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업무차 서울외곽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밤늦은 길에 갑자기 생리현상이 발목을 잡아
갓길에 차를 세우고 으슥한곳을 찾았다.
키 낮은 덤불을 앞에두고 허리춤을 느슨히 하면서 바지섶을 내리고 긴숨을 몰아 내쉬니
체내의 모든 불순물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는듯 시원하기 그지 없었다.
혹시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지나 않을까 염려되어 대충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뒤 돌
아 서다가 어두운 하늘을 보고 그만 놀라버렸다.
이렇게 차디찬 하늘에 찬별들이 그렇게 많이 떠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서울근교의 하늘에도 이렇게 찬란한 별들의 군무가 존재할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우리집 옥탑방위로 떠있던 스므개의 별들 보다도 초롱초롱하고 영롱하기 짝이 없는 보석들이
까맣게 채색되어 있는 하늘속에 살아 숨쉬면서 나를 반기는것 같았다.
북동쪽 하늘에 오리온자리의 삼태성도 보인다.
어릴적 오줌매려워 잠자리에서 툇마루로 나와 일을 보면서 추녀밑 고드름 사이로 보이던 별들이
모두 여기에 모여 있었다.
하늘에 떠있는 별들은 길 잃은 나그네의 희망이다.
우리 가슴속에 향상 머금고 살아왔으나 잊고 살아가는 동심속의 꿈이었다.
우리는 평상시 땅에 떨어진 별들만 보고 산다.
길가에 어둠을 밝히는 휘황찬란한 네온싸인에 눈을 뺏기고, 빠르고 높은 악다구니에 귀를 뺏겼으며
고닮은 삶의 굴레에 가슴을 잃어 버렸다.
향상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땅바닥에 고정 시킨채 앞으로만 전진 한것은 아닌지???
동심에서 수없이 들어왔던 별들의 이야기들을, 잊고 살아왔던 별들의 꿈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밤늦게 동쪽에서 서쪽으로의 올림픽대로 질주를 하면서 내 가슴속에 담겨있던 희망의 별들이
녹록지 않은 현실속에서 사그러져 가고 있다는 것에 순응하지 못하고, 끝까지 부여잡고 싶은
과욕은 아닌지 생각하게 하는 밤이었다.
별을 보며 별 볼일 없는 넋두리를 날리면서...
우리집 옥상위에 떠 있는 스므개의 별 보다도 많은 희망을 다시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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