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번주...
볼일이 있어서 서울을 크게 한바퀴 돌았습니다...
서쪽끝 우리동네 신정네거리에서 동쪽끝 먹골의 **막걸리 공장까지 가는길이 전철을 타구서도 꼬박
한시간 반이나 걸리더군요.
쫘르르...
파아란 비닐 패트병으로 쏟아져 나오는 막걸리를 바라다 보니 서울의 누가 이 많은 술들을 그렇게나
많이 먹어 없애는지 궁금 하기도 하더군요.
증재가 관악산에서 먹어 없애는지???... 꼬맹이 도령이 집에서 혼자 먹어 읎애는지???
아님 금호산 산신령이 지하실에 매점매석을 해놓는지???
무척 궁금하더군요...ㅎ
내가 먹어봤자 일년에 한 박스라도 없애 버릴수 있으려나 한번 셈을 해 보았습니다.
아뭏든 거기에 잠깐 있는동안 연신 들락날락하는 주류배달 차량을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게다가 누룩이 뜨는 쾌쾌한 냄새가 어릴적 청천저수지 양조장 찌게미를 생각나게 하였습니다.
일을마치고 다시전철을 타고 되집어 오다가 용산역에 내렸습니다...
삼십 오륙년전 그곳은 휘황 찬란한 별천지 였습니다.
순진하고 착실했던 제가 그곳에서 큰 곤혹을 치르기도 했었지요.
학교를 파하고 용산역에 갈라치면 어느새 어여쁜 아가씨들이 쫏아와 교모를 홱 낙아채 가지고
그들만의 궁전으로 들어가면 난감하기 짝이 없었죠...
그들도 이제보면 내 또래였을텐데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그곳에서 웃음을 팔면서 질투와 시기심에
그렇게 할수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으니 참 늦되도 한참이나 늦되었나봅니다.
논산 훈련소에서 야간 열차타고 용사의 집에 들를때도 그곳은 휘황 찬란한 번화가였는데
세월이 지난 지금엔 가림막이 쳐저있는 재개발구역이 되어 스산하기 짝이 없더군요...
아마 웃음 팔던 그 누이,동생들도 모두 어디에선가 행복하게 살고 있을겁니다...
지금도 울렁거리는 용산역 육교는 예전처럼 흔들거립니다.
학교를 파하고 중국집에서 고량주 한잔 마시고 어둑한 이 육교에 오르면 한강의 강바람과
삼각지쪽으로 이어지는 차량의 불빛이 춤을 추었었는데 지금도 그대로인것 같더군요.
이제는 "기술인은 산업의 역군" 이라며 부추기던 박정희 시절을 이해하는 사람도 적어져서 인지
학교는 건물이 반듯하게 지어져 있어 회색의 그 시절을 기억하기도 가뭇하더라구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의 도서관에 들러 사서에게 옛 교지를 신청하니 없댑니다.
건물을 새로짓고 이리저리 이사를 하다보니 자료가 많이 없어졌다는군요.
그것도 다 세월 탓입니다...
내 사춘기시절 썻던 시 한수를 언제라도 찻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세월이 흘렀나 봅니다...
저녁 노을이 한강철교에 걸치는 것을 바라보며 집으로 향하는 걸음이 막걸리를 부름니다...
( 그냥 토욜날 삼성산에 가서 막걸리 한통으로 입가심 했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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