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그냥...

푸른나귀 2010. 10. 29. 09:34

 

 

오늘은 조금 일찍 일어났습니다...

 

올해는 예년보다도 그렇게 바쁜 일이 없었는데도 이상하게 봄, 여름, 가을 가족여행 한번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여 가장으로서의 점수가 추락 되고야 말았습니다.

몇일전부터 마눌님의 설악단풍 이야기를 한귀로만 흘려 들었더니, 처형하고 쑥덕공론속에

어제 아침에 횡하고 가출을 해 버리더군요.

잘 다녀 오라고 겉말은 내뱉았지만 뭔지 모를 씁쓸함이 묻어 납니다...

 

엊 저녁 퇴근하여 집안 정리 대충하고, 아들딸 귀가시간 종용하고, 마누라 퇴근길에 매일

먹이주는 길고양이들의 사료를 담아 산책겸 목동아파트 주변길을 돌았습니다.

차량밑에 숨어 먹이를 기다리던 길냥이들이 사료냄새를 맞고 내게로 달려옵니다.

추위속에 어둠이 깔릴때까지 주변을 배회하며 생명력을 부지하기 위해 기다리던 길거리 동물들...

모두가 사람들의 순간적, 이기적인 사랑만으로 팽개쳐진 어둠의 자식들입니다.

한놈은 내게로 다가와 손길을 기다리더군요.

한바퀴 돌고오니 한시간 가량의 산책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마누라의 이런 활동들이 은연히 내게도 이젠 의무가 되어버리는 듯

그 좋아하던 보신탕도 금기시 하게되고, 방안에 개를 키우는 것에 대해서도 기겁을 했었는데

이젠 그놈들을 껴안고 장난까지 치게 되는것을 보면 나도 환경의 지배를 받나 봅니다.

 

오늘아침 조금 일찍 일어나 자식놈들 학교가는 것을 배웅 해주고서야 부랴부랴 출근길에

들어섰습니다.

마누라가 집을 비울때마다 해방감보다는 부담감이 많아지는걸 보면 든자리보다 난자리가

눈에 띤다는 옛말이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설악 비선대의 단풍이 절경이라는  마누라의 들뜬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쟁쟁하게 울려퍼짐을

들으며 설악단풍을 마음속으로나마 담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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