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옷깃속으로 스며 들어오니 하늘공원의 화분들도
겨울 채비를 하여 들여 놓을때가 된것 같다.
국화향이 만발 하여야 할터인데 올해는 내 조그마한 실수로
그만 그맛을 못느끼게 됨을 아쉬워 한다.
하여, 도심에 살며 조그마한 공간에 화분을 가꾸던 중 실수담
몇개를 엮어보려 한다.
하나;탱자같은 귤나무
내 어머님이 건강하실 적에 제주도에서 귤나무 묘목을 들고 오셨다.
탱자나 열린터인데 뭣하러 힘들게 그것을 예까지 들고 오셨냐고
나나 내처나 공연한 일을 하셨다고 투덜대며 큰 화분으로 옮겨 심었다.
늦은봄,하얀 꽃몽우리가 가지끝으로 매달리더니 가을엔 제법 귤의 모양새를
갖춘 푸른 열매가 주렁 주렁 매달리는것이 아닌가?
배나 사과의 꽃도 많이피면 솎아주어야 열매가 실하게 매달리듯 귤의 꽃들도
그러하리라 생각하고 실한놈만 남겨두고 솎아내려니 마늘님이 말린다.
꽃이라도 즐겁게 볼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었었는데 올해는 모두다
실하게 열렸다.
히지만 강북의 귤나무는 탱자가 되듯 모습만 귤이지 속은 비어있기에
겨우내 방안에서 눈으로 즐길뿐이다.
두울:구절초 같은 국화
몇년전 송도 비취호텔 담장에 피어있는 들국화향에 취해 차 트렁크에 가지고
다니는 호미를 꺼내 과감한 절도 행각을 벌인적이 있었다.
군대시절 익힌 전후좌우 경계를 확실이 확인하고 신속,정확,감쪽의 세단계를
무사히 치른후엔 매년 가을 국화향에 취할수있었다.
올 여름, 마눌님이 집안을 치우다가 김빠진 맥주 반병을 어찌할까 망설이기에
무심히 국화분에 뿌리라고 말하였는데 그것이 그만 즐거움을 앗아가버렸다.
김빠진 맥주는 화초에 영양분이 될것이라는 무지에서 온 결과이다.
그래도,올봄 꺽꽂이로 분나누기를 해 놓았기에 망정이지 절도한 꽃 모두를
술에취해 버릴뻔 하였다.
셋;동사한 무화과
작년 가을 화분들을 방안으로 옮기면서 커다란 물통에 심겨진 무화과 나무를
집안으로 들이려니 꾀가나서 일회용 돗자리로 둘러쳐 주고는 겨울을 넘겼다.
별로 추위도 없고 해서 무심하게 그렇게 보냈었건만,
날이 따뜻해진 봄날이 와도 잎이 피질않아 꺽어보니 동사한게 아닌가?
마눌님이 가장 아끼는 무화과를 내 게으름으로 인해 죽어버림을 아까와하며
화분을 없애려 하였건만 혹시 모른다하며 마눌님이 그냥 두잰다.
고목에 꽃피겠냐며 다른것을 심자고 말하여도 듣지 않기에 내버려 두었더니
여름이 되서 밑둥지에서 새싹이 나오는것이 아닌가?
올해는 무화과를 따먹는 맛을 잊었지만, 내년엔 다시 맛볼수 있을것이다.
오늘 새벽 일터로 나갔다가 허탕치고 돌아와 하늘 공원을 정비하였다.
고추나무도 치우고, 고구마도 수확하여 온가족이 맛을 보았다.
좁은 텃밭을 옥상 한귀퉁이에 만들어 놓고 한해가 시작되고 끝남을
이곳에서 느낄수 있기에 나는 이곳을 사랑한다.
2005.11.06.Sun.
'짧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식에 대하여... (0) | 2007.06.24 |
---|---|
시간 여행 (0) | 2007.06.24 |
여보게들... (0) | 2007.06.24 |
청계천 통수식을 바라보며... (0) | 2007.06.24 |
노후를 위한 터를 마련한다면... (0) | 2007.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