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해뜰녘부터 가녀린 목 길게 빼고 온종일 님을 쫓아 벌 나비의 유희에도 아랑곳 하지 않더니만 님께서 나몰라라 숨어버리니 별빛에 달빛에 님 향한 일편단심 들켜버린 아가씨 마음 고개숙여 수줍어 하더라 서정시 2014.08.18
황룡골의 저녁노을... 두어시간 달려와 황룡골에 자리하면 푸근함에 마음이 내려 앉아 미산 막걸리 한잔이 천국이다.... 귀뚜리가 궁중악을 연주하고 창가의 코스모스 하늘거리며 나비인체 둥실 거린다... 에혀~ 내 가슴속 욕망 하나 비워내야 이 어여쁜 저녁노을 채위지리.... 서정시 2014.08.06
제비... 월미도 선착장엔 보슬비가 내린다 연락선을 쫒아 새우깡을 받아 먹던 갈매기들은 어디가고 잔잔해진 바닷물결 위로 제비가 스쳐 날아간다. 몇해만이던가??? 날렵한 맵시의 검은 신사를 못본지 수 해 된 것 같은데 예서 이렇게 볼 수 있다니... 삶에 지쳐 童心을 잃고 기억을 잊다보니 .. 서정시 2014.07.12
영안실에서... 하얀 국화꽃 다발속에 낯익었던 얼굴이 웃고 있다. 내 젊던 시절 같이 벌어 함게 살자고 했던 그 양반 국화향 속에 뭍여 있다. 신혼살림 월셋방으로 전국을 돌아 다니며 작업현장 밤낮없이 뛰었었는데 이젠 이 고생 안해도 나는 먹고 살수 있다고 어느날 갑자기 삶의 터를 정리 해 버리더.. 서정시 2013.10.23
탈출... 휘몰이치는 일상에서 살짝 벗어나보면 옛일이 생각난다... 중국집 고량주 한잔에 불콰진 얼굴을 바라보며 앳된 웃음짓던 친구가 생각나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나를 향한 미움을 토해냈을 그 친구도 생각이 난다... 앞이 안보이고 움직일수는 없어도 손주 장가들때까지는 살아야겠다던 .. 서정시 2013.07.19
황소걸음... 황소걸음 뚜벅뚜벅, 타박타박. 터벅터벅... 중고 오토바이 타달타달, 투덜투덜, 터덜터덜... 굼벵이걸음 느릿느릿, 느기적느기적, 능기적능기적... 똥마려운 걸음 어깃어깃, 어기적어기적, 엉기적엉기적, 밍기적밍기적... 중늙은이 걸음 사브작사브작, 흐느적흐느적, 하느적하느적... 우리.. 서정시 2013.04.03
고인돌... 고인돌... 단군왕검이 개천하기도 전 이곳엔 이땅을 기대어 살던 이들이 있었다 돌을 깨어 도끼를 만들고 지렛대를 사용해 짐을 옮기던 우리 조상들이 이땅에 살고 있었다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접어들던 오천년도 넘는 오랜 예전에 반 만년전이란 저 건너편에 그들은 이곳에서 그.. 서정시 2013.02.13
가을... 가랑잎이 뒹군다... 바스러진 내 육신처럼 포도에 뒹군다... 치매걸린 마눌을 목졸리운 사내의 마음처럼 찬바람에 이리저리 흐날린다... 잘 살게 해주겠다고 나를 찍어달라 호소하는 위정자들의 목청도 가랑잎 되어 스산해진다... 가랑잎이 뒹군다... 허물어져가는 내 마음처럼 가을속으로.. 서정시 2012.11.01
들깨꽃... 이른 아침 부스한 모습으로 텃밭에 나가보니 여릿한 안개 사이로 찬서리 내린줄 알았어라 창가 비춘 여명 놀란 마음으로 깨밭으로 나가보니 깻잎위에 고랑바닥에 첫눈이 내린줄 알았어라 꿀벌들이 윙윙대며 나르고 코끝을 자극하는 깻잎 향기 깨꽃이 하얗게 안개되어 눈송이되어 흐뿌.. 서정시 2012.09.27
돌탑... 황금빛 물결 일렁이는 들녁을 수백년 동안 바라 보았을 느티나무 어릴적 뛰놀던 너른바위 위에 돌탑을 쌓는다... 첫단에는 내게 아품을 주고 떠난이에게 둘째단에는 내가 미움을 주고 보낸이에게 셋째단에는 나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모든이에게 넷째단에는 나와 인연이었던 모든이들의 .. 서정시 2012.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