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흔적따라

제24편 ; 대천천 자전거길(참게길)

푸른나귀 2019. 2. 12. 15:35


1. 들어가며


   내 기억으로는 청고을에서 읍내까지 걸어서 왔다갔던 일은 한 열살 남짓할 때 딱 한 번이 있었다.

 시장에 가시는 엄니를 졸라 떼를 써 동이 트기도 전에 엄니는 광주리를 이고, 나는 쭐레쭐레 따라 나섰던 것이다. 비포장 신작로는 청고을과 화성에서 읍내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장터에서 무엇을 하였는지는 기억이 없고, 어둑해지자 돌아 오는 길에 궂고개를 넘으면서 다리가 아파 칭얼댔던 기억과 엄니가 이웃 아저씨에게 사정을 해 우마차를 얻어타고 돌아왔던 것이 아직도 편린으로 남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나이에 왕복 40리 길이었으니 꽤나 먼길이었음에 힘들어 했음이 틀림 없겠다.


 그 후로 서울로 올라가 다시 그 길을 걸을일이 없어졌지만, 언젠가는 한 번 서울에서 고향까지 걸어서 와 봐야겠다고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 다짐이 아들을 낳고 그 녀석이 좀 성장하면 방학동안에 함께 하리라고 생각이 바뀌고, 그 놈이 성장하자 바쁜 직장생활 때문에 포기하게 되었는데, 아들놈이 애비 대신에 대학 다닐때 자전거를 타고 혼자 서울에서 애비의 고향마을까지 주행을 하였으니 꿈의 절반은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까?


 올초에 성주산 장군봉을 오르면서 환갑 전에는 느끼지 못 하던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전에는 성주산, 문봉산, 성태산, 백월산, 오서산 등이 언제든 오르고 싶으면 오를 수 있는 산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올 초에 장군봉에서 은선동쪽으로 거의 다 내려오는데 무릎이 뻐근함을 느껴 바위에 한참이나 앉아 있었다.

 이제는 오르고 싶다고 언제나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점차로 오를 횟수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점점 줄어 들겠구나 하는 걱정에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스스로 나이 들어감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 것은 바로 '죽기전에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준비해 노후에 안식을 찾으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고향의 땅을 직접 두발로 걸으면서 눈에 담으면서 새롭게 보는 것도 리스트에 포함이 된다.


2. 참게는 어디로 올라갈까?


 서해바다의 참게는 어디로 올라가 알을 품을까?

 오래전에 숙부는 대천천에 가서 참게를 잡아다가 먹었고, 근간에도 주민들 중에는 참게를 잡아 먹는다는 소릴 들었다. 청양이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참게의 어린새끼를 방류하여 개울에 참게가 서식한다고 들었다.

 다만 보와 저수지의 댐과 같은 인공물이 서식지 파괴에 영향을 끼쳐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청천저수지는 60년대 초 축조가 되어, 성주산과 오서산 지맥으로 둘러친 분수령 안으로 내리는 모든 빗물을 담아내어 식수와 농,공업용수로 보령댐이 완성될 때까지 읍내에 젖줄이 되어 주었다. 지금은 다만  농업용수로 이용이 되고 그 하천변은 주민의 휴식공간으로 만들어져 도심지 녹색지역으로 제 역활을 다하고 있다.

     

 바닷가 구시장 사거리의 다리밑에서 시작되는 강변 자전거 도로는 청천저수지까지 약 5.5km로 일부구간이 보행자를 위한 보도로 이루어져 있다. 한 두어시간의 걸음으로 만보 걸음은 충분히 채울수 있겠는데 콘크리트 포장에 도색을 한 보행자도로라서 무릎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련지 좀 걱정이 되기에, 지자체에서는 추후에 예산을 반영하여 우레탄 트랙이나 황톳길로 바꾸어 준다면 시민들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향천저수지로 향하며 우측으로 옥마산과 왕자봉, 그리고 장군봉이 펼처지고 성태산과 오서산이 앞전경으로 다가오며 개울을 흐르는 물소리 또한 겨울철새인 청둥오리, 기러기떼들이 헤엄치며 먹이를 찾는 모습이 그림이 되어 다가온다.

 청천저수지에 소수력 발전소가 있는 줄 첨 알았다.


 이 자전거 산책길을 나는 참게길이라 명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