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창밖으로 흰눈이 내린다...
개구리가 땅속에서 튀어 오르고,개나리 진달래 몽우리가 한껏 부풀어 오르는데
세월이 하수상하여 자연의 섭리도 이치를 거스르나 보다.
지난 토요일 오후에...
친구와 한잔 걸치고선 전철타고 꾸벅꾸벅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휴일을 맞아 작은 할아버지댁에
들리러간 딸래미에게서 작은 할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냈다는 전화를 받고 할머니께서 다급히 병원
으로 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급한 마음에게 사촌동생에게 전화를 해보니 전혀 알지 못하고 있기에 확인해 보라고 일러두고
인천동생에게 전화를 하여 우리집으로 차를 몰고 오도록 조치를 취하면서 이곳저곳으로 수소문해
보니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 내게로 다가오고 있슴을 의식할수 있었다.
아버님께 말씀을 드리니 눈물만 쏟으신다.
아직 잘 모르니 내려가서 전화 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리고는 동생과 고속도로를 달려 서해대교를
건널때쯤 보령병원에서 천안 단대병원으로 후송중이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작은집에서 무서움에
떨고 있을 딸래미도 걱정이 되어 사촌동생에게 단대병원으로 먼저가서 조치를 취하라 하곤 고향
으로의 무거운 발길을 달렸다.
어두운 익낭 골목길에 들어서니 딸래미가 눈물을 쏟으며 날 반긴다.
걱정하지 말라며 다독이면서 대충 집안 단속을 하곤, 천안으로 내빼니 자정이 훌쩍 넘어선다.
응급센터앞엔 소식듣고 달려온 사촌동생들이 숙모님과 함께 넋이 나가 있었고, 응급조치를
취한 숙부님은 인공호흡기를 달고 가쁜숨을 내밷으면서 생과사를 넘나들고 있었다.
네댓살 먹었을쯤 논산훈련소에 면회가는 할머니를 따라가겠다고 울며불며 수랑뜰 다리까지
쫒아가서 결국 훈련받고 있는 삼촌이 나를 번쩍 들어주며 좋아하던 모습...
고향집 웃방에서 안방의 엄니가 막내 여동생 태어나는 모습을 삼촌과 호기심에 훔쳐보던일...
삼촌 결혼식을 갬발 고향집 안마당에서 할때 마냥 즐거워 하시던 모습...
방학때마다 익낭 작은집에 들리면 탄광에서 일끝내고 새카만 얼굴로 장조카 왔다고 좋아하시던
모습...
아흔넘으신 당신 어머님을 한번 제대로 못모셔서 미안하다며 우시던 모습...
벌초때마다 든든한 장조카가 있어서 좋다고 웃으시던 모습...
가난한 집안에 둘째로 태어나 나약하신 울아버지 보다도 자식사랑을 덜 받고 자라셨지만,
천성이 착하시고 튼튼하시어 가운을 일으키는데 당신의 몸을 아끼시지 않으셨다.
밤낮없이 갬발 먹뱅이 고개를 간드레불로 밝히시며 당신의 자식 넷을 훌륭하게 키우셨다.
향상 고향에 계시면서 타향살이 하는 내게는 고향을 연결해주는 끈끈한 탯줄이 되어 주셨다.
밤새워 중환자실 앞에서 살아주시기를 기도 하였지만, 가쁜숨을 멈추시고 평온을 찾으셨다.
그 어려운 어둠의 터널을 헤쳐 나갈때 얻은 광산에서의 진폐가 발목을 더 잡았다고 한다.
시신을 모시고 고향으로 가는길에 눈물이 가슴속을 메이게 하였다.
꽃상여를 타시고 구슬픈 요령소리를 들으시는지 마시는지 한인생 훌훌 털어 버리시고...
양지편 뒷동산 양지바른 곳에서 백월산 바라보며 진달래꽃 보시라고 묻어 드렸다.
참 오랫만에 나흘동안의 고향 내음을 즐기고 장항선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제는 익숙 해져야 할 이별 여행을 치르고 집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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