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오서산(해발 790.7m)은 지리적으로 충남의 한 복판에 자리잡고 있으며, 산자락을 펼쳐 내포지방을 품어 주기도 하고, 그 중심에 만세보령의 정기를 복돋아 주는 명산이다.
이 산줄기에서 발원한 대천천과 광천천은 비옥한 토지를 적시며 서해로 급하게 빠져드는 형상이나, 청양의 화성땅으로 흘러든 무한천은 예당저수지로 흘러든 후에 예산, 당진의 벌판을 적셔주곤 아산만을 향해 북으로 완만하게 달린다. 또한 홍성쪽의 산자락 물줄기는 삽교천으로 흘러들어 내포평야를 기름지게 하고 무한천과 합류하여 아산만으로 흘러들게 하니 오서산의 정기가 내포지역을 감싸안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뚝 솟은 오서산의 모습이 동쪽의 청양땅이나 홍성의 북쪽, 또는 보령의 남쪽에서 바라다보면 삼각형 모양으로 높게 솟은 모습을 하고 있으나, 광천이나 청소면, 그리고 서쪽의 바다에서 바라다 본 모습은 능선이 평편하고 길게 남북으로 늘어선 사다리꼴 모양의 특이한 지형을 갖고 있기에, 서해를 항해하는 배들이 이 산을 보고 방향을 잡는 등대 역활을 한다고 한다. 구한말 서구 열강들이 불법으로 서해안을 측량하였는데, 영국함대는 오서산의 모양이 탁자 같다고 하여 해도(海圖)에 산 이름을 ' HIGH TABLE LAND'라 기록하였다.
매년 정초와 연말에는 오서산과 성주산을 등정하는 것으로 새해의 시작과 끝의 다짐을 정리하는데, 오늘은 평소 청라쪽 오서산 휴양림 등산로로 오르던 습관을 버리고 청소 성연리에서의 등산로를 택하였다.
이쪽 북서사면은 오서산 등산로 중에 가파르기가 급하고 경관이 좋아 많은 외지의 등산인이 찾는 코스로 유명하지만, 나는 대체적으로 고향땅인 남사면 휴양림쪽 등산로를 자주 찾는 편인데, 시절이 수상하여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하는 뜻에서 오서산의 가장 긴 코스의 등산로를 택하여 여유를 갖고 오르기로 하였다.
생태마을을 지나 시루봉을 향하는 능선길을 가파르게 오르는 길에 딱다구리의 나무를 쪼는 소리가 귀를 맑게 하고, 잠시 다리를 쉬어 계속 능선길을 따라 억새능선 좌우로 펼쳐지는 보령의 산하를 바라보는데 안개가 끼어 선명하지는 못하다.
오서산 정상 상봉에 이르러서야 평일이라서 그런지 등산객 몇 팀만이 만날수 있었다.
정상 표지석 뒤로 웅크리고 해바라기를 하는 길냥이의 등어리에 겨울 햇볕이 내리쬐는데, 이놈은 아랫동네에서 어찌 평일날 어렵게 올라와 등산객에게 구걸을 하는 것인지 가방을 뒤져보지만 그놈에게 보시 할 만한 것이 없다. 겨울철 더군다나 평일날 산 정상에 오른 길냥이의 노고가 안쓰러워 휴일날 등산객이 많을때 올라오도록 말을 건넨다.
완만하게 경사를 이룬 능선길을 향해 동쪽 전망대를 향한다.
오서산의 정상부분은 행정적으로 대부분 보령이 차지하며 일부는 청양군과 홍성군이 차지하기에, 전망대 부근은 홍성군에서 관리하는 모양이다. 이곳에서 던목고개쪽으로 발길을 돌리니 오서산의 전형적인 암석이 표층에 돌출되어 웅장함을 만들어 준다. 성주산과 오서산의 지질적 특성은 아주 오래전 바닷속에 퇴적되었던 퇴적암이 융기되어 솟아 올라 산이 되었는데, 오서산의 암석은 퇴적암 중에 편마암으로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여 있는 형태이고, 성주산은 퇴적암 중에 역암으로 마치 콘크리트를 혼합한 듯한 자갈과 모래를 응축시킨 모습으로 약간의 지질적 차이가 있는 듯하다.
던목고개를 향하여 내리막길을 걷다가 문수골 방향으로 향하니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하게 귀를 씻어 준다.
문수골 임도에서 좌측으로 향하면서 도독의성과 정약용선생이 묵어간 절터를 미완으로 남겨놓고 원점회귀를 위한 발길을 재촉하였다.
1795년 가을철 어느날 정약용 선생이 금정찰방으로 좌천되어 근무할 당시 청라고을 석문에 살던 신진사와 용소에 도달하여 오서산 중턱에 있던 절에 하루를 쉬면서 시를 나누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불과 200여년 전의 일인데도 그 위치가 불분명하다. 아마 오서산 골짜기의 한 지명이 문수골이니 문수골의 골짜기 중에 있었지 않나 싶은데 궁금하다. 다산 선생의 기록에 의하면 그 당시의 절에는 스님이 한 분이 지키셨다는데, 그 스님의 말에 의하면 많은 스님들이 호환을 당하였다고 했으니 오서산은 깊은 산으로 호랑이들이 터를 잡고 골짜기를 돌며 포효를 우짖었을 것이다.
도독의 성 전설에 의하면 오누이의 질투어린 싸움으로 비극적인 축성모습을 그리는데, 향토사학자들은 아마 660년대 백제 멸망 이후, 대흥의 봉수산에 위치한 임존성을 중심으로 한 백제부흥운동의 전개과정에서 분열과 멸망으로 인해 미완의 성으로 축조되지 않았을까하고 추측할 뿐이다.
도독의 성은 역사적 사료로 실증이 되지 않았으나 성의 실체가 남아 있으니, 추후 역사적 자료로 증거 할 유물임에도 그곳을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지않아 그냥 지나치게 되는 우려를 낳게한다. 산책로를 조성하고 지금까지 확보한 자료로 안내판을 설치해 준다면 잠시나마 그 의미를 되새김할 수 있지않을까 싶다.
정약용이란 위대한 인물이 이곳(영보정,오서산)을 거쳐간 것으로만도 이야깃거리는 충분하다.
2. 산행길 여정
@ 산행 출발 및 도착 지점 ; 청소면 성연리 88-2 주차장
12월 23일 12;25 주차장 출발 ▶ 12;35 마을 등산로 입구(좌) ▶ 12;45 시루봉 입구 등산로(우) ▶ 12;55 임도, 시루봉 분기점(좌) ▶ 13;30 시루봉 ▶ 14;15 오서산 상봉 ▶ 14;35 성연 주차장 분기점(직) ▶ 14;40 홍성군 전망대 ▶ 14;50 돌탑(직) ▶ 15;05 문수골 분기점(직) ▶ 15;50 문수골 임도 분기점(좌) ▶ 16;10 시루봉 입구 분기점 ▶ 16;30 주차장 원점회귀
@ 성연계곡에서 바라본 오서산 능선
@ 생태마을 끄트머리 등산로 입구
@ 도독의 성 옆 시루봉 분기점
@ 청라로 넘어가는 임도 분기점
@ 시루봉(해발 559m)
@ 시루봉에서 상봉으로 가는길의 억새군락
@ 잡목과 억새로 펼처진 오서산 능선
@ 오서산 정상인 상봉(해발 790.7m)
@ 홍성군의 전망대(구 오서정)으로 가는 등산로
@ 던목고개 방향 하산길의 돌탑
@ 오서산의 바위들은 퇴적암 중 편마암으로 마치 시루떡을 엎어놓은 듯 하다.
@ 하산길에 올려다 본 오서산 능선
@ 오서산 등산로 종합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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