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세상의 모든것에는 그에 따르는 격이 있다.
물건들에는 품격이 있고, 동물과 식물들에게는 물격이 붙여지고
인간들에게는 인격이 있어야 하고 신들에게는 그에 걸맞는 신격이
붙여져서 그것의 격을 맞춰야 제 구실을 할수 있는 신천지가
될 것이다.
우리집에는 두놈의 견공이 더불어 살고 있는데,
그놈들은 종종 신성한 인간의 격을 넘볼려 하기에 이따금 내 발등이
그놈들의 배때지에 부착시켜 확실히 추종의 관계를 형성하려다가
도리어 아이들과 마눌님에게 야만인이라는 혹독한 말을 듣게되니
이따금 나와 그놈들만이 집안에 있을때 얼차려 교육을 시행한다.
사실 그놈들도 나 혼자 집에 있는것을 알면 슬금슬금 방귀퉁이에서
얌전히 쪼그리고서는 나와의 눈길을 피하려 한다.
두놈중의 한놈은 진돗개와 변견이 합작을 하여 만들어진 놈으로
두해전 아들녀석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느 할머니가
가지고 가서 키워보라 해서 얼떨결에 끌고 왔었다.
겨우 젓을뗀 강아지가 불쌍해서 우유를 주고 재워도 주니 자라면서
뽀순이라는 이름까지 얻고 안방을 제집처럼 차지 하게 되었다.
또, 한놈은 시츄와 마르티스의 짬봉으로 마눌님 가게 앞을 몇일간
배회 하는것을 가엾다고 밥을 두어번 주니 다른곳으로 가질 않더란다.
마누라와 아이들의 통사정에 의하여 그놈도 목욕시키고 돈들여
털깍고 점순이라는 이름으로 안방으로 입성하기를 성공하였다.
개들에게는 개에 어울리는 개격이 있어야 하는데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것 같아 이따금 불평을 하지만 요상하게도 그놈들은
나를 제외한 모든 가족에게 사랑을 받으니 이해 할수없다.
털빠져 하루에도 몇번씩 청소기를 들이 밀어야 하고, 그놈들도
생리때가 되면 제놈들끼리 올라타고 엉덩이를 흔들어 대고
어떤때는 인형을 자기 새끼인양 낑낑거리며 물고 다니며 어쩔줄
몰라하고, 먹을것에는 환장을 하듯이 덤벼 들기도 하고...
그래도 아이들과 마눌님은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는 그놈들이
그렇게도 좋은가 보다.
오랜세월을 인간과 가장 가까이에서 사랑을 받으며 그 유전자를
이어온 개과의 종은 생존의 법칙을 확실히 터득한것 같다.
비록 개털에 불꼬실리고 된장이 발려져도 그 생명력은 아마
인간이 멸망할 때까지 이어질것이다.
나도 개고기를 즐겨 먹었었지만 언제 부터인가 일을 놓은 겨울철
에만 두어번 몸을위해(?) 음식으로 음미할뿐이다.
애완용으로 우리 주변에서 사랑받다 버려지는 견공들을 보면 안타갑고,
인간의 즐거움을 위하여 개격을 무시하고 견공의 본능인 유전자
전달의 기능을 거세해 버리는 인간들도 안타갑다.
휴일날 츄리닝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려 하면 두놈들은 아우성이다.
그놈들의 변치울 비닐봉지 두어개 손에들고 두놈들을 끌고 약수터 산책
길에 나서면 그놈들은 신나서 힘이 솟는다.
내가 그놈들에게서 사랑을 받을때는 그때뿐이다.
이땅에 태어난 견공들은...
거실이 아닌 흙바닥에서 뛰놀 권리가 있다.
암놈은 숫놈을,숫놈은 암놈을 사랑할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일제 사료가 아닌 국산 짬밥을 먹을 권리가 있다.
아무곳에서나 순수한 퇴비를 뿌릴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인간처럼 목청높이 노래할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인간을 개처럼 끌고 다닐수있는 권리가 있다.......
2007.02.26.
'짧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바람 났다네!!!... (0) | 2007.06.24 |
---|---|
희망의 봄날을 그리며... (0) | 2007.06.24 |
뒤웅박과 어릴적 동무들... (0) | 2007.06.24 |
다시보마!!! 제물포... (0) | 2007.06.24 |
늦가을의 유혹... (0) | 2007.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