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주사(酒史)....

푸른나귀 2010. 12. 14. 17:54

 

 

 

퇴근길 추워서 한잔술에 가슴을 뎁히고 퇴근하였습니다...

 

주사(酒史)....

술에 약한 내게도  주사(酒史)가 있더군요.

한잔술에 취했으니 그 이야길 해 볼랍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삽십년전...

81년 1월달 제대를 하고 대구 경북대학교 배자못(살인사건으로 유명했슴) 부근에 대학온실과

젓소 축사를 지으려 한 일년동안 내려간 적이 있었습니다.

소가 조그만 둔덕이 있으면 앞으로 전진을 하지않고, 다리부분에 무엇이든 지장물이 있으면

앞으로 전혀 나가질 않는다는 특성을 거기서 알았지요...

목장 울타리에 가느다란 철사줄로 두줄만 설치하면 소들이 도망을 치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때 축산학과 교수한테 뭣도 모르는 놈이 축사를 짖는다고 내려왔다며 욕만 실컷 먹었었죠.

 

그때 경북대학 시설과 담당감독관이 나와 비슷한 또래였는데 술 좋아하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못살게 굴기에 퇴근후 배자못 부근 삼겹살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술한잔 하자는 내말에 좋다고 따라온 그넘과 마주앉아 김치보시기에 소주두병,그리고 맥주잔

두개만 달랑 놓고 건배를 하였지요.

술이 쎄다고 소문난 그넘도 빈속에 맥주잔으로 넉잔를 대작하니 그냥 가더군요.

비슷한 나이지만 형님 어쩌구 하면서 알랑방구를 끼니 제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집디다.

그넘을 택시태워 보내고 그넘이 사라진 후  난 길바닥에 쓰러졌었습니다.

 

참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객지생활 위안처 배자못 다방의 아가씨가 날 들쳐업고 지하다방 구석 계단밑 그들의 생활공간에

날 눞여놓고 갖은 고생을 했다더군요...

서러워 한참 동안이나 울었었는데 그 아가씨 제 처지를 생각했었는지 술이 깰때까지 내옆에서

시중을 들어 주었다지요.

그러했었는데도 그 아가씨의 얼굴이 젼혀 기억이 나질 않으니 참 이상하죠...

 

전국적으로 건설현장을 쏘다니면서 술과의 인연을 벗어날수 없었는데도 술과의 정듬이 없었는데

요즈음 가끔 한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두꺼비술이 시대의 변천에 따라 돗수가 약해지고 부드러워져 소주 석잔이면 즐겁던 것이

이젠 이슬이 한병도 내몸이 이겨내는 것 같습니다.

 

술한잔에 취하거나 술한병에 취하거나 매마찬가지입니다.

즐거운 마음과 편한 마음으로의 술 한잔은 보약이라는데...

주량으로서가 아니라 즐거움의 척도로 술과 가까히 하는것은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겠지요.

 

연말연시 술자리를 자주할 기회가 많아지기에 주저리 해보았습니다.

적당한 음주가 내 건강과 가정의 평화를 가져 온다는 것을 인식하시구요...

한잔 술이 좋긴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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