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시간이 끝나기전부터 내리는 비는 내겐 이익의 손실이다...
많은 작업인원이 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고 손을 놓아야 하는 건설 현장에선
매일 기상청의 날씨에 민감하게 대응을 하지 않으면 이렇게 차질을 빗고 만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내게 생각하고 쉴수있는 여유를 주기에 하늘을 탓하진 않는다.
5Km밖 면소재지에서 배달해주는 저녁으로 한끼를 때우다가, 오늘 작업자중에 20년된
인삼주라며 갖다준 술병에서 술한잔을 종이컵으로 따라 마셔 보았다.
한잔술에 불콰해진 얼굴을 달래려고 사무실의 창문을 여니 짙은 어둠속에서도 불효를
해 어미의 무덤이 떠내려 가는줄 아는 개구리들의 합창소리가 요란스럽게 시원한 바람
을 타고 얼굴에 부딪친다.
조용한 산골속 이런 밤은 젊은시절부터 객지생활에 젖은 내게 향수를 가져오기에 그것을
은연히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학교를 마치고 군에 다녀와서 시작한 객지생활의 연속속에서 가정을 갖으며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형성하고 어린애들과의 부모님,그리고 날보고 시집온 식구에게 가족적인 정을
버릴수 없어 많은것들을 포기하고 객지생활을 접긴 하였지만, 직업의 특수성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따리 둘러메고 전국을 헤맬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이따금 있었다.
자식들이 커가고,세월이 흘러감에 이제는 가정에서 나의 존재가 흐릿해지는 것인지 가장
의 객지 출장에도 자식들이나 집사람이나 무덤덤하게 받아 들인다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자식놈들 이젠 "잘 다녀 오세요" 한마디 인삿말로 모든것을 대신 해버리니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떠돌뱅이 생활을 하는 것인지 아리송 하게 생각 될때가 이따금 생긴다.
서른해 가까히 사회생활을 영위해 오면서, 이젠 이렇게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의 할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이렇게 고요한 밤에 개구리소릴 벗삼아 책장을 넘기기도 하고, 상념에 젖어 상상의 나래를
펼수 있다는것 그 자체가 행복한 삶이 아닌가???
아귀다툼 속의 사회생활을 아주 벗 어던질수는 없지만, 이렇게 주어지는 내 삶을 나는 즐긴다.
이렇게 가족과 떨어져 한동안 살아 보는것도 가정의 중요함을 일깨워줄 수있는 기회이라
생각하며 즐긴다.
너구리라는 놈은 야행성 동물이라 밤에 산에서 내려와 작업현장 뒤집어 놓는다.
아침에 현장에 나가보면 그놈의 발자국이 어지럽혀저 있고, 그놈의 화장실은 꼭 지정된곳에
한무더기를 싸 놓는다.
하기사 그놈이 차지했던 영역을 내가 침범하여 홰방을 놓았다는 말이 옳겠다.
이 어두운 창밖 어디에선가 나를 원망하면서 처다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벌써부터 모기와 파리가 달겨들고 저언덕 비탈의 젖소에게서 풍겨오는 냄새가 고약할지라도
이곳에 지내게될 몇개월의 시간이 내겐 많을것을 남겨줄것 같다.
문명이 주는 편함을 떠나면 자연은 불편함도 편하게 해주는 마력이 있다.
우리가 어려서 살아왔던 그 모든 모습이 자연스러웠던 것이라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것은 버리고, 두고 가야할것이기에 불편함을 즐겁게 받아들일수 있는 여유를 조금씩
인식하고 행해야 한다고 본다...
별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 개구리는 울고, 너구리는 밤눈을 밝힌다...
'짧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나무골에서 보내는 편지(셋)... (0) | 2009.05.03 |
---|---|
밤나무골에서 보내는 편지(둘)... (0) | 2009.04.27 |
4월에... (0) | 2009.04.18 |
우물안 개구리의 꿈.... (0) | 2009.03.27 |
봄맞이 대행사... (0) | 2009.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