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흔적따라

제143편 ; 성주사지 (3, 대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大朗慧和尙白月葆光塔碑))

푸른나귀 2022. 3. 26. 18:38

1. 들어가며

 

   보령 성주사지 대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大朗慧和尙白月葆光塔碑)는 보령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유산 중 하나이다.

  성주산문을 일으킨 무염대사(無染大師)를 기리기 위해 왕명을 받아 최치원이 글을 짓고 최인연(고려때 최언위)이 글을 썼다.

 큰 스님이 타계하면 공적을 적은 탑비와 사리를 안치하는 부도를 함께 조성하는데, 성주사지에는 탑비만 전해져 온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로는 현재의 물탕골 부근에 부둣골이라는 지명이 내려오는데 그곳에 묻혀있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대사의 유골을 모신 부도를 백월보광탑(白月葆光塔)이라 하는데, 아쉽게도 찾지 못한 부도가 발견되어 탑비와 함께 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문화재의 가치는 상승하리라 본다.

 비(碑)의 형태는 상부의 하중을 받쳐주는 거북모양의 귀부(龜趺), 비문을 새기는 몸통부분의 비석(碑石), 비의 지붕이라 할 머릿돌을 이수(螭首)라고 세 부분으로 분류한다. 

 

 대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大朗慧和尙白月葆光塔碑)의 귀부(龜趺)는 전후 310cm, 좌우가 260cm의 지대석 위에 놓여 있는데, 몸체는 거북 모양으로 크고 웅대하다. 

 거북 모양을 하였지만 사실은 상상 속의 용(龍)으로, 이 신상은 비희(贔屭)라 불리는 용의 아홉 아들 중 첫째 아들로 책임감이 크고, 모든 착함을 받들어 행하는 영물이다. 무거운 짐을 지고도 해탈의 바다를 헤엄쳐 극락정토를 향해 힘차게 헤엄쳐 나아가는 형상이다. 귀두(龜頭)와 몸체의 좌측부분은 일부 깨어지고 떨어져 나갔지만 형체를 알아보기에는 무난하다.   귀두의 정수리 부분에는 나선형으로 구부러진 뿔이 있으며, 부라린 눈망울은 째진 듯 위로 눈썹이 휘말려 날리는가 하면, 큰 입 옆으로 불을 뿜어내는 화염이 조각되어 있다. 바다를 헤쳐 나가듯 어깨와 귀갑 아래쪽으로 파도의 물결 문양이 새겨져 있어 생동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등에는 큼직한 육각 모양 귀갑문이 새겨져 있고, 중앙에서 꼬리부분 까지 넓은 운문대(雲文帶)가 연결되어 있다.

 꼬리는 귀갑 위로 S라인의 형태로 말려 올라가 있고, 네 귀퉁이로 내민 발에는 날카로운 발톱을 감추고, 힘차게 바다를 항해 하는듯 조금씩 발의 모습이 다르다. 

 귀갑 중앙으로 큼직하고 볼륨이 큰 구름무늬 위에 비좌를 만들었는데, 비좌의 측면에는 1개, 앞뒤면에는 2개씩의 안상(眼象; 코끼리 눈 혹은 귀 형상)을 새기고 그 안에 연화문 같은 식물의 줄기와 잎을 새겨 넣었다.

 

 비석(碑石)은 귀부와 같이 남포오석으로 조각을 하여 천년 세월을 고스란히 지켜왔다.

 비석의 높이는 480cm이며, 폭은 150cm, 두께는 43cm으로 글씨는 1.5cm의 크기로 5,120여 자의 해서체로 되어 있다. 비신 네 귀퉁이 모서리는 죽이고, 위쪽 모서리는 화문형(花文形)으로 둥글게 깍았다.

 비석의 전면에만 비문이 적혀있고, 좌우측 및 후면은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더 기록할 것이 있기에 남겨 놓은 것은 아닐까? 엉뚱한 생각을 한번 해 본다.(여기서는 비문 내용이 가장 중요 하지만 생략한다.)

 

 이수(螭首)는 비신 위에 있는 머릿돌로 용이 구름 위에 뒤엉켜 서로 감싸고 있는 형상으로 조각되어 있다.

 이수는 각(角), 호(弧), 각(角)형의 3단 받침을 만들고 그 주변에는 복판(複辦)의 앙련(仰蓮)을 새겼는데, 꽃잎 안에는 당초문 같은 식물 잎 모양을 양각했다. 그 위로 네 주위에는 운룡문(雲龍文)으로 장식 했으며 전면 중앙에는 1개의 용머리가 앞을 향해 새겨져 있고, 그 밑에 제액(題額)이 있으나 글씨는 보이지 않는다. 양 옆과 뒷면에는 2마리의 용이 각각 바깥을 향해 새겨져 있어, 도합 일곱마리의 용머리가 외부의 침입을 지키고 있는 모습으로 생동감이 넘친다.

  이 용은 이문(螭吻), 또는 치미(雉尾)라고 불리는 용의 아홉 아들 중 둘째로 알려져 있다. 건물의 지붕 혹은 비석의 꼭대기등 높은 곳에 올라가 먼곳을 응시하길 좋아하며, 재앙 중에 특히 화마를 제압하는 신통력을 가진 영물이다.(만세보령 옛 이야기 투어, 보령문화 연구회, 2021, 성주편 일부 참조)

 

 

2. 보령 성주사지 대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

 

   @ 위치 ; 보령시 성주면 성주리 73 (성주사지 내)

   @ 지정 ; 국보 제 8호

   @ 내용 ; 통일신라 말기 성주사에 머무르면서 선문9산(禪門九山) 중 성주산문을 일으킨 무염대사(無染大師, 801~888)를 기리기 위하여 최치원(崔致遠)이 왕명에 따라 지은 비석으로, 10세기 초에 세워졌다. 이 비석에는 5,120여 자의 긴 비문이 새겨져 있는데, 최치원의 화려한 문장을 최인연(崔仁연)이 해서체로 쓴 것이다. 내용은 무염대사의 성장과 출가, 중국에 유학하여 공부하는 과정, 귀국하여 성주사를 일으키고 불법을 전하는 과정 등이 기록되어 있어 신라 선종사(禪宗史)와 당시의 신분제도 연구 등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남포오석(藍浦烏石)이 재료인 이 비석은 1천여 년의 풍상(風霜)을 견디며 고스란히 남아 있어 남포오석의뛰어난 품질을 보여준다. 이 비는 최치원의 명문장과 완벽한 보존 상태, 뛰어난 조각술 그리고 웅장한 크기 등이 어우러져 통일신라 말기의 우리나라 고승 탑비들 중에서 최고의 비로 인정받고 있다.(현장 안내판 참조)

 

 

3. 용생구자(龍生九子; 용이 낳은 아홉 자식)

  중국 전설에서 등장하는 동물로「성호사설」에 기록된 용의 자식들로 그 모습과 성격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세상에 맡은 임무가 다른 용들을 말한다. 주로 불교사찰이나 궁궐에서 많이 볼 수가 있다.

 1) 비희( 贔屭) ; 용의 아홉 자식 중 맏이로 무거운 것을 좋아하며, 헌신과 정진을 상징한다. 귀부(龜趺)로 표기되어 거북을 닮은 용으로 무거운 비석을 짊어지고 감내하면서 극락정토로 향한다. 수명이 긴 거북을 만지면 복이 온다고 전해진다.

 2) 이문(螭吻) ; 높은 곳에서 먼 곳을 바라보길 좋아하는 용이다.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삼키는 모습을 하는데, 불을 끄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하여 비석의 머릿돌 이수(螭首) 에 장식하기도 하고, 지붕 용마루의 12지신 동물상과 함께 장식하기도 한다. 치미( 雉尾 , 鸱尾)라고도 불린다.

 3) 포뢰(蒲牢) ; 소리를 지르는 것을 좋아하는 용이다. 바다에 사는 용으로 소리내는 것을 좋아해 종의 윗부분 매다는 곳에 장식을 한다. 우리나라는 포뢰가 한 마리 장식하는데 비해 중국과 일본은 두 마리로 장식을 한다.

 고래의 어원이 두드린다는 의미의 '고(叩)'자에 포뢰의 '뢰(牢)'자가 합성되어 '고뢰(牢)'가 되었다가 '고래'로 변하였다는 설도 있다.

 4) 폐안(狴犴) ; 정의를 수호하는 것을 좋아한다. 정의를 지키는 것을 좋아해 감옥이나 법정을 들어가는 문에 새긴다. 이것은 범죄자에게 위엄과 경외심을 가지게 한다. 헌장(憲章)이라고도 한다. 狴 ; 짐승이름 폐, 犴 ; 들개 안.

 5) 도철(饕餮) ; 먹고 마는는 것을 좋아하는 용으로, 모습은 늑대를 닮았으며, 악수(惡獸)로도 불린다. 정(鼎 ; 솥)이나 종(鐘)에 모습을 새겨 식욕과 탐욕을 경계하는 데 쓰인다.  饕 ; 탐할 도, 餮 ; 탐할 철.

 6) 공복(蚣蝮) ; 물을 좋아하는 것으로, 물을 건너는 다리의 기둥이나, 아치 부분에 주로 조각을 새기며, 강을 따라 들어오는 악귀를 막아준다고 한다.   蚣 ;지네 공, 蝮 ; 살모사 복

 7) 애자(睚眦) ; 죽이는 것을 좋아하며, 험상궂게 생긴 인상으로 주로 칼의 콧등이나 창날에 새기는데, 관우의 청룡언월도에 새겨진 용이 바로 애자이다.    睚 ; 눈초리 애, 眦 ; 눈초리 자.

 8) 산예(狻猊) ; 불과 연기를 좋아하고, 불대좌에 앉기를 좋아한다. 사자를 닮은 용이며, 향로에 새긴다. 앉아 있기를 좋아해서 절의 불좌에 앉아 있거나 본당을 올라가는 계단석에 세우기도 한다.    狻 ; 사자 산, 猊 ; 사자 예.(보령문화원 역사강좌, 2024.03.07, 신재완 참조)

 
 

   @ 보령 성주사지 대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 전경

   @ 귀부의 전면은 좀 파손 되었지만, 위엄을 갖춘 비희(贔屭)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 귀부의 후면은 세련된 비희(贔屭)의 꼬리와 파도물결을 헤치고 극락정토로 향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 귀부의 뒷발 부분으로 네 발의 모습이 각기 다르며, 고행을 짊어지고도 힘차게 딛고 일어선 듯하다. 

  @ 귀부의 뒷발 부분으로 도톰한 육각의 귀갑문과 파도문양이 어우러진다. 

   @ 비신 받침 부분에 큼직하고 볼륨이 큰 구름무늬와 연꽃무늬의 안상(眼象)이 조화롭다.

   @ 이수 부분 전면부에 이문(螭吻)이 구름속에 뒤엉켜 꿈틀거리며 전방을 경계한다.

   @ 이수 부분 후면부에는 이문(螭吻)이 두 마리가 사주경계를 하며 액운을 막는 모습이다.

   @ 이수 부분 좌측면부에도 이문(螭吻) 두 마리의 머리 부분이 조각되어 있다.

   @ 이수 부분 우측면부로 이문(螭吻)의 수가 도합 7마리가 살고 있다.

   @  대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 현장 안내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