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흔적따라

제185편 ; 소양리 이경탁묘 무인석

푸른나귀 2025. 1. 24. 19:02

 

 청라면 소양리 둔터는 원래 한산이씨가 집성촌을 이뤘으나, 모두 떠나고 다양한 성씨들이 살고 있다. 동네 뒷산(소양리 산 15-13)은 한산이씨네의 광대한 종중산(10만평)으로 이곳에 세거했던 분들의 묘소가 위치하고 있다. 그곳에는 보령지역에서 잘 볼 수없는 석상이 4기가 서있다.

 

 한산이씨의 보령 입향은 이지함의 아버지 이치가 광산김씨 광성부원군 김극성(金克成, 1474~1540)의 누이와 결혼하면서 청라에 들어온 것이 계기가 된다. 이치가 아들을 넷 두었는데, 첫째 지영은 일찍 사망하였고, 둘째가 지번으로 영의정인 산해와 귀학정의 주인공 산광을 낳았다. 셋째가 지무로 명곡을 낳았는데 이분이 둔터에 뿌리내린 한산이씨 명곡파의 시조가 된다. 넷째가 지함으로 산두, 산휘, 산룡, 산겸을 자식으로 두었다.

 명곡 이산보(鳴谷 李山甫, 1539~1594)는 이색의 7세손으로 장산리에서 태어났다. 일찍 부친을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숙부인 토정 이지함으로부터 학문을 익혔다.

 명곡선생은 조정의 주요 청요직(淸要職)을 두루 역임하였는데, 1591년 황해도 관찰사로 있을 때 왕세자 책봉문제로 서인들이 화를 당하자 파직되어 보령에 내려와 있었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이조판서와 승무원제조를 겸직하면서 의주로 파천하는 국왕을 호종하였고, 요동으로 달려가 명나라 장군 이여송을 회유하여 평양성 회복에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하였고, 도검찰사로 세자 광해군을 모시고 충청, 전라 지역을 순회하며 군량미 확보와 백성을 위무한 것이 국난을 극복한 특출한 공이다현재 화암서원에 토정 이지함 선생과 함께 배향되었으며, 보령 그리고 청라의 큰 인물이다. 보령 입향한 한산이씨의 분파는 지번에서 산해로 이어지는 아계파와 지무에서 산보로 이어지는 명곡파, 그리고 지함에서 산두로 이어지는 토정파가 분파되어 승계되고 있다.

 

 이곳의 비문을 살펴보면 유명조선중훈대부행사간원(有明朝鮮中訓大夫行司諫院) 정언양지제(正言恙知製) 교춘추관기(敎春秋館記) 사관이공경탁지묘(事官李公慶倬之墓)’라고 기록되었다.

 조선의 관직으로 중훈대부는 종3품에 해당한다. 3품의 관직으로는 부정, 집의, 사간, 전한, 부사, 병마첨절제사, 수군첨절제사 등이 있는데, 이분은 사간에 해당된다.

 이 마을에 사는 이강원(71)15대조라고 하니 약 350년 전의 인물일 것으로 판단되어 뒤편 비문을 살펴보니 숭정기원후무인년(崇禎紀元後戊寅年)’으로 기록되어 있다.

 숭정(崇禎)은 명나라 의종의 연호이며, 원년은 1628년이다. 그로부터 해당하는 무인년은 1675년에 해당되는데, 명나라가 1644년 멸망하고 청나라가 세워졌지만, 조선의 양반들은 명나라를 중국의 본 주인으로 생각하고 청나라를 오랑캐로 생각하여 명나라 연호를 계속 사용하였다. 무덤의 주인공은 약 400년 전 명곡 이산보의 직계후손으로 이 땅에 살다간 인물이었다.

 

 묘지 앞에 높이 약 2.5m 크기의 문인 상 2기가 서 있고, 특이하게도 높이 약 1.0m되고 머리에 뿔이 달린 석상이 위 묘지에 2기, 아래 묘지에 2기 도합 4기가 서 있다. 두 손을 모아 둥그스런 무엇인가를 손에 잡고 주먹코에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의복을 표현한 귀갑무늬는 갑옷을 상징하는 것 같고, 뿔 모양의 머리는 투구를 형상화한 것 같아 무인석이 아닌가 생각된다. 손에 잡고있는 물건이 옷고름인 것으로 판단하였는데, 자세히 다시 살펴보니 칼을 쥐고 있는 품새처럼 보인다.

현장을 안내한 지인의 말로는 예전에 어떤 사람이 이 무인상 4기를 리어카에 싣고 훔쳐 가버려서 후손들이 비슷하게 다시 세웠다고 한다.

 90년대 전만 해도 골동품상에서는 개 당 문인석 200만원, 무인석 300만원에 암암리 거래가 되었고, 돈 많은 부자들의 정원에 조경석으로 사용되어 석물을 훔쳐 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 각 문중들에게 전해오는 묘지의 석물이라도 대대로 전해져오는 문화유산이며 후손에게 물려줄 자산이기에 훼손이나 분실이 이뤄지는 일이 절대 일어나서는 않된다.

 

  @   유명조선중훈대부행사간원(有明朝鮮中訓大夫行司諫院정언양지제(正言恙知製교춘추관기(敎春秋館記사관이공경탁지묘(事官李公慶倬之墓)

 

    @ 묘를 지키는 무인상 - 갑옷을 입고 도깨비뿔 달린 투구를 썻으며 칼을 차고 있는 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