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흔적따라

제178편; 청라 '金凡夫 歸虛自誌'碑

푸른나귀 2024. 2. 29. 18:04

1. 들어가며

 

   소릿골로 귀향하여 몇 년을 살아왔다는 지인을 통해 숲속 바위 위에 글씨가 빼곡한 비석을 보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위 위에 비가 있다면 묘갈명도 아닐 것이고, 무엇인지 궁금하여 그의 안내로 소릿골로 들어섰다. 백월산 줄기의 아랫부분인 해발 150~200m 되는 마을 옆 산을 들어서는 계곡의 한 비탈의 바위 위에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보기엔 몇해 되지않은 듯 보이며, 장비를 사용하여 설치한 듯 높은 바위에 기단돌을 놓고 상하부 2단의 오석을 사용한 비석이 깔끔하게 보였다. 바위에 올라서서 비문을 살펴보니 김범부(金凡夫)의 귀허자지( 歸虛自誌)라 쓰여있고, 세운 시기가 2001년으로 겨우 20여 년 전의 일이었다.

 김범부가 누구인지 핸드폰으로 검색해보니 문학작가 김동리의 형으로 나온다. 

 김범부(金凡夫,1897~1966) 는 경주출신으로 제2대 국회의원, 계림대 학장을 지낸 철학과 불교 등 동양철학에 힘을 기울였던 학자로 「풍류정신」과 「건국정치의 이념」이라는 저서를 남겼다고 검색이 된다.

 어떻게 그런 인물과 무슨 인연이 있어 이곳에 흔적을 남겼는지 궁금하여 사진을 찍어 집에 돌아와 훓터보니 나의 커다란 착오였다.

 ' 凡夫 '란 이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적 의미로 1.번뇌에 얽매여 생사를 초월하지 못하는 사람 2.평범한 사람을 말하는 명사였다. 즉 필부(匹夫; 1.보잘것없이 평범한 남자 2.한 명의 남자)를 말하는 것으로 김동리의 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이 비를 세운이는 이곳에서 태어나 읍내에서 살아왔던 필부(광산 김씨, 在燮 )가 자신이 죽어 뭍일 곳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생과 철학을 돌에 새겨서 남겨 놓은 것이라 하였다.

 주민의 말에 의하면 그곳을 영면의 자리로 하지 못하고 건너편 산자락에 유택이 마련 되었다고 한다.

 그가 세상을 마치며 하고 싶었던 말들이 돌에 새겨져 천년세월이 흐른 후에는 성주사지 낭혜화상비처럼 후대에게 전해질런지 비가 세워진 바위 위에는 솔고루가 그득하다.

 비를 세운 지 스물네 해가 지나 동네 사람들에게도 잊혀지는데, 한참의 세월이 흘러 누군가가 이 비를 발견하고 망자의 말에 귀 기울여줄 사람이 있으려나?

 사람이 육신을 버리면 혼은 바람이 되어 세상을 떠 돌아다닐 터인데, 그 혼들 중에 이 바위에 걸터앉아 범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영혼이 있으려나?

 어쩌면 이 비도 몇 십년이 더 지난 후에는 향토유물로 인정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 기록해 보았다.     

 

 

2. 참고자료

 

   @ 위치 ; 보령시 청라면 소양리 산 37

 

   @ 내용발췌

        松隱 金凡夫 歸虛自誌 檀紀 四三三四年 辛巳 四月 三日

宇宙悠玄하고 乾坤定位森羅에 人之所以萬物於最靈也者는 其惟思考를

發於言語하고 踐於實行하야 同群共衆으로 極大化連聯生活하고 文字表記로

時空障壁을 超越하야 過去未來를 看破하니 繼往開來達觀이라 相生相克은

永生不滅의 大自然이라 有는 無에서 化生하고 無는 有의 虧盡이라

未發之元은 理素原迷하고 己發之果는 素發形成이라 無聲無臭無形無色의

寂寞空虛는 無極之元이요 有聲有氣有形有色은 太極之亨이라

光無體而色潤하고 色無聲而發素하야 化應而作하고 散華而虛하야 有無가

本乎隱顯興消하니 水盈科而後에 流下之利하고 花萬發而後에 結實之貞하니

事有始終하고 物由本末하야 物非自意요 滿化均是天然이라 予亦天地由因이요

父母之遺體로 一切眞源이라 自妄迷魂으로 借乎烏石之面하야 誌銘所感이라

光金以姓이요 名焉在燮이오 字曰維性이요 號曰松隱으로 虛負生平에 一無可述하니

自愧黃昏이라 皇考諱曰光遠이요 字曰敬範이요 號曰潤松하니 生而非凡이요...(이하생략)

 

   @ 소양리 소릿골 마을 뒷산 기슭 바위 위에 세워진 비석

   @ 자연석 바위에 돌기단을 세우고 직육면제 기둥위에 오석으로 된 평면형의 비석 몸체를 세웠다.

   @ 소나무 숲사이로 비석의 높이는 개략 1.5m 정도 가름된다.

   @ 비석의 상하부 각면에는 빼곡하게 글씨가 각인되어 있다.

   @ 비석 상부의 후편

   @ 비석 정면 글의 시작 부분으로 좌에서 우로 읽도록 되어 있다.

   @ 기단 위 직육면제 비석의 몸체에도 사방이 글로 꽉 채워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