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흔적따라

제154편 ; 외연도 상록수림과 당집

푸른나귀 2022. 5. 7. 18:56

1. 들어가며

 

  국문학의 한 갈래에는 구비문학이 자리잡고 있다.

 구비문학은 문자로 기록되기도 전에 입에서 입으로 화술자에 의하여 전달되던 신화, 전설, 민담의 형식으로 옛날 이야기처럼 전해지던 문학이다. 신화는 건국신화나 창세기처럼 신과 인간 관계의 신성성을 가진 초월적 이야기를 말하며, 전설은 비범한 인물이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내용으로 구체적 증거물과 함께 이루어진 이야기를 말하고, 민담은 요즘의 개그 형식의 화자와 청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로 평범하거나 미천한 인물이 행복하게 결말을 맺는 이야기를 말한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연도에도 무속신앙에 의해 무당들로부터 신화와 같은 이야기가 전해졌을 텐데 아쉽게도 알수 없고, 당주로 모시는 전횡장군의 전설과 김서방 바위와 같은 민담이 상록수림 내 당집에 전해지고 있다.

 

 포구에서 마을 안길을 따라가다 보면 전교생이 6명뿐인 작고 아담한 외연초등학교가 나온다. 그 앞을 지나 수령이 오래된 팽나무를 만나는데, 여린 싹이 봄기운에 물기를 뽑아올리려는 기운을 느낄 수가 있다. 그 아래 보령 외연도 상록수림에 대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국유림으로 지정된 면적이 35,000평 정도가 된다.

 산책 데크 길로 들어서면 빽빽하게 우거진 동백나무와 하늘 높이 치솟아 뻗은 후박나무와 팽나무가 뿜어내는 습기가 온몸을 감싼다. 동백나무의 마지막 꽃봉우리가 맑고 붉은 색을 띠며 나뭇가지 사이에도, 땅바닥에 떨어져서도 품위를 지킨다. 수령이 7~8백년 된 나무도 있다고 하니 신령스러움이 깃들어진 신의 공간일 듯하다.

 

 숲 속 안쪽으로 들어가니 동백나무 아래로 작은 당집이 나타난다.

당집에는 전횡장군과 부인, 그리고 두 딸의 신주가 모셔져 있고, 전면 현액에는 제당을 설치하게 된 내력을 적은 '전공사당기(田公祀堂記)가 걸려있다. 제나라의 마지막 왕이었던 전횡장군을 외연도에 모시게 된 연유는 초나라의 항우를 물리친 한나라의 유방이 제나라의 전횡을 제거하려고 외딴 섬으로 피난 가 있던 전횡을 낙양으로 불러 올리자 입궁 전 자살한 사건에 의해, 전횡을 한 많은 인물로 비정하여 서해바다를 관장하는 당신(堂神)으로 모셔진 것이다.

 전횡이 피신 하였던 섬이 산동반도 앞 전횡도로 알려져 있으나, 외연도 사람들은 이곳이 전횡이 옮겨 살았던 섬으로 생각하게 된 이유는 기원 전후에도 서해안은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하여 무역이나 어업으로 주민들 간에 왕래가 있었기에 험난한 해상활동에 전횡 장군을 해상의 신, 즉 풍어와 안전을 위한 당주(堂主)로 삼았을 것이다.

 무속에서 한을 품고 억울하게 죽은 최영이나 남이 장군을 당주로 삼는 연유와 마찬가지다.

 매년 이곳에서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는 제를 외연도 사람들은 지내고 있는데, 대부분의 다른 섬에서는 풍어제를 무당이 주관하여 진행을 하고 살풀이 등 무속적인 행사를 진행 하는데, 외연도 사람들은 주민들 중에 제관을 뽑고, 마을사람들이 주관을 하여 제를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오래전에는 무속인이 진행하였을 것으로 보이나 차츰 마을 사람들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보여진다. 이곳 산의 명칭이 당산이고, 제당 역시 당집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으며, 제를 올리는 방식을 보면 유교적인 색체에 불교적인 색체가 겸비되고, 무속적인 색체가 곁들여진 듯하다.

 

 당집 뒤로 올라가면 김서방 바위가 나타난다.

 김서방이라 함은 일반 사람이 아니라 도깨비의 통칭이다. 이 도깨비는 제를 지내는 기간이 되면, 바위 위에 쪼그리고 앉아 제물로 준비한 암소를 묶어둔 모습을 바라보며 언제나 자신의 몫인 제물이 채려지나 하고 기다린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제물은 돼지고기를 사용하는데 비해, 외연도 당제에는 소를 사용한다. 제를 지낼 때면 마을 사람들은 동네 배를 이용하여 멀리 광천 우시장에서 좋은 소를 구입하여 배에 싣고 들어와 도깨비 바위 앞에 묶어둔 뒤 제에 사용한다고 한다. 도깨비 바위 뒤로 조금 더 올라가면 제에 올렸던 쇠뼈를 묻는 바위가 있다. 당년에 사용한 쇠뼈는 바위 밑 에 돌로 묻어두고, 전해에 사용한 쇠뼈는 꺼내어 옆에 쌓아 놓는다. 수년 동안 제물로 사용하였던 쇠뼈의 무더기가 바위 밑으로 수북하다.

 

 그곳을 지나 둘레길에 들어서면 태풍 곤파스에 의해 사라진 동백나무의 연리지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흔적으로만 기억되어야 할 유물이기에 아쉽지만, 그 어딘가에 또 다른 연리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외연도에 이렇게 국가에서 지정될 수 있도록 상록수림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은 지금까지 이곳에 기대어 살아왔던 섬주민들의 여망에 의해서일 것이다.

 변화무쌍한 바다의 날씨에 마음 졸이며 배를 뛰워야 하고, 척박한 산등성이를 개간하여 곡식을 심어도 식량난에 허덕이고, 가뭄이 조금이라도 들게되면 식수가 모자라게 되며, 땔감을 구하기도 힘들었으니 바람과 달의 기운을 빌어 당주에게 기도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섬주민 전체가 당집이 있는 당산에는 출입이 통제되고, 당산의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건드리면 당주에게 벌을 받게 된다는 믿음이 컷기 때문에 이처럼 훌륭한 숲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었다.

 당집은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는 섬주민들에게는 '소도(蘇塗)'와 같은 신앙의 장소이다.

 

 

2. 상록수림과 당집

 

   @ 보령 외연도 상록수림(保寧 外煙島 常綠樹林)

       * 지정 ; 천연기념물 제136호(1962년 12월 7일)

       * 위치 ; 충남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리 산 293

      충남 서해안에 위치한 외연도에 있는 상록수림이다. 외연도라는 지명은 서해 한가운데 멀리 떨어져 연기에 싸인 듯 까마득한 섬이라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3만여 평의 면적에 동백나무, 후박나무, 팽나무 및 각종 상록활엽수, 낙엽활엽수들로 어우러져 한겨울에도 꽃이 피어 붉은 꽃과 흰꽃이 대조를 이루어 장관을 이루며, 특히 중요한 것은 노란장대의 군락(群落)이다. 전설에 의하면 이곳의 동백나무는 수백년전 섬사람들이 남쪽으로 왕래할 때 옮겨 심었다고도 하고, 전횡(田橫)장군이 심은 것이라고도 한다. 전횡은 중국 제(齊)나라가 망하자 한(漢)나라의 추격을 피해 500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이 섬에 정착한 인물이다. 그는 중국 사신이 와서 항복할 것을 강요하자 섬 주민들과 군사들의 안전을 위해 중국 낙양(洛陽)으로 건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그 후 섬사람들은 이곳에 그의 사당(祠堂)을 세우고 섬의 수호신으로 받들어 제사(祭祀)를 지내고 있다.(현장 안내판 발췌)

 

  @ 외연도 사랑나무를 추억합니다.

     '한 나무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어서 나뭇결이 하나로 이어진 것'이라는 뜻의 연리지(連理枝)는 다른 두 나무 가지가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이 지나 한 나무처럼 자라는 것을 말합니다. 예부터 보모와 자식 간, 부부 간, 연인 간의 사랑을 나타내는 귀한 나무로 매우 길한 징조로 여겨졌습니다.

 이곳에 백여 년 된 동백나무 두 그루가 각각 다른 뿌리에서 자라나 한 나무의 가지가 다른 나무 기둥에 틈새없이 맞이어 연결되어 '사랑 나무'라 불린 나무가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하나뿐인 동백나무 연리지로 알려졌으며 '연인끼리 손을 잡고 나무 사이를 지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수많은 연인들을 불러 모은 프로포즈 명소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0년 9월 우리나라를 휩쓸고 지나간 태풍 곤파스에 의해 밑동이 부러지고 연결 가지가 잘려나가 결국 생명을 다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이곳에서 더이상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우리에게 참사랑의 의미를 가르쳐주고 떠난 사랑나무를 추억하며 오래도록 마음속에 간직하고자 합니다.(동백나무 연리지가 있던 터에 쓰인 안내판 발췌)

     

 

   @ 당산 입구 외연초등학교 전경(전교생 6명)

   @ 외연도 상록수림 입구에 서 있는 팽나무

   @ 보령 외연도 상록수림 안내판

   @ 수령이 오래된 동백나무 군락 산책길

   @ 외연도 당집 전경

   @ 외연도 당집 전경 

   @ 당집에 모신 전횡장군에 대한 내력이 적힌 현액 (전공사당기(田公柌堂記), 1936년)

   @ 재실 내부 신위

   @ 전횡장군의 딸 신위

   @ 당제를 지내는데 필요한 제기 등을 보관하는 곳

    @ 당제를 지낼 때 사용되는 가마솥

   @ 김서방(도깨비) 바위 ; 도깨비가 이 바위에 쪼그리고 앉아 제물로 끌려 온 소를 바라보며, 언제쯤이나 자기몫의 제물이  차려질까 기다린단다.

   @ 제물로 희생된 쇠뼈를 보관하는 바위, 뒤늦게 바위 위로 떨어진 동백꽃 송이가 붉디 붉다.

   @ 올해 제물로 사용한 쇠뼈는 바위 밑 움푹한 곳에 돌로 묻어 두고, 해지난 쇠뼈는 예전 뼈와 함께 모아둔다.

   @ 외연도를 지키던 동백나무 연리지가 2010년 태풍 곤파스에 밑동이 부려저 추억 저편에 있다.

   @ 보령박물관 기획특별전 '보령의 섬'에 전시된 외연도 당제 영상물(2022.10.06)

   @ 특별 기획전에 전시된 영상물로 제물로 사용되는 황소를 당집 입구에 매어두고 청결히 하는 의식을 치루고 있다. (2022.10.06)

   @ 전횡장군제를 지내는 모습의 영상물(2022.10.06)

   @ 상록수림에서 바라본 봉화산 정상

   @ 누적금 쉼터에서 바라본 매바위

   @ 외연도 매바위 북쪽으로 보이는 대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