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無念...

푸른나귀 2010. 4. 2. 23:19

 

      無念 하나)

     70년대 초 서울 도심 삼청공원에는 밤마다 작은 손전등 하나 들고 나무를 올라 타는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공원 초입새에서 산책길 아베크족에게 새점을 보기도 하고, 새장안에 갇혀있는

     새들을 손님들에게 싼값에 방생의 즐거움을 팔고 있는 장사치였다.

     새장안에 가득했던 새들이 모두 팔려 나가 자유를 얻으면, 그의 전대는 두둑 해지고

     찌글찌글한 그의 얼굴에는 희색이 돈다.

     어둠이 깊어가고 아베크족들이 모두 내려가 한적할 즈음이면 그는 또, 손전등을 챙

     겨 나무를 올라타고 어둠속에 잠들어 있는 새둥지의 새들을 꺼내어 허리춤에 차고

     올라온 자루에 담는다...

 

      無念 두울)

     어둠이 깔리고 희미한 가로등불이 아파트 단지를 잠들게 할때, 느티나무 밑에 하얀

     그림자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무엇인가 담긴 비닐봉지를 한손에 들고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쓴 중년의 아저씨가

     그 하얀 물체에 가까이 가서 비닐봉지 속에 담긴 것을 한웅큼 쏟아주고 간다.

     다시 총총걸음으로 한참을 가서 승용차들이 줄지어 주차한 곳의 어둑한 곳에 한줌을

     내려 놓으니 차밑에 웅크리고 있던 그림자가 불을 밝히며 달려든다.

     아파트 입구 쓰레기통 옆에도 노르스름한 그림자가 숨어 있고, 도로옆 쥐똥나무 아래

     에도 검은 그림자가 숨어 있다....

 

     無念 세엣)

     연탄가스가 시멘트 방바닥 균열 사이로 올라와 동치미 국물로 응급 처치 하던 시절에

     그 연탄가스 땜에 사라진 것이 이와 서캐이다.

     등잔불 아래 할머니,엄니,딸이 모여 밤마다 이를 잡는 것이 매일의 일과였던 때가 있었

     다는 것을 기억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 위험하다는 DDT를 하얗게 뿌리고, 후마끼라 불리는 독한약을 뿌려대며 이가 없어진

     다고 얼마나 좋아들 했었는지???

     살기가 좋아지고, 개인의 위생이 좋아졌다는 것으로 그 흔하던 이라는 존재가 자연히

     멸종되어 곤충 도감에서나 사진으로 만날수 있게 되었는지???

     이라는 존재가 없어지면서 우리는 다른 그 무엇을 잃어버린 것이 없었는가 하고 생각 해

     본다.

 

     無念 네엣)

     마누라 가게에서 우리집까지 약 십리길이다.

     마누라는 여덟해를 자전거로 목동 아파트를 끼고 가게까지 출퇴근 하면서 만나던 길냥이

     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 하였다.

     처음엔 그냥 쓰레기통을 뒤지는 길냥이가 애처로워서 한줌씩 주기 시작 하였는데, 이젠

     그 일도 큰일이 되어 어디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마음에 걸린 댄다.

     하여 마음 편하게 다녀 올수 있도록 마누라 없는 날이면 내가 밤 이슬을 맞는다.

     IMF이후에는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들이 길밖으로 많이 쫒겨나와 길거리를 헤매 더니

     요즈음은 그래도 형편이 좀 나아졌는지 유기견은 잘 보이질 않는것 같다.

     하지만 길냥이들은 그 습성 때문인지 어두운 길섶에서 많이들 보인다.

     무심코 지나던 행인들에게 위협을 가하는것 같기도 하고,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흐트러

     놓기도 하고, 교미때에는 어린아이 울음소리 같은 시끄러운 괴성을 내기에 많은 사람들

     이 싫어 하기에 사료를 주는 것도 조심 스럽다.

     하지만 적지 않은 동물애호가(?)들이 음지에서 눈총을 받으면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종로구에서 대대적인 길냥이 소탕작전을 동물애호가들의 반대에에도 무릅쓰고 진행

     하였는데 얼마후 서울에는 없을줄 알았던 쥐들이 극성을 피웠다고 한다.

     모든 생태고리는 자연적으로 치유되고 조절이 된다.

     그 어느 한종이 사라지면 모든 종들이 위협을 받게 되는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이가 사라진것도 어찌보면 좋은 위생상태때문이 아니라 환경이 오염이 되어 이라는

     종속들이 피하여 간것이 아닐까 생각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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