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기억속의 흔적....

푸른나귀 2015. 3. 2. 11:41

 

 

 

얼마 전에 인터넷 지도를 검색하여 신혼 살림을 꾸렸던 동네의 흔적을 스카이뷰와 로드뷰로 찾아보니

그곳이 아직도 개발이 되지 않고 남아 있기에 마눌과 한번 가보자고 했었다.

어쩌면 나보다도 마눌이 이따금 그곳에 한번 가고 싶다고 했었는데도 그냥 무심하게 흘려 듣기만

한것이 아닌가 하는 미안함에 봄을 맞이하여 다녀오기로 한것이다...

 

아침을 먹고 서둘러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섰다.

그때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원주로 가는 동부,중앙고속버스를 타고 두시간 넘게 가야 했었다.

양지 톨게이트까지는 이따금 볼일이 있어 다녀 보았지만 그 후의 영동고속도로는 새삼 새롭게

펼쳐지는 것 같다.

마눌은 그 시절 아들을 데리고 시댁을 왔다갔다 하는 고속버스안에서 눈물깨나 흘렸었다고

가라앉은 말투로 중얼거린다.

 

남원주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시내에 들어서니 네비에 의존하지 않고는 길을 찾을수가 없다.

겨우 그 동네 주변 골목으로 들어서니 눈에 익은 모습들이 한둘 보이는지 마눌의 얼굴이

상기되는 듯 떨리는 음성으로 차창밖을 보면서 말을 전한다.

골목길에 차를 세우고 그 집 대문을 보니 예전 그대로이다.

대문을 열고 우리 신혼살림을 2년 반 동안 꿈을 키워왔던 그 흔적이 남아 있었다.

비록 안집 아주머니는 저 세상으로 긴여행을 가셨다는 말을 전해 들었지만, 개발의 문턱에서

몇집 남지않는 옛집으로 추억을 머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스믈여덟 먹은 아들의 어릴적 영상이 지금이라도 방문을 열고 나와 아장아장  마당을 헤집고

해맑은 웃음으로 반겨줄것 같은 착각에 짐시 빠져 본다...

 

 

                     제목; 1987년 4월 19일의 찬가


                     숟가락 두개
                     이부자리 한채
                     소도시의 작은 월셋방... 


                     세상에
                     가진것 하나없이 태어나 
                     어깨위에 짊어진 짐들을
                     나누어 메기 시작한지
                     어언
                     열 아홉해... 

                     매년 그날이 오면
                     반돈짜리 금반지 끼워 주겠다던
                     약속을 못 지켰더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표현을 못 하였어도... 

                     당신은
                     내게 소중한 사람입니다. 

                     말없이
                     믿어주고 따라준
                     당신에게
                     가슴속 사랑을 전해드립니다... 

                     사랑해요... 

                                           2006.04.26.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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