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쪼그리고 생각하며(3)...

푸른나귀 2010. 1. 29. 11:28

 

    일주일에 한번쯤은 1.3M2 좁은 공간에 갇혀 道를 닦을때가 있다.

    아침에 집에서 볼일을 보지 못하고 서둘러 나오다 보면 어쩔수 없이 사무실의 이 작은 공간

    을 찾게 된다.

    앞 출입문에 붙어 있는 '금연'이란 빨간 문구와 옆에 걸려있는 철지난 시사 주간지 그리고,

    원통형 커다란 두루마리 휴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지그시 눈을 감는다.

    점점 따뜻하게 달아오르는 엉덩이의 촉감을 음미하며, 똥꼬에 힘을 가하면 뱃속에 갇혀있던

    노폐물이 엉덩이를 박차고 쏟아져 내린다.

    편안한 마음으로 양변기와의 맺은 인연을 생각해 보노라니 피식 헛웃음이 나온다.

 

    바야흐로 도심의 철거민들과 농촌에서 무작정 상경하는 이주민으로 인해 도심 외곽 높은

    지대에는 다닥다닥 판자촌이 생기고, 판잣집 바깥마당에 허술하게 지어진 뒷간엔 아침마다

    나래비를 서서 기다려야 했었다.

    그 때까지도 주로 사용하던 것이 푸세식이라서 요령을 갖고 볼일을 봐야만 잔해물에 튀기는

    것을 방지할수 있어 발 뒤꿈치에 한껏 힘을 주고선 발사후 엉덩이를 들거나 좌우 이동이 필수

    요건이 되었었다.

 

    중학교 2학년 때이던가 용산 원효로에 살던 친구네 집을 방문하게 되었었는데, 그집은 일본식

    적산가옥으로 그 당시만 해도 내가 살던 흑석동 산동네 판잣집과는 다른 세상을 보는것 같았다.

    동무 어머님이 내 놓으신 바나나라는 것을 처음으로 맛을 보게 되었고,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희한한 먹거리를 보고 염치없이 게걸스럽게 먹다가 그만 뱃속에서 탈이 났었다.

    동무가 안내한 그집의 뒷간은 실내에 있었으며, 말로만 듣던 욕조와 뎅그러니 하얀색의 양변기

    라는 것이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급한 마음에 올라타서 일을 보기는 했는데 사후처리를 어떻게 할지를 몰라 무척 당황하다가

    결국 물내리는 것을 생략하고 나와야만 했었다.

 

    (돌아가신 울 할머니할배는 지푸라기똥고, 울아부지엄니는 세멘푸대똥고, 나는 작깃장똥고...

     울마눌님은 두루마리똥고, 울자식들은 이제 물똥고가 되어 갈것이다...)

 

    어찌보면 똥을 비료로 사용했던 조상들의 자연순응의 조화를 문명이라는 편리함 때문에

    물 한양동이로 쏵 쏟아 버리고는 깨끗함을, 위생적임을 강조하는 현대인의 이기심들이

    후대의 인간들에게 죄를 짓고 사는것이 아닌지???

    그 동안 변해온 물질적 풍요함이 삶의 패턴을 바꾸어 놓고 있지만, 무엇인가 그 만큼의

    상실을 가져오는 것에 대하여 1.3M2 좁은 화장실 비데위에서 엉덩이의 따뜻함을 만끽

    하면서 아날로그가 디지털 시대를 쫒으면서 그리고, 투쟁하면서 살아 가는듯한 우리네

    삶에 대하여 허튼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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