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시월의 끄트머리...

푸른나귀 2010. 11. 6. 14:30

 

 

오늘이 시월의 끄트머리인가???...

 

참 오랫만에 집 구석에서 머슴노릇 똑바로 했습니다.

아침부터 마눌님으로 부터 하달된 명령을 쪽지에 적어 놓고 하나 하나 지워가며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일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정말로 입에선 힘이 부친지 단내가 나더라구요.

 

첫번째 하달된 명령은 옥상의 화분들을 정리하고 물탱크에 심어놓은 고구마를 걷는 일이었는데,

고구마를 캐어보니 알이 통통한게 아니라 무우처럼 길쭉히 아래로 파고 들었더라구요.

밭두렁에 고구마를 심을때 둔덕 고랑을 만드는 이유가 배수 문제뿐만 아니고 고구마의 알이

통통하게 생기라고 흙의 단단함을 느슨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화분에 심었던 고구마는 무조건 아래로 흙의 부드러움을 파고 내려 갔던게지요..

그래도 온 가족이 한번은 쩌 먹을수 있는 고구마를 캤습니다.

게다가 고구마 줄기까지 수확을 했으니 가을 추수로는 마음이 풍요롭습니다.

 

두번째 하달된 명령은 옥상 빨랫줄 다시 매주는 것과 방충망을 달려고 유리를 빼놓은 것

다시 끼워주는 일이었습니다.

빨랫줄이야 나이롱줄 긴것이 준비되어 있어서 간단하게 끝을 냈는데, 이게 화근이 되었어요.

내딴에는 앞으로 빨랫줄이 늘어날 것을 생각해서 좀 팽팽하게 엮어 줬는데 너무 높대나 뭐래나.

이 못난넘이 그냥 넘어 가니까 궁시렁 댑디다.  그거 좀 다시 느슨하게 매주면 될텐데...

유리를 끼울려고 실리콘을 찾아보니 하두 오래된 것이라서 성한게 없더라구요.

할수 없이 다음에 해준다고 하고 공구 핑계를 대고 한가지는 그냥 넘어 갔습니다.

 

세번째 하달된 명령이 대단히 개간스런 일이더라구요.

엊그제 처형하고 설악산에 댕겨오면서 뭔수작을 꾸몄는지 형부네 사무실에서 컴퓨터와 책상,

쇼파, 에어컨, 의자 등을 주기로 했다고 가지러 가자더군요.

정말로 오랫만에 하루를 쉬는데...

남들은 울긋불긋한 옷차림으로 산으로 들로 나가는데...

 

양재동 형님의 사무실은 4층에 있어서 계단을 오르내리며 물건들을 옮기느라 혼났습니다.

몇가지 안된다고 꼬시더니 가서 이것저것 가짓수가 점점 늘더라구요..

멜치구, 업구, 이구 쑈를 하면서 간신히 내려 가지구 용달차에 실었습니다.

저녁 늦게서야 마눌님 가게옆 창고에 다 들여 놓고 보니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그래도, 마눌님은 자기것 된것이 뿌듯한지 얼굴에 미소가 가득합니다...

뭐 집에 들어가면 다리를 주물러 준다고 애교작전을 펴더니만 그만입니다...

 

이용이가 불렀던 시월의 마지막 어쩌구란 노래를 알면 구닥다리 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세월이 흘러 갔나봅니다..

열심히 살아 왔지만 부자가 되는 일은 이젠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 포기를 하여도

마음만은 부자가 될려고 노력을 합니다.

조그마한 일에, 조그마한 얻음에, 조그마한 나눔에...

미소 지을줄 아는 사람이 부자라고 생각합니다...

 

시월의 마지막 날에 몸은 고되었지만, 마음은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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