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산

보령의 산(제 36편 ; 청라 말미산(駒山))

푸른나귀 2024. 2. 5. 18:56

1. 들어가며

 

  한 갑자 전 초등학교 다닐 때 청라초에서 청천저수지 제방 위로 소풍을 다녀온 기억이 있다. 십 여리가 넘는 신작로를 걸어 궂고개 전에서 말미산 고개를 넘어 제방을 가는 산길 밑은 시퍼런 저수지 물로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60년대 초 읍내 간사지의 농수확보와 생활용수 및 홍수로 인한 대천천의 범람을 막기위해 만든 저수지 제방은 '60년대 중반 초등학교 소풍지로 자리매김을 하였던 것 같다.

 고향에 돌아와 수시로 궂고개를 지나면서 언제 한번 그때의 소풍길이 흔적으로 남아있는지 가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발길을 내디뎠다. 소풍길은 향천리 궂고개 아래 양조장에서 말미산 능선이를 넘어 저수지 제방으로 향하였던 길이었으나, 이번엔 말미산 능선이를 쭉 돌아보고자 화산리 향천교에 차를 세우고 출발하였다.

 향천교에서 제방 산책길을 따라 저수지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의 정문을 지나 수문이 있는 제방에 올랐다. 가까이 물속으로 머리를 숙인 말미산 동쪽 산머리와 건너편 서산, 멀리는 백월산이 보인다. 제방 끝에 다다르자 산비탈 사이로 희미하게 낙엽이 쌓인 산행로가 보인다. 잠시 오르니 능선이 보이는데 좌측으로 길을 잡아 동쪽 끄트머리까지 가 보았다. 성주산의 장군봉과 향천리 마을이 가까히 눈에 들어오는데 모두 눈에 익숙한 산하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되돌아 나와 읍내쪽으로 향하니, 골프장으로 통하는 산행길이 보이고 제방에서 올라오던 길이 나오는데 능선길을 직진하니 누가 쌓아놓았는지 돌탑 한 기가 세워져 있다. 이곳이 말미산의 최고봉(해발 98.0m)이다.

 

 돌탑을 지나 화산리쪽으로 계속 발걸음을 하는데, 우측으로 마산 아래 독정이 마을이 보인다.

 독정마을 정류장에는 작은 비각 하나가 세워져 있는데, 이는 '천휴당 이몽규(1510~1563)의 신도비'이다. 이 신도비의 내용을 훓터보면 청천저수지 주변의 지리적 환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청라산은 막막한데 청라수는 유유히 흘러가누나. 돌아갈지어다. 거닐 곳 있으니 즐거워서 근심 걱정 잊으리라. 광채는 버리고 참을 보존함이여 알아주지 않음을 뉘우치지 않았구려. 죽어서 슬퍼하고 살아서 영광일 줄 어찌 기필했을까?'

 현재의 청천저수지 제방 부근의 말미산 아래에 대천천과 옥계천이 합류되어 굽이치던 계곡에 정자를 지어놓고 즐기었던 옛 선비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말미산의 어원을 생각해보면 독정 마을 뒷산이 마산(馬山)으로 불렸으며, 보령병원 앞쪽 산이 마미산(해발 100m)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고, 버듯골 뒷산이 말머루산(해발 118.0m)으로 불린다. 이 주변 사람들이 대체로 말과 관련하여 산이름을 불렀는데, 말미산의 어원도 말과 관련 되었으리라 생각이된다. 말미산은 '말+뫼(山)'가 변형되어 '말미'라고 불리다가 어느 시기엔가 '말미+산(山)', 말뫼+산(山)'으로 산이 중첩된 이름으로 변경된 것 같다.

 김맹권이 지은 누정 '만취당'이 무너지자 그의 증손 태국(泰國)이 1661년에 증수하면서 팔경서문을 지었는데, 그 글에 의하면 말미산을 양반들은 구산(駒山; 망아지산)으로 표기하였으며, 독정마을 뒷산을 큰 말에 비유하여 마산(馬山)으로 부르고 지금의 말미산을 망아지산 (駒山), 즉 작은 마산으로 불린 것으로 추정된다. 건너편 지금의 서산을 화악(花嶽)이라고 불렀음을 알 수 있다. 

 87.0봉을 지나 화산리쪽으로 완만한 경사 능선길을 걸어 내려오면서 한 갑자 전 소풍길을 떠나던 아이들을 생각하며 원점회귀하였다.

  

   

2. 산행여정 

          @ 출발 및 도착지점 ; 보령시 화산동 산 19-10 (청천교 밑)

 

      '24년 2월 4일(일) 13;40 청천교 출발 ▶ 14;00 한국농어촌공사 정문 ▶ 14;05 청천저수지 제방 ▶ 14;15 말미산 능선(좌) ▶ 14;20 동쪽 줄기 끄트머리(유턴) ▶ 14;25 말미산 능선 회귀(직) ▶ 14;35 말미산 정상 돌탑(해발 98.0m) ▶ 14;50 87.0m 봉 ▶ 15;00 화산동 묘지 하산 ▶ 15;15 청천교 회귀

 

   @ 청천교에서 바라본 청천저수지와 말미산, 멀리 오서산이 보인다. 

   @ 농어촌공사 정문으로 들어가 뒷편 저수지로 향한다.

   @ 저수지의 갑문과 말미산 동쪽 모서리가 서산쪽으로 고갤 숙인다.

   @ 제방 건너편이 서산이며 뒤쪽으로 진당산 줄기의 배재산쪽이다.

   @ 제방에서 바라다 본 대천 시가지

   @ 저수지 제방 끝으로 인적 드믄 산행길이 낙엽 속에 비친다.

   @ 능선에 오르면 화산고개에서 향천리 골프연습장으로 연결된 산행로를 탄다.

   @ 동쪽 끄트머리에서 바라다 본 성주산 장군봉 줄기

   @ 같은 자리에서 바라다 본 향천리 마을

   @ 한 갑자 전 초등학교 소풍 때 이산을 넘어 청천 저수지로 오면서 이 바위에 걸터 앉아 쉬었을려나? 

   @ 말미산 정상에 쌓아놓은 돌탑

   @ 돌탑을 지나 화산리쪽으로 향하며 바라다 본 독쟁이 마을

   @ 화산리 하산 지점에 새로 조성된 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