 

2. 산행길 여정

 

    @ 산행 출발 및 도착 지점 ; 보령시 성주면 성주리 산 37-2 (바래미 고개 중턱)

 

       5월1일 14;40 덕수농장 앞 출발 ▶ 14;50 왕자봉,성주쉼터 이정표(좌) ▶ 15;20 청라,성주 임도 고갯마루 ▶ 15;27 장군봉, 왕자봉 삼거리(좌) ▶ 15;40 왕자봉 정상(해발 513m) ▶ 16;00 바래미재 정상 ▶ 16;10 옥마정, 일출 전망대 ▶ 16;30 원점 회귀 

 

    @ 바래미재 중턱 왕자봉 진입로

   @ 왕자봉 등산로 표지판

   @ 등사로 옆 오석채취 광산 생태복원 현장

   @ 왕자봉을 향하는 등산로(생태복원 현장 옆)

   @ 가사골과 백제고개를 연결하는 임도

   @ 왕자봉 정상 돌탑

   @ 왕자봉 정상(해발 513m)

    @ 왕자봉에서 바라본 대천시가지

   @ 80여년 전의 아픔을 치유중인 소나무(우산의 길이로 볼때 직경 6~70cm 정도) 

    @ 바래미 고개 정상(한쪽으로 조형물이 근간에 세워졌다.)

    @ 시가지와 서해를 조망할 수 있는 옥마정

    @ 옥마정 반대편에 근간에 세워진 일출 전망대

   @ 예전 차량이 오르내리던 바래미재(오카~브 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