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여섯시만 되면 동네 이장님의 뭐라 하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립니다.
산에 부딪치는 메아리 때문에 우리는 도통 알아 들을수 없는데도 이 동네 사람들은 잘도
알아 듣는 모양입니다.
오늘도 그 스피커 소리에 자리를 접고 일어나서는 들녁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너른 벌판에 이양기가 왔다갔다 하며 모심는 모습을 보노라니 세월을 흐름을 느끼게
하네요.
1980년대에 군을 제대하고 강원도 원주에서 건축직 공무원 생활을 잠깐동안 맛 보았었는데,
그때 담당했던 마을이 문막 부근 만종이란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대부분 농사를 지으며 양계장을 꾸려 나가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는데, 좀 이웃 마을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면 대부분 주민이 한센병(문둥병)을 앓고 있던 나환자촌이었습니다.
(현재는 과거와는 다르게 환경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농촌의 공무원이 다 그랬듯이 내 주 업무인 건축 인허가 부분의 업무 보다도,
대민 봉사활동이 더 많은 양을 차지 하기도 하였습니다.
난생 처음 볍씨를 소독해 주는 일도 해보았으며, 도면하나 가지고 그 동네의 개울을 따라
설치된 보(돌보,나무보,콘크리트보)를 조사하여 경작면적(몽리면적)을 구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치악산 산중턱에 불이났다 하여 그 험한 산중턱에도 올라 가 보기도 하였습니다.
모심기 작업을 도우면서 허리가 끊어 지는듯한 아품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 합니다.
시원한 바람이 갓 심어놓은 볏 모종을 흔들거리게 합니다.
어린시절 못줄을 잡고 농삿일을 보태던 추억이 아스라 합니다.
이양기의 꽁무니에서 철커덕거리며 모판의 모종을 자동으로 심어 주는 모습이 환상적입니다.
대대로 살아온 이땅의 농부들에게서서 땀으로 논바닥을 가득 채웠을 그 농경지를 이양기는
아는지 모르는지 줄 맞추면서 잘도 심어져 갑니다.
한참을 논두렁에서 모심기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누런 흙탕물속에 녹색의 볏모가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지는 광경에서 그모습을 잊고 살던 내게 그리움을 전해줍니다...
아참!!!...
엊저녁에 논두렁길을 걸으며 논바닥을 보니 거머리와 올챙이들이 보이더군요.
거머리를 나뭇가지로 집어 올려보니 제법 통통 하더라구요...
'짧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시벌로마(施罰勞馬)의 꼬리글... (0) | 2009.07.11 |
---|---|
장마에 대한 넋두리... (0) | 2009.07.08 |
밤나무골에서 보내는 편지(셋)... (0) | 2009.05.03 |
밤나무골에서 보내는 편지(둘)... (0) | 2009.04.27 |
밤나무골에서 보내는 편지(하나)... (0) | 2009.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