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이던가???
그러니까, 석문이 첫혼사 잔칫날인지 아니면 동무들끼리 봄산행을 마치고 대천장에 들러서인지
기억은 가물가물 거리는데 아뭏튼 대천 시장골목에서 할머니 한분이 두릅이며 산나물이며 바리
바리 보따리를 펴 놓고 손님을 부르고 있었다.
그 보따리를 유심히 살펴보니 한켠에 오랫만에 보는 할미꽃이 몇 포기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두포기를 사들고 집에 와 정성껏 심어 놓고 매년 봄이면 그 꽃이 피길 기다린다...
어린시절 그저 뒷동산에 가면 묫잔등 위로 양지바른 곳 어디에든 피어나던 꽃이 할미꽃이었는데
이젠 일부러 힘들이지 않고는 볼수 없는 야생초가 되어 버렸다.
부잣집으로 시집간 큰손녀뿐만 아니라, 산넘어 가난한 집으로 시집간 작은 손녀마져도 도회지로
다 떠나가버려 시골 고향 뒷산에 그렇게 흔하던 할미꽃이 사라졌을까???
자운영, 엉겅퀴꽃은 우리밭에 옮겨 심어 놓아 봄이면 매년 구경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잊고
살아 간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아!!!... 상선약수(上善若水) 꼬맹이하고 몇놈이 무량사에 들렀을때 이 할미꽃을 만났구나...)
할미꽃 옆에 매발톱꽃을 심어 놓았더니 매발톱꽃 씨앗이 할미꽃 화분에 떨어져서 치열하게 서로
경쟁을 한다. 할미꽃만 심겨져 있는 화분의 할미꽃은 왜소 해지는데 매발톱꽃과 함께 자라는 이
꽃은 목아지의 길이가 한뼘은 되게 길게 내민다...
사진을 찍으며 매발톱꽃과 할미꽃의 경쟁 관계를 알아보려 핸폰을 검색 하는데 이 놈들 둘이가
형제나 다름없는 속과 과가 같은 미나리아재비과임을 알아내곤 스스로 놀랐다.
무엇이 같기에 이 둘을 한 통속으로 분류를 했을까???
내가 만약 젊음이 피끊는 청춘이라면 전국 여기 저기를 돌아 다니며 남의집 무덤을 쑤시고 댕기는
도굴꾼이나, 높은산 뒤지고 다니면서 산림홰손 하고 다니는 망태기 총각이 되었을텐데...ㅎ
지금도 그 꿈을 실현하지 못한 자괴감에 옥상의 하늘 공원에서 소꿉놀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꽃들
의 가두어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첨언; 구름안개 산허리 꺽어 휘두르는 곳...성주산를 노래한 도선국사의 감탄사입니다...
그 곳으로 동무들이 봄소풍을 간다하니 역시 풍류를 아는 동무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속에 찌든 때를 미산 막걸리에 너털웃음 한바탕으로 10년은 젊어지시길...ㅎ
(초등 홈피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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