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양천현에서 부천현으로
파발을 뛰우면
정랑고개를 넘어야 했다.
그 옛날...
양천고을의 한 양반 나으리가
고갯마루 남향받이 능선이에
제 죽어 후손발복할 자릴
지관에게 부탁 하였었나 보다.
양천에서 부천으로
큰길이 나 부평까지 이어지고
능선이 옆으론
고급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니
후손발복한 자리임이 틀림 없으련만,
그 양반
누워있던 봉분은
왜송(리끼다 소나무)으로 흔적 찾을수 없고
제물 올리던 상석은
산책로옆 반쯤 땅속에 뭍이매
객쉼터된지 오래인듯 하고
위풍당당하게 갓쓴 비석은
땅바닥에 쓰러져
비바람에 풍화되어 이름 석자 보이질 않네...
그 양반
봉분앞에 꿋꿋히 세월 지킨듯한
문인석 한쌍만이
그누가 옮겨 놓았는지
근린공원 초입새에서
제 주인 지키지 못하고
망부석이 되어
지나치는 차량들만 쳐다보고 있더라...
피에수; 엊저녁 잠결속에 뒤척이다가 산책길에 잠깐 허리아파 앉아 쉬었던
그 상석의 주인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 죽어 흩뿌려지면 그만인데...
이름 석자 남기려 돌에 새기어도 세월속엔 무디어지는 것인데...
살아 생전 잘 하자구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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