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산

보령의 산(제39편; 청라 박살뫼(매봉산))

푸른나귀 2024. 2. 17. 20:04

1. 들어가며

 

 경기도 안성의 칠장산에서 태안반도 안흥진까지 약 295km의 산줄기를 금북정맥이라고 칭한다. 청라 소양리 스므티에서 장현리 우수고개까지 약 6.4km에 해당하는 11구간 중 한부분을 다녀왔다. 이 구간은 백월산에서 오서산을 향하는 보령과 청양의 분수령으로 200~300 고지를 오르내리는 순조로운 산행로를 가지고 있다. 예전에 대정산과 안산(살푸쟁이 산)을 다녀온 적은 있었으나, 음현리 뒷산을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 금북정맥 11구간을 연결하여 타보기로 하였다. 

 

 우수고개는 위현(渭峴)이라고도 불리며, 조선시대 금정도의 금정역에서 이인도의 청연역까지 연결되었던 중요도로로 질치소로(垤峙小路)에 해당되고, 스므티는 금정역에서 남포로 연결되는 보안원대로(寶安院大路)의 구간에 속하였다. 

 우수고개를 들머리 삼아 대정산(해발 258.7m)을 오르는 길은 약간 가파른 듯 하지만 금새 산등성이가 나타난다. 왼쪽으로 화성은 밤나무 단지를 조성하여 시야가 넓게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여 오서산을 조망하기 힘들다. 능선을 따라 가다보면 화성쪽은 대체로 활엽수림이 활발하고 청라쪽으로는 소나무가 활성화 되어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바람의 영향으로 기온차가 생기기 때문인 것 같다. 대정산에서 직진을 하여 보령고개에 다다르니 움푹 패인 것은 고갯길을 몇 백년동안 주민들이 오갔기 때문일텐데 이제는 오가는 사람이 없어 잡목이 엉클어져 보인다. 이 길을 통해 오가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떠났을까 잠시 헛된 생각을 담고 안산을 향해 가파른 길을 오른다.

 안산(해발 270.0m)은 지명표기가 없지만, 장현리 사람들은 안산이라 불리우며, 신산리 사람들은 살푸쟁이산이라 불리운다.

 안산을 지나 내리막을 남동방향으로 한참을 가면 무너미 고개가 나온다. 물고개라고도 하며, 이곳을 신산리 사람들은 농수를 확보하기 위해 삽과 곡괭이로 화강리쪽 까지 고개를 파서 수로를 냈다. 지금은 가뭄이 들어도 관정을 파 농업용수를 확보하지만, 옛 사람들이야 하늘에 기대해서 농사를 지었으니 얼마나 고단한 삶이었을까? 얼핏 보이는 농수로의 흔적을 보며 양 고을농부들의 치열한 물싸움을 보는 것 같았다.

 

 물고개를 지나 610번 지방도를 건너는 물편이 고개를 만났다. 대천천의 수계와 무한천의 수계를 가르는 고개로 고개 정상에 떨어진 빗방울이 반쪽은 대천 앞바다로 향하고, 반쪽은 무한천과 삽교천은 지나 아산만으로 흐르는 장대한 여정을 갖게 되는 분기점이다. 도로를 건너 다시 음현 뒷산을 향하는 산행로는 급경사를 이룬다. 해발 287m나 되는데, 봉이나 산의 명칭을 얻지 못하고 뒷산으로만 불리니 이곳에 거주하는 산신이 있다면 서운하게 생각할 것 같다. 음현 동네 친구가 멧돼지를 만났다고 하는 말을 전해 들었었는데, 곳곳이 흙을 주둥이로 파헤친 흔적들이 난무하다.

 (287봉이 지명이 지도에도 표기되지 않아 옛부터 현지인들이 부르던 이름이 궁금하여 음현리에 사는 친구(이용복, 57년생)에게 알아 보았다. 음현리 마을에서 이 산을 바라다보면 매(소리개)가 날개를 펼치고 있는 형상을 가진 산이라하여 '매봉산'이라 불렀고, 신산리나 화성의 화강리쪽에서 바라다보면 됫박에 쌀이 봉긋하게 올라온 형상을 가진 산이라하여 '됫박뫼(됫박+뫼(山)' 또는 '박쌀미(됫박+쌀+미(米))'라 불렸다고 한다. 이것으로 볼때 '됫박산'이나 '박살뫼'로 산이름을 되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박살뫼에서 조금 더 직진하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직진코스는 아마 마쟁이 고개쪽으로 흘러가는 내리막길인 것 같다.

 그 길을 버리고 좌측으로 내려오니 음현리와 장계리를 잇는 은고개가 나온다. 음현의 한자표기가 陰峴, 奄峴, 隱峴 등으로 표기 되는데 隱峴이 가장 적당하다고 본다. 음현리에 신선이 살았다는 선유동(仙遊洞)이 위치하고, 은고개라 하는 지명이 살아 있으니  隱峴(은고개)가 타당하다고 본다.

 

 한 갑자 건너편, 방학이 되면 은고개 이모 할머니 집으로 놀러와 몇 일 몇날 밤을 지내며 토끼 올무, 꿩 싸이나(청산가리) 놓는 여섯살 위인 아저씨를 따라 온 골짜기를 다니고, 참외 원두막에서 친구들과 개똥벌레를 쫒던 추억이 은고개 말랭이와 겹친다.

 그 추억의 고갯길을 지나 스므티재를 향하며 왼쪽방향의 화성 농공단지가 들어온다. 남향받이 능선길은 주민들에 의해 밭으로 일구었던 산말랭이 밭이었다. 그 당시 싹 튀운 소나무였더라도 60년 생은 되었을 것이니 밭의 희미한 흔적만으로도 감회가 새롭다. 이 말랭이 밭에 의지하여 살아왔던 이들이 기억되고 그리워지기도 한다.

 드디어 스므티 고개에 도착하였다. 백월산과 오서산을 잇는 생태환경의 복원을 위한 생태통로 작업이 수년에 걸쳐 진행중이다. 보령시내와 남포면, 청라면을 감싸고 솟아 있는 화락산, 잔미산, 봉화산, 옥마봉, 왕자봉, 장군봉, 문봉산, 성태산 백월산을 잇는 성주산 지맥과 봉황산, 마산, 배재산, 진당산, 오봉산, 시루봉, 오서산, 금자봉을 잇는 오서산 지맥을 연결하는 우수고개~스므티 구간을 오늘에 다녀옴으로 보령의 내부 순환등산을 완성하게 되었다. 

 

 

2.산행 여정

 

    @ 출발 지점 ; 보령시 청라면 장현리 2-3 (우수 고개)

    @ 도착지점 ; 보령시 청라면 소양리 167-13 (스므티 생태통로)

 

  ◎ 2024년 2월 14일 13;30 우수고개 출발 ▶ 13;50 대정산 정상(해발 258.7m)  ▶ 13;55 보령고개(직)  ▶ 안산(살푸쟁이산, 270.0m, 직)  ▶ 14;40 무너미(물)고개(직)  ▶ 14;50 물편이고개(610번 지방도)  ▶ 15;00 신산리 표기 벤취  ▶ 15;30 음현 박살뫼(해발 287.0m)   15;35 능선길 삼거리(좌)▶ 15;50 은고개(직)  ▶ 16;10 스므티 하산

 

   @ 우수고개(위현; 옛 금정역과 보령 청연역을 잇던 길로 고갯길 아랫마을에 파발들이 쉬어가던 우수원이 있던 곳) 

   @ 대정산(해발 258.7m) 가기전 시야가 트인 화성쪽 전경

   @ 백월산에서 오서산으로 잇는 금북정맨의 대정산 정상(해발 258.7m) 표지판 

   @ 대정산을 지나 보령고개로 가는 길 우측으로 시야가 확보된 오서산 정상

   @ 장현리 사람들이 화성장을 이용할 당시의 지름길인 보령고개

   @ 대정상과 엇비슷한 높이의 산(해발 270.0m)으로 장현리 사람들은 안산이라 불리며, 신산리 사람들은 살푸쟁이산이라 부른다.

   @ 부정실고개로 스므고개까지 3.4km이고 보령고개까지 2.0km이다. 보령고개에서 우수고개까지 1.0km 도합 약 6.4km에 해당한다.

   물(무너미)고개는 예전 신산리 새말 사람들이 농수가 부족하여 화강리 부정실에서 끌어들인 물길있는 고개이다. 

   @ 610번 지방도로 보령의 대천천과 청양의 무한천의 수계를 나누는 분수령으로 물편이 고개라 일켵는다.

  @ 물편이 고개에서 음현 뒷산인 박살뫼(287.2봉)으로 오르는 급경사 지대

   @ 287.2봉 정상(됫박산, 박살뫼, 매봉산)의 표지판과 정상을 알리는 띠지

   @ 청라 음현리과 화성 장계리(금계동, 깅기동)를 잇는 은고갯길

   @ 한 갑자전 다녔던 은고갯길을 이제사 밟아보는 감회가 새롭다.

   @ 한 갑자 전 소양리와 음현리 사람들이 산능선이를 개간하여 참외 원두막이 있었던 밭이 이렇게 변하였다. 

   @ 스므티 하산지점엔 생태통로 공사로 백월산과 오서산의 줄기를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