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에게... 그곳을 오며 가며 흘낏 그 동네를 훔쳐보고는 지나치기를 수없이 했는데 정작 발길을 멈추고 전화한통 때리기가 힘들었다오... 그냥 먼발치에서 잘살고 있겠지 오순도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겠지 행복한 울타리를 만들어 가고 있겠지 핸들을 꼭잡고 엑셀레이터에 힘을 주었답니다... 지나.. 서정시 2008.03.04
이름없는 석불 예찬... 이름없는 석불 예찬... 신라 법흥왕시절... 북쪽의 고구려에서 밀려오는 불교의힘에 토속신앙속의 민중들은 경외로움을 느꼈다. 異次頓(이차돈)의 목에서 우유빛 핏물이 뻗치고, 컴컴해진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니 순박한 이땅의 민중들은 불교의힘에 고개숙였다... 일천 오백여년전 신라.. 서정시 2008.02.09
自欺欺人... 한해의 끄트머리 어느날 동해바다를 보고 싶었다. 올해 첫날 수많은 인파들이 떠오르는 태양의 기를 한껏 받으려 발돋음 하였을 하조대의 좁은 바위엔 적막함만 흘렀다. 발밑으로 몰려와 부딪치는 검푸른 파도의 하얀 포말과, 억센 소금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버티어온 소나무, 두 날개에.. 서정시 2007.12.31
흔들리는 城... 휘황한 밤거리를 불빛쫓아 헤메이는 나는야 불나방... 내 태어난곳이 어드메고 내 쉴곳이 어드메뇨??? 나는야 날개 부러진 불나비... 멋진 羽化에서 왕자로 태어난줄 알았더니 털복숭이 누런날개 달고 머슴으로 탈색된 나는야 불나방... 제 한몸 아낌없이 불속에 던질줄 아는 미련한 불나방 가없은 불나.. 서정시 2007.12.22
을지로4가역에서... 密雲不雨(밀운불우)... 을지로4가역에서... 보루박스 한장깔고 전봇대와 가로등사이 담요한장 푹 뒤집어쓴 높다랗게 펄럭이는 집없는 나그네에게 대선후보자의 플랭카드에 흘깃 눈길이 간다. 흠칫 눈길이 간다. 세월의 무게속에 엊저녁까지만 해도 시커멓게 타버린 제 잘남보다 우중중한 얼굴이 네 못.. 서정시 2007.12.19
한잔술... 덜~커덩 덜커~덩... 꾸~벅~ 꾸~벅~ 다음역은 신도림 신도림 종합운동장이나이나 문래...까치산 가실분은... 휘황한 불빛을 쫓아 비틀거리며 내 인생 자괘하면서 신도림의 지하를 헤매인다... 인생이란 그런것 인생이란 그런것... 내나이 오십넘어 인생을 알듯도 하고 모르는듯도 한데 알쏭달쏭 하기만 하.. 서정시 2007.12.13
그 섬에 가고 싶다... 창밖 앙상한 나뭇가지엔 찬바람이 얹혀지고 앞산 소나무숲 곁으로 석양노을이 흘러간다. 그해 여름날 내 청춘 실어 찾아갔던곳 仙 游 島... 해조음 얹힌 바닷바람 수평선까지 퍼지던 매밋소리 통키타 위로 오가던 막걸리... 그 섬에 가고 싶다. 문득 그섬의 겨울을 보고 싶다... 서정시 2007.11.29
晩秋... 늙은 은행나무의 노오란 이파리와 벗나무 잎새의 붉그스레함이 잣나무의 푸르름과 어우러져 江都의 저녁나절의 고즈녁함을 기억하게 한다. 살포시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단풍의 어여쁜손을 간지럽히고 저녁 노을진 앞동산 너머로 달려간다. 담쟁이넝쿨로 휘감긴 오래된 저택의 그림이 어울져 깊어가.. 서정시 2007.11.10
가을無想... 에머랄드빛 하늘에 하얀구름 한 조각 붉게 물들어 가는 산자락에 바람 한점 감아 돈다... 누런 황금 벌판을 쓰러트리며 지나가는 하얀 콤바인 푸른 채마밭에 구부려 젖은땀 닦아내는 아낙의 검은 얼굴에서 가을은 영글어 간다... 철조망 건너 강하구 갯벌을 헤집는 수천마리 철새들의 아우성 나락 스러.. 서정시 2007.10.15
뒷동산에서... 조용하고 아늑한 숲속 언덕배기 작은 무덤엔 뉘가 누워있는지 잔듸 마당으로 낙엽이 뒹군다. 뒷편 산자락 은사시나무 이파리에 솔바람이 걸치고 앞쪽 풀섶 하얀갈대 바람에 손짓하며 곱게 물들어 하늘거리는 단풍의 손짓속에 가을이 떠나감을 아려오는 갈하늘에 아쉬움을 뛰워 보낸다... *** 강화섬 어느 언덕배기에서...*** 서정시 2007.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