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마음써주신 동무들께 죄송스러움과 감사함을 전하며 한글 올립니다...
초등학교 5학년 가을 부모님따라 딸랑 이불보따리 들쳐메고 장항선 완행열차로 도착한곳이
흑석동 산꼭대기 이모부집 사랑방에 셋방살이로 내 인생이 바뀌었었지요...
먹고살기 힘든시절 내부모님은 하루벌어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도시생활에 보따리행상으로
자식들을 제대로 돌볼수 없는 처지었지만 그래도 그 삶이 부모세대에선 최선이었을 것이고,
나는 촌놈의 티를 벗지 못하고 그 똑똑하고 빠릿한 도시의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었겠지요...
하지만 어릴적 고향에서의 정서가 내 몸에는 배어있어서인지 예의바르고 착실하다는 평이
주의에서는 향상 있어왔고. 또한 서울아이들과의 경쟁에서 선두 그룹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뒤쳐지지 않았기에 평범한 삶을 영위하였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우리 마누라와의 인연을 맺고 30년 가까이 살을 붙이고 살수 있었던것도 이때부터의
인연이었나 봅니다.
내 장모님은 서울올라와 셋방살이 했던 그 이모부의 큰누님이었으니까요...
서른이 넘도록 장가도 못가고 객지생활로 떠돌아 다니던 나를 어려서부터 봐왔기 때문에
가진것이라곤 불알 두쪽밖에 없지만 선뜻 막내딸을 내게 준것도 장모님의 덕이었네요..
몸이 불편하시면서도 내가 처갓집에 들르면 좋아하고 마누라한테 내게 잘하라 신신당부
하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한데 한줌의 흙으로 보내드리니 마음이 허합니다.
못해드린 것들에 죄스러움이 자꾸 생각이 멈춥니다...
아흔해의 삶을 살아오셨으니 호상이라 할수도 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장모님을 천상에 모시고 이젠 그분의 뜻에 따라 마누라와 알콩달콩 살아가는것이 그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아 나가는 길이겠지요...
봄철 경조사로 바빴던 와중에 저마저 동무들에게 마음을 쓰게 해드려 죄송스러웠습니다.
마음을 써주신 동무들에게 감사함과 고마움을 표하며, 그냥 장모님과의 인연을 넋두리 하듯
한 글 올려보았습니다...
사랑합니다...
이 필선 배상
'짧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동네 목욕탕... (0) | 2014.03.04 |
---|---|
엄니의 유물... (0) | 2014.01.16 |
세상만평... (0) | 2012.08.29 |
섣달 그믐날... (0) | 2012.01.22 |
그냥 끌적끌적... (0) | 2011.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