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옥상에다가 화분을 하나 둘 들이면서 하늘공원을 꾸밀 적에 할머님은 모든 화초들이 지심이
있어야 풍성해진다고 하셨었다.
환갑나이 될 때 까지 논밭고랑에서 호미질에,낫질에 온종일을 보내셨을 베테랑 농삿군이었던 할머니
눈에는 손주의 소꿉장난 같은 손놀림에 잔소리를 하셨을 것이다.
지심(地心)...
지금은 할머님과 이별을 한지 열다섯해가 지나갔지만 地心을 얘기 하시던 말소리가 기억된다.
화분에 거름을 충분히 주고,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면 자연속의 흙에서 자라는 화초처럼 우리집 옥상
에서도 꽃들이 풍성해질 것이라 생각하며 할머니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를 않았었다.
엊그제 농막에 갔다가 몇해전 옥상 화분에서 뿌리 나누기를 해서 심어 놓았던 매발톱꽃을 보고서 흠칫
놀랐다.
같은 포기에서 나누기를 했는데 하늘공원의 매발톱꽃 보다 더 튼실하고 이파리가 진하며, 꽃 또한 풍성
하고 탐스럽기가 그지 없고, 매발톱처럼 날카롭게 꽃봉오리의 끄트머리가 휘어있어 보기 좋았다.
일상으로 돌아와 할머니가 말씀하던 지심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사전을 찾아보니 지심이란 단어는 전혀 다른말 지구의 중심으로 기록되어 있을 뿐이었다.
할머니가 말씀하신 지심이란 땅의 힘(심은 힘의 사투리), 즉 지력(地力), 땅에서 올라오는 땅의 기운을
말한 것일텐데 어찌보면 땅의 마음을 표현했을 수도 있으니 地心 또한 맞는 말일수도 있겠다 싶다.
모든 식물들이 뿌리를 땅에 박고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어 올려야 제대로 식물의 역활을 할 수 있는데
우리는 내 자신이 쉽게, 편하게 눈과 코를 즐기려고 화분에,꽃병에 화초들을 가두어 키우는 것은 아닌
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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