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섣달 그믐날...

푸른나귀 2012. 1. 22. 15:04

 

세상에서 가장 빠른것이 세월이고, 가장 무서운것이 망각이라더니

섣달 그믐날이 되어 새삼 그것을 일깨우게 된다.

한햇동안 무엇에 웃었는지 무엇에 괴로워 했는지 정리할 겨를도 없이

또 새해를 맞이하고,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아픔도 망각이라는 틀에

짜 맞추어져 잊어버릴수 있으니 이게 무서운것인지 편리한것인지

지천명의 낫살에도 알수가 없다.

 

섣달 그믐날 아침...

오늘은 마눌님 차례상 음식준비를 함게 해줄려고 경건한 마음으로 거실에 

내려왔는데 아들놈이 부산을 떤다.

몇일전서부터 할머니 산소에 다녀온다고 하더니 결국 가장 춥다는 오늘을

D-day삼아 다녀온다고 한다.

집에서 온양까지 전철을 타고, 온양서 선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녀온다고

하는데 마눌님은 걱정이 되는지 자꾸 내게 말리라고 압력을 놓는다.

걱정은 되지만 사내놈이 한번 한다했으면 고생하든 즐기든 제 알아서 하게

내벼려 두라는 내 뜻이 마눌님에겐 마땅치 않은 모양이다.

 

아들놈 집을 나가고 딸년 알바한다고 나가고 마늘님과 단둘이서 꼬지껴주고

굴과 동태포에 밀가루피 입히고, 슈퍼와 재래시장 심부름에 손 하나를 덜어주지만

어찌 제손만 하랴만은 앞으로 올 많은 섣달 그믐날을 이젠 마눌님과 둘이서

보내야 할 일이 많아질것을 생각해 보면 이것도 연습일 것이다.

자식들 시집장가 보내고, 웃어른들 선산으로 가시면 둘이 마주보고 정주는 일뿐이

없지 않을까...

 

대충 차롓상준비 끝내고 마눌님과 동네골목 목간통에 들려 한시간이나 미기적거리다

나왔는데 아직도 마눌님은 돌아오지 않는다.

일년동안 묶은 때가 나보다도 두어배는 많은가 보다...

아들놈 이제사 선산에 도착했다하니 한밤중이나 되서야 집에 도착하겠고...

 

PS;  이곳을 즐겨찾는분들께 새해에 복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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