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장밋빛 스카프 후기

푸른나귀 2007. 6. 11. 22:21

 

 

    홈플러스 앞 도로에 차를 세우고 두리번 거리고 있을때
    건너편에 서있는 여인이 그녀임을 바로 알수 있었다.
    30년의 세월을 훌쩍 건너 뛰었는데도, 알아 볼수있다는
    것에 사람의 직감력에 대해 생각 해보게 한다.
    간단하게 수인사를 하고 강화쪽을 향해 차를 몰았다.
    길옆에서 약간 들어간 카페에 차를 멈추고 창가에 자리를
    잡고 한참동안 말없이 얼굴만 바라다 보고만 있었다.



    차 한잔을 마시며 옛시절의 이야기를 꺼내자 금새 그시절로
    돌아가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쌍갈래 묶은 머라가 파머머리로 변하였고, 눈가의 주름살이
    인생의 연륜을 말하여 주지만 그녀가 하는 습관적 제스츄어는
    언뜻언뜻 소녀적 시절을 기억하게 하였다.
    내가 살아오면서 힘들고 어렵게 세상을 돌파 하였듯이
    그녀도 숱가락 두개로 시작한 인생살이가 고달펐었나 보다.
    지금은 어느정도 자식들 다 키우고 살만 하다는 말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꺼내기 어려운 본론을 머뭇거리며 이야기 하였다.
    그놈도 이따금 이야기 하곤 하였는데 혹여 그녀가 불편하다면
    이렇게 사는것을 알고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리라고...
    사내놈이 그시절 느낀 감정과 소녀가 느낀 감정이 사뭇 다를수도
    있기에 그것을 뛰어넘을수 있다면 친구로써 알아감도
    좋으리라고...
    고개숙인 그녀의 눈에선 그 시절을 잊고 살아온것이 보였다.
    삶이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나도 그렇게 잊고 살아온 것 같다.



    해가지고 어둠이 내려 앉을적에 그놈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바꿔주자 믿지를 못하고 생년월일을 말하랜다.
    57,12.**일이란 그녀의 답에 말을 잊지 못하고 기다리랜다.
    어둠속 창밖으로 그놈이 이곳을 향해 걸어오는것을 보았는데
    들어 오지를 않는다.
    밖으로 나가 보니 마음을 추스리는지 머뭇 거리는것을 보았다.



    서로 얼굴을 들지 못하고 곁눈으로 훔쳐보는 그들을 바라보며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것을 볼수 있었다.
    그넘의 말에 의하면 그들은 황순원의 소나기 같은 교과서 사랑이고
    나의 사랑은 음란서적 대하소설 사랑이래나???
    그래 그래도 좋다!!!...
    나중에 제수씨에게 혼나지 않을 정도로만 친구로 지내라며
    어둠에 깔린 소 도시를 빠져 나왔다...

                   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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