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산책길(1)....

푸른나귀 2015. 2. 9. 14:12

 

 

엊그제 겨울이 물러서고 봄이 오는 것 같기에 동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망우리역에서 용마산을 거처 아차산성을 지나 광나루역까지 사브작 사브작 둘레길을 걷기로 하였다.

그러니까 꼭 사십년전 면목동에 살던 친구덕에 벌거벗고 바위투성이였던 용마산을 올랐던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언젠가 한번 오르고 싶다고는 생각은 해 보았지만 지금까지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였다.

 

오전 열한시쯤 망우역에서 동무를 만나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한후 망우리 공원을 지나 사색의 길을

걷자니 공동묘지에 뭍여있는 망자들의 속삭임이 바람을 타고 귓가에 스친다.

돌보지 않은 무덤도, 삿갓쓴 높은 비석을 세운 무덤도 사색의 길을 걷고 있는 중생들에게 무언가

한마디 해주고 싶은양 옷깃을 잡아 당기는듯 하다.

 

깔딱고개를 헉헉 거리며 올라서니 희끄므레 구름에 가린 북한산 줄기와 안개에 덮인 서울 동쪽지역

전경이 나뭇가지 사이로 펼쳐진다.

수 많은 사람들이 그 좁은 바닥에서 아웅 다웅 살아 갈터인데 그 모습이 쉽게 그려지질 않는다.

다만 그 옛날 고구려의 장수들이 남쪽을 향해 밀려들던 말발굽 소리만 바람따라 귓가에 웅웅 거리는

환청을 느낄수 있는것 같다.

 

기원전 고구려의 동명성왕(주몽)이 유리에게 왕위를 물려주자 주몽의 왕비 소서노의 아들 비류와

온조는 남쪽으로 내려와 인천의 비류백제와 한강이남 비옥한 땅을 터전으로 온조는 도읍을 위례에

잡고 융성해 나가며 왕조의 기틀을 키워가며 성장해 나간다.

백제가 한동안은 고구려와 같은 조상을 지닌 형제 국가의 선린관계를 유지 하였었지만 한강유역은

고구려 장수왕의 남진 정책과 백제와 신라의 세력이 부딪치는 군사적 요충지로 변해간다.

 

용마산 정상을 지나 아차산성쪽으로 발길을 옮기니 여색을 좋아해 남의 마눌을 탐하려 갖은 수단을

썻던 도미부인의 설화속 개로왕이 결국 고구려의 계략에 바둑으로 국가정권이 흔들리게 되어

아차산성 밑에서 고구려 장수의 칼을 맞고 죽임을 당하는 가련한 군주가 되어 이곳 어디선가

돌이되어 뒹굴고 있을것이라 생각이 든다.

용마산과 아차산 보루마다 그 기상을 뽐 냈을 고구려의 기상이 느껴진다.

 

그 함성을 들었을 듯한 소나무의 후손이...

고구려의 하늘에 떠 있던 태양에 살아 숨쉬는 삼족오의 위용을 표현하듯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마치 후손들에게 전해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다.

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광나루역으로 내려오니 한 네시간 정도의 산책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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