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비오는날의 공염불...

푸른나귀 2007. 6. 11. 21:51

 

   큰비가 남쪽으로 부터 올라온다 하더니
   아침나절 햇빛이 들길래 작업을 진행시켰건만,
   점심식사후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푸념어린 공염불을 하게된다.



   개구리복 입고 전역하던 80년대 초...
   철조망 울타리 안에선 나가기만 한다면 못할것이 없으리라 느꼈었건만,
   막상 사회속에 팽개쳐지니 두려움이 앞섰다.
   하루하루의 삶에 지친 부모님과 날로 커져가는 동생들의 학자금,
   그리고 나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등이 물밀리듯 어깨를 짓눌렀었다.



   영동의 고속터미널 부근 그리고,강남의 높은 빌딩에는
   중동으로 일하러 나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었고,
   그틈새에 보잘것 없는 이력서를 가지고 그들과 같이 뛰었었지만
   아무 경력도 없고 사돈의 팔촌빽도 없는 내겐 기회가 오지 않았다.
   두어해 고생하고 오면 화곡동쪽에 허름한 주택이라도 장만할수 있을터인데
   그렇게 되질 않았다.



   청계천 수표교 부근 건설회사에 어찌 입사하여
   시작된 객지 생활이 내 신혼시절까지 이어져 십여년을 돌아다녔었다.
   대구로,영천으로,원주,춘천, 주문진,정선....
   아이들이 성장하며,서울로 정착을 하였어도 떠돌이 생활은 계속되었다.
   백령도,철원,적성,화천,일산...
   그렇게 내 젊음을 불사르다 보니 어느새 머리만 히끗해졌다.



   깊은산속 허름한 가설 사무소에는
   해지고 어두움이 몰려오면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처마끝에 켜둔 방범등으로 온갓 나방들이 몰려와
   밤새도록 춤을 추다가 새�鳧� 되면 사무소 외벽엔 짝을 지어 교합을 이룬다.
   이성도,사랑도 모르는 미물들도 때가되면 짝을�O고,
   시기나 질투를 영원히 같이 하지않음은 인간보다도 더 우월할지 모른다.



   외로움과 고독함을
   젊은시절부터 객지 생활하며 잘 터득하였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대쳐해 왔었건만,
   이렇게 비가내리는 날이되면
   허전한 마음에 몸이 뒤틀리는건 왜일까???



   "비오는 날이 공치는날"이라고...
   "펭끼통 인생"이라고...
   건설인을 낮게 바라보는 인식들이 존재하며
   다리가 내려 앉고,빌뒹이 무너져 내리면 모든 비난이
   건설 기술인에게 비난의 화살이 쏘아지지만
   묵묵히 그들의 자리에서 자존심과 긍지를 갖고 헤쳐 나간다.



   대한민국땅엔 내 자식들이 스므놈도 넘게
   전국각지에 살아가고 있스며 나를 기다린다.
   언젠가 디지털 카메라 둘러메고
   그들과의 대화여행을 떠나 보련다... 

                                 2005.8.
        

'짧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은 계란이다...  (0) 2007.06.17
장밋빛 스카프 후기  (0) 2007.06.11
"장밋빛 스카프(1)"  (0) 2007.06.11
家族...  (0) 2007.06.11
빈 가슴에 꽃비는 내리고...  (0) 2007.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