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60년대 이 마을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며 천방지축 뛰어놀았던 공간 중에 이곳도 한 부분이었다. 오래된 소나무 숲 앞에 펼쳐진 묘 앞 잔디밭은 뛰놀기에 적당했으며 석물들에 올라타 무동을 타는 것 또한 시간가는 줄 모르는 놀이였다.
봄인지 가을인지 어느 시기엔 흰옷을 입은 어른들이 묘 앞 상석에 갖은 제물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고 옆집에서 잔치를 벌이면 동네 아이들에게도 떡과 과일, 사탕 등을 나눠주었다.
한 갑자 지나서 위성지도로 그곳을 살펴보니, 묘 앞 잔디밭에 둥근 타원형의 트랙이 보이기에 무엇일까 궁금하여 찾아가 보았다. 장변 20m, 단변 15m 원형으로 중앙부에 낡은 의자가 있고, 사람인지 동물인지가 트랙을 돌아다녔는지 잔디가 누워있는데 경마의 흔적은 아닌듯 하다.
현장을 찾아보니 옛 기억과는 달리 왜곡된 기억으로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말과 같은 동물의 석상이 있어 그것을 무동타고 놀았다는 기억이었고, 두번째는 이지역 토족인 전주이씨의 완원군파이거나 한산이씨 문중의 묘일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의평저수지 수문 아래에 차를 세우고 들어서니 '함열남궁씨 시조공 시향'이라는 현수막이 입구에 걸려있었다.
보령에 세거한 세족으로는 대부분 고려말에서 조선 초기에 보령으로 옮겨와 정착하였는데, 광산김씨, 한산이씨, 고령신씨, 경주이씨, 파주염씨, 장수황씨, 풍천임씨 등이 그들이다. 함열남궁씨의 시조묘가 청라면 의평리에 있다는 것이 궁금하였다. 함열남궁씨의 전국에 산재한 인구가 2만을 겨우 넘는다 하고, 보령지역에서는 해수욕장 부근에 일부 세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료를 조사해보니 함열남궁씨의 시조 원청은 고려 성종때 여진족들을 백두산 밖으로 몰아낸 거란과의 전쟁에서 공을 세운 인물로 대종회에서는 강감찬과 서희와 함께 거란을 물리친 영웅으로 추대하고 있었다.
함열이라는 지명은 지금 익산의 함열읍을 말하는데, 이곳이 원청이 태어난 곳으로 알려져 함열을 본관으로 하였다고 한다. 남궁씨의 시원은 중국 주나라시대에 궁의 남쪽에 살았다하여 성씨를 남궁으로 정해졌으며, 한나라에 의해 고조선이 멸망할 당시에 기자를 따라 삼한의 익산부근으로 옮겨와 정착한 것이 근원이라 한다.
보학(譜學)이 발전한 계기가 조선의 성리학이 들어서며 뿌리의 중요성을 인식한 후이기에 대체로 족보를 만들고 자기 조상을 찾았던 시기가 이때쯤이다. 어찌보면 조선초기의 양반계층이 전 국민의 20%에 미치지 못하였기에 혈통의 정확도로 잣대를 들이대며 사회구성원을 결속한 것이 옳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조선 오백년의 세월과 현재까지 지속되는 씨족의 역사를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이 또한 우리만의 전통으로 조상들의 역사를 보전할 필요성도 있겠다.
함열 남궁씨의 시조로 모신 고려시중 남궁원청의 묘가 어째서 그들의 본향에 세워지지 않고 보령의 청라동에 위치하게 되었는지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함열남궁씨 문중에서 원청이란 인물의 위대함을 자긍심으로 삼는다면, 그들의 시조묘가 있는 이곳 저수지 입구에 원청에 대한 인물을 소개하는 안내판이라도 설치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한번은 관심을 갖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2. 참고자료
@ 위치 ; 보령시 청라면 의평리 34번지
@ 함열 남궁씨의 시조 원청의 묘 전경
@ 상석에 기록된 '고려대장군남궁공휘원청지묘(高麗大將軍南宮公諱元淸之墓)'
@ 묘비 앞면에 새겨진 '고려시중남궁공휘원청지묘( 高麗侍中南宮公諱元淸之墓)'
@ 남궁씨의 시조 원청에 대한 내용이 비문 측면에 새겨져 있다.
@ 묘갈을 쓴 것이 己卯年(979년) 이라는 것인지 공생후 979년이라면 1939년(기묘년)에 해당되는데...
@ 비문 측면에 묘역을 재 조성할 당시 신유산역(申酉山役;1981년) 임원명단인데 추후 각자한 듯 보인다.
@ 4기의 문인상 중 2기는 규모가 커 중국풍으로 보이고, 작은 키의 문인상 얼굴이 가녀리다.
@ 남궁씨의 시향은 봄에 올리는 모양이다. 향나무 입구에 걸린 플랭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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