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밖으로 따스하게 내리 비치는 태양과 한그루 벗나무의 하얗게 피어 오르는 꽃잎들을 바라보며 불현듯 어디론가 뛰쳐 나가고픈 충동을 느낀다. 무거운 안전화를 벗어 던져 버리고 등산화로 바꿔 신고, 두꺼운 작업복도 벗어 책상위에 팽개쳐 버리고, 직원들에게 얘기도 없이 작업장을 벗어났다. 도로로 나오자 시내버스엔 월미도 벗꽃축제 프랭카드를 달고 시원하게 달리고 있었다. 지하도를 건너고 건널목을 건너 주변에 있는 대학 캠퍼스에 다다르니 젊음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청춘들이 보인다. 목련꽃 새하얀 꽃잎들이 길섶을 덮고 노오란 개나리가 연록의 이파리와 어울져 아름다운 수채화를 보는듯 하다. 중년의 머리 허연 손님이 캠퍼스안을 어슬렁거림이 이상한지 젊은이들이 흘끔흘끔 쳐다보는 듯도 하건만 개의치 않는다. 목련꽃 그늘아래 벤취에 앉아 흥얼거리며 4월의 노래를 불러본다. "목련꽃 그늘아래서 벨테르의 편질 읽노라~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벨테르의 편지가 무슨 내용이었을까? 떨어지는 목련의 처량한 꽃잎이 싫어 자리에서 일어선다. 언덕 숲길을 벗어나 대운동장옆 산책길엔 벗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꽃비려니 바람이려니 꿀벌이려니... 고개를 숙여 발밑 새싹들을 보고, 고개를 들어 구름처럼 펼쳐진 벗꽃을 보며 무아지경에 이른다. 길섶 바위에 앉아 넓은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젊은이들을 바라본다. 그들과 같은 시절들이 내 삶의 흔적중에 있었을텐데... 아득히 먼 옛날 서른해전쯤의 일이다. 푸릇푸릇한 잔듸위에선 십여명의 젊은이들이 화음을 맞춰 둥글게 모여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주변의 벤취에 살며시 앉아 귀를 기울인다. 봄이 오는 소리가 이런것이 아닐까??? 이런날... 인생의 절반을 줄기차게 살아왔건만... 아름답다고 눈과 귀와 입으로는 느껴지건만... 왜 이리 가슴이 허전한 것일까??? 꽃비는 빈가슴을 원하는 것일까??? 그런 나이여서 인가??? . . . . 그래도 무심한 세월은 꽃잎따라 흐른다... 200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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