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家族...

푸른나귀 2007. 6. 11. 22:12
 


         젊은 시절...
         샘터라는 조그마한 월간지가 있었다.
         비록 책의 두께나 사이즈는 자그마 했지만 순수 문예지로 독자들과 글쟁이들의
         소박하고 정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기록하였기에 독자들의 심금을 울려 주었었다.
         비좁은 통학버스에서나, 일을하다 쉴적에, 어디를 여행할때에도 지니기 간편하게
         읽을수 있어 남녀노소 많은 독자층을 형성 하기도 하였다.
         우리네의 책읽기 싫어하는 사람들까지도  시,수필,소설,시조등의 여러 문학장르를
         쉽게 접하도록 많은 노력을 하여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있다.



         그전에 샘터사의 경영위기가 닥쳤을때엔 정기구독으로 구해보기도 하였었는데
         오래전 언젠부터인가 내곁을 떠나고 없었다.
         우연히 접한 샘터잡지를 펼쳐보니 내 그시절 특히나 즐겨 보았던 작가 최인호의
         가족이란 연재소설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30년이란 세월을 연재할수있는 작가의 집념앞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작가가 그려낸 아들 도단이,딸 다혜가 어릴적의 모습들을 보며 후에 나도 결혼하면
         그렇게 사랑스러운 가족을 형성하리라 다짐 했었는데, 그 아들딸이 장성하여
         결혼도 하고 나름의 세계를 꾸려가고있슴을 작가는 지금까지도 그려내고 있었다.



         家族...
         우리집에는 번듯한 가족사진이 없다.
         동생네집 안방벽에는 동생내외와 조카둘이 함께 사진관에서 번듯하게 찍힌 사진이
         액자속에 담겨져 사랑스런 가족임을 자랑하며 내려다 보고있다.
         내 마눌님은 우리도 그렇게 한장 찍어보자고 내게 수차례나 이야기를 꺼냈었다.
         일언지하에 거절의 뜻을 내비치면 씁쓸히 하면서도 속으로만 서러움을 삼켰을것이다.
         나의 고집스런 가족의 의미와 내 마눌님의 가족의미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저세상에 계신 할머님과,몸을 추스리지 못하는 어머님과 아버님,그리고
         결혼한 남동생 식구들과,시집간 여동생 가족까지도 나는 가족이라 생각하였다.
         우리집 안방벽엔 부모님 환갑때 찍은 가족사진만이 존재 할뿐이었다.



         세월이 흘러...
         여느집에 방문하였을때에 거실에 걸려있는 그네의 가족사진을 접하여 바라보니
         나도 어느새 아들과 딸이 제 의견을 말할수 있는 나이가 되었슴을 느낀다.
         집에 돌아와 넌즈시 우리도 가족사진 한장 찍어보자 하니 자식들은 좋아한다.
         마눌님은 이마와 눈가의 주름살이 가득한 이때에서나 찍자고한다며, 그전의
         서러움을 넋두리에 섞어 질타를 한다.



         아들녀석이 올해 실패한 대학 잘 들어가고, 딸녀석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내년봄이
         오면 내 아내와 내 아들과 내딸 데리고 사진관으로 무조건 달려 가리라...
         나의 고지식한 아집때문에 눌리었던 내 마눌님에게 사랑을 표하리라...
         家族...
         다시한번 그 뜻을 되뇌이게 한다.
         다시한번 그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200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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