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밤나무골에서 보내는 편지(셋)...

푸른나귀 2009. 5. 3. 21:09

 

       오월의 징검다리 연휴속에 밀려 오가는 행락 인파에 끼이지 못하고, 왼종일 작업장을

       지키려니 오금이 저려온다.

       작업자들도 의욕이 없는지 작업의 능률이 현저하게 저하 되는것을 느낄수가 있다.

       핑계삼아 조금 일찍 하루 일과를 접고서 물한병 손에들고, 비닐봉투 한장 주머니에

       집어넣고 건너편 산자락의 끄트머리를 찿아 들어섰다.

       오후 다섯시 이지만 잘하면 정상에서 평원에 지는 노을을 구경할수도 있겠다 싶어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능선이길로 오르는길은 이젠 제법 신록의 푸르름을 느낄수 있으며, 그 푸르름 밑으로

       습기가 전해져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키작은 제비꽃과 붓꽃의 보라색꽃이 발에 밟일세라 숲길을 조심스럽게 타고 오르는길엔

       먹음직스런 드룹나무순이 가시덤불속 사이로 눈에 뛴다.

       손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가지를 당겨 순을 따서 코끝에 대어보니 향기가 아주

       그만이다.

       준비해온 비닐 봉투에 담아 들고선 정상을 향해 발길을 재촉한다.

       길섶에 마치 어릴적 즐겨먹던 시엉처럼 보이는 잎이 보이기에 가까이 가보니 외래종인

       돼지풀이다.

       이놈들은 전국의 많은 산과 들에 강한 번식력으로 영역을 침범하는 바람에 순수 우리의

       야생초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일년생인 이풀은 풀이라고 하기보다는 나무와 같이 이파리가 넓직하게 자라며,자라는 속

       도가 매우 빨라 키가 커지면 그밑의 잡풀들은 그 그늘로인해 고사하게 되고, 검은색의 열매

       또한 다닥다닥 붙어 번식력에는 당할 재간이 없다고 한다.

       산행을 하며 그놈들을 만나면 밑둥지를 뽑거나 부러트려 제거하는 것도 이젠 내 산행의

       일부분이 되어 버렸다.

 

       한시간 만에 오른 정상에서 석양을 바라 보려고 기다리고 있노라니, 발밑엔 기와 부스러기

       몇조각이 흩어져 보인다.

       삼국시대 고구려의 산성터 흔적이라고 하며,봉화대가 설치되어 운용이 되었었다고 한다.

       경기도 이천땅과 안성땅과 그리고 충북의 음성땅이 경계를 이루는 마이산(472.9M)에 올라

       쭉 뻗어 내려가는 중부고속도로를 따라 이천땅과 안성땅 그리고 음성의 벌판을 내려다 보며

       노을지며 저물어가는 오늘을 기억속에 남긴다.

       아마 삼국시대 고구려군도 신라쪽을 바라보며 이곳 어느 망루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고향에 두고온 처자식을 생각했을 것이다...

 

       석양이 내려 앉는 망이 산성터 하늘 위로 소리개 두마리가 하늘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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