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세월 그리고 망각...

푸른나귀 2010. 4. 30. 11:45

 

     어릴적 어느 한여름...

     고향 초가집 추녀끝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툇마루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깊은 잠결의 나락으로 빠져 들은적이 있었다.

     한참후 깨어났을때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훤하게 비치니 학교에 늦을줄 알고 주섬

     주섬 책보를 챙기고 달려가면서 오로지 빨리 학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산길을 걸으며, 논두렁길을 달리며, 개울을 건너면서 선생님께 혼날 생각만 머릿속에

     그리면서 내달렸었다.

     텅빈 학교앞에 가서야 해가 중천을 지나 서쪽으로 향하고 있슴을 의식하곤 힘없이

     왔던길을 되돌아 온적이 있다.

     그때는 하루를 이틀같이 살아온 것 처럼 그렇게 느릿느릿 지나 가는것이 시간이었다.

 

     가슴속 사무치게 애닲아 했던 이별을 고한지 어느새 49일...

     시간이란 것은 나이에 제곱비례 하여 속도를 낸다더니 그새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잊혀질수 없을것 같은 장지에서의 눈물도 거짓말처럼 잊어버리고 살아온 것이다.

     인간이 여든을 넘게 살수 있는 것도 쉽게 망각할수 있는 머리와, 나이가 들을수록

     시간이 빨리 흘러갈수 있기에 가능 하다더니 그런가 보다.

     내가 고향에 대한 애정을 품으며 살아온 것도 사실은 그곳에 인연의 끈이 연결되어

     수시로 달려가도 반겨줄 사람이 있었기에 존속되어 왔을 것이다.

     일찍 외지로 떠난 장조카가 방학이 되어 장항선 완행열차를 타고 내려오면 막장의

     탄광에서 채닦지도 못한채 한걸음에 집으로 돌아와 반겨주던 모습이 그립다.

 

     내일 새벽에 고향길을 달려 갈거다.

     그분의 형님과 장조카, 그리고 조카손녀는 양지편 골자기에서 그리움을 떨칠것이다.

     이제는 고향길의 연결 고리였던 그분의 빈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할것 같다.

     딸래미와 백월산 꼭대기에 올라 그리움의 고향땅을 가슴속에 담아 오련다...

     이젠 이별에 익숙해져야 하는 인생 후반에 대하여 생각의 변화를 가지련다...

     빠른 세월의 흐름속에 고요한 평정심을 찾아 아웅다웅 아귀다툼 속에서의 삶을

     되돌아 생각 해봐야 할때가 온것 같다.

     인생 반절의 세월을 보내고 나머지 반절을 어떻게 지낼 것인지를 정립해야 할

     그 싯점이 온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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