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들어가며
한 달만에 삽시도에 다시 다녀왔다.
전에 다녀오면서 들리지 못하였던 면삽지와 물망터가 궁금하기도 하고, 여름 성수기가 지난 섬의 한적한 둘레길을 걷고 싶기도 하여 배에 올라탔다.
아침 첫 배를 타고 밤섬 선착장에 도착하여 철 지난 수루미해수욕장의 고운 백사장에 발자욱을 남겨본다.
바닷바람과 파도가 모래를 아주 곱게 빻아 놓은 듯 발자욱도 깊게 들어가지 않고 모래 입자가 곱다.
지난번에는 습지를 통과 하는 둘레길이 여름비로 진창을 이룬 곳이 많았는데, 이번엔 비가 온지 오래되서 걷기에 아주 흡족하였다. 수루미 해수욕장과 습지를 빠져나와 붕구뎅이산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니 면삽지와 황금곰솔 군락지로 가는 이정표가 앞에 서 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물망터를 향해 내리막 길을 걸었다.
산마루에서는 보이지 않던 해변이 가까워지자 귓전으로만 들리던 파도 소리가 눈으로 보인다. 파도에 의해 침식 되던 바위들이 우뚝 솟은 촛대처럼 서 있기도 하고, 누워 있기도 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갯고동과 게들의 서식처가 되어 그들의 천국인 양 하다.
수리바위를 향해 발길을 하는데 그곳에 쉬고 있는 사람에게 물망터 자리를 물어보니 모른댄다. 할 수 없이 섬 기슭 밑 바위 아래 물이 나옴직한 곳을 찾아 웅덩이를 살펴보았다. 바위 틈에 고인 물은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기도 하였으나 결국 찾지를 못하고 돌아서야만 하였다. 누구에게 물어 볼 수도 없어 난감하였다.
물망터란 바위 틈으로 솟아 나오는 샘을 말하는데, 밀물 때면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때 나타나는 샘으로 그곳에 고인물을 퍼내면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민물이 고인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을 뒤져보니 몇 년 전에는 동네사람들이 깃발로 표시를 해 두었다는데, 파도에 쓸려 갔는지 깃발을 보지 못하였다.
물망터라는 아름다운 이름에 반해서 다시 찾아왔건만 안내표지판이 산책로 바로 아래 덩그러니 하나 달려있기만 하고, 바위 어느 곳에도 관광객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안내를 못해준 것이 아쉽다.
물망터를 벗어나 면삽지를 향해 둘레길을 걸었다. 전번에는 붕구뎅이산 능선길로 걸었었는데, 이번엔 그 아래 섬을 감싸 안으면서 낸 둘레길을 걸었다. 둘레길을 조성한지가 오래 되었는지 벤취와 전망대의 마루바닥이 박리 현상으로 떨어져 가고 있었다. 전망대의 데크나 오르내리는 계단의 재질이 천연재질이 아닌 pvc계통의 합성목재여서 차후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것 같기도 하다는 걱정이 된다.
면삽지는 하루에 두번씩 육지와 연결 된다해서 붙여진 지명이라고 전해진다.
비록 무창포에 있는 신비의 바닷길 보다는 작은 규모이지만, 섬과 잇는 모래 길 좌우로 둥그스런 자갈들이 깔려있고, 좀더 아래쪽으로는 공룡의 발자국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처럼 넓적한 바위들이 누눠 있다. 면삽지의 섬에는 바위 틈으로 밧줄을 매어 놓았는데 아마 섬으로 올라가는 길인가 보다.
면삽지로 내려오면서 보이지 않던 풍광이 넓게 펼쳐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파도에 의해 오랫동안 해식이 일어나 동굴을 형성하였는데 동굴안으로 들어가 보니 집채보다도 더 넓다. 밀물때는 바닷물이 동굴안으로 들어와 둘러볼 수 없지만 다행이도 물이 빠져 그 안을 자세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동굴 안에 약수터를 만들어 놓았다는데 지금은 흔적이 없다. 천정 바위틈으로 물방울이 떨어지고, 바위틈으로 이끼류인지 잎 넓은 식물이 붙어 살고 있었다.
물빠진 바닷가 주변으로 부표였던 스티로폼 조각과, 플라스틱 물병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천연자연의 풍광과 어울리지 않는 그 광경이 사진을 찍은 장면마다 나타나니 안쓰럽기만 하다. 자연은 한사람의 발길이 올때마다 훼손 된다고 하더니 그런가 보다. 주워 가지고는 못 오더라도 버리지 않고 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본다.
수루미 해수욕장, 붕구뎅이 산, 차돌백이 산, 물망터, 곰솔, 진너머, 거멀너머, 복쟁이 골, 윗말, 아랫말, 술뚱 등... 참 아름다운 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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