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수천 년을 이어온 토속 신앙이 일제강점기에 미신이라는 미명 아래 전통을 말살하는 억압을 받았다. 그리고 그나마 민중의 저변에서 암암리 이어오던 토속 신앙은 해방이후 박정희 정권이 근대화의 저해요인으로 미신타파를 새마을운동의 주요정책으로 펼치기도 하여 전통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민속마져도 그에 의해 사라져 갔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농경사회에서는 농사철이 되면 집단노동이 필요로 하고, 집단노동에는 그 무리가 더욱 결속하여야 증산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을 해결해 주는 방법이 두레에 의한 협동이다.
두레의 기원으로는 신라시대 화랑도(花郞徒)의 '도(徒)'에서 시작 되었다고 한다. '도(徒)'는 '무리'를 말하기에 어느 정도 타당성 있는 이야기라고 본다.
봄부터 가을 추곡을 수확할 때까지 한 동네를 단위로 하여 공동작업을 하고 그 고단함과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동네사람들은 농악대를 앞세우고 온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그들의 기원을 빌고 동네의 안녕을 빌었다.
이런 의식 속의 중심 중에는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는 성황목이 자리한다. 매년 일정한 날을 잡아 이 성황목에 제사를 지내며 그 조직원인 동네사람들의 단합과 안녕을 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마을 마다 그들이 섬기는 당목이 있었는데 대체로 오래 된 느티나무가 신령스러워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제는 마을 단위의 두레도 사라지고, 농업이 주 산업으로서 자리를 빼앗기자 공동체의 의미가 퇴색해지니 마을 느티나무도 찾아 보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수고(樹高)가 높은 경우 벼락에 의해 고사목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체로 보령지역의 500년 이상의 수령을 가지고 있는 당목이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여기서 두 곳의 느티나무 당목을 소개하고자 한다.
의평리 느티나무는 탄광이 생기면서 개울을 따라 도로가 신설 되기 전, 마을 입구에서 동네 한가운데로 난 마차길 정도의 구길로 들어서야 만날 수 있다. 갬발 동네는 예전에는 세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중간 쯤 위치한 중뜸 마을에 해당되는 곳이다. 보호수로 지정 되면서 수령이 540년이라고 하였으니 지금 나이는 600년이 될 것이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김성우장군이 갬발 뜰에서 왜구를 무찌르던 시기에 이곳에 심겨진 나무라는 말이 된다. 참으로 오랜 세월을 한 곳에 뿌리 내리고 민중들의 애환을 바라보았을 터이니 신령스러운 나무임에 틀림이 없겠다. 나무둘레에 둘러쳐진 새끼줄(금줄)을 보니 주민들이 이 나무를 소중하게 여김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 어려서 윗갬발에서 여기까지 놀러 다녔던 기억이 이 나무를 보자 바로 느낄 수가 있었다.
대부분의 오래된 느티나무가 보호수라고 지칭은 되어 있지만, 아쉬운 점은 벼락에 의한 괴사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피뢰설비를 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든다. 600년이 1000년 까지 가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 한다.
청소면 재정리 느티나무는 일명 독쟁이 마을이라 불리는 광성부원군 사우 옆에 위치하고 있다. 광성부원군은 김성우장군의 고손이 되는 김극성으로 청라 출신으로 우의정까지 오르신 분이다. 원래 김극성의 신위를 모신 사우가 장산리에 있었으나 청천저수지 수몰 시기에 사우와 탑비를 후손들에 의해 이곳으로 옮겨왔다.(제4편 ; 광성부원군 사우 참조) 지금도 청고을이나 이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광산김씨들이 10월에 함께 제를 지낸다고 한다. 탑비가 있는 비각 옆으로 수령이 600년이 된 느티나무가 서 있는데, 나무둘레가 5.4m에 이른다. 한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어 동네 주민들의 휴식처가 되어 준다.
2. 느티나무 당목
2-1) 의평리 느티나무
* 위치 ; 보령시 청라면 의평리 298-2
* 지정 ; 충청남도 지정 보호수 8-49 (1982.11.1)
의평리(갬발) 마을은 위뜸, 중뜸, 아래뜸으로 나뉘어져, 예로부터 위뜸에서는 당산제를, 중뜸에서는 정자제를, 아래뜸에서는 장승제를 올리고 끝으로 모두 함께 횃불을 밝히는 제를 지냈는데 지금은 정자제만 남아있다. 지금도 마을 주민들은 매년 음력 1월14일 저녁 7시에 이곳 느티나무 아래에 모여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있다. 의평리 주민들은 마을의 수호목인 이 나무가 앞으로도 영원히 건강한 모습으로 마을을 지켜주기를 기원하며 정성껏 보호하고 있다. 수종 ; 느티나무, 수령 ; 540년, 수고 ; 21m, 나무둘레 6.9m. (현장 안내판 참조)
2-2) 재정리 느티나무
* 위치 ; 보령시 청소면 재정리 14-6
* 지정 ; 충청남도 나무(3-46)
수종 ; 느티나무, 수령 600년, 수관폭 ; 20m, 나무둘레 ; 5.4m (현장 안내판 참조)
@ 청라면 의평리 느티나무
@ 청소면 제정리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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