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산

보령의 산(제34편 ; 외연도 봉화산)

푸른나귀 2022. 5. 7. 18:43

1. 들어가며

 

   고향땅으로 내려와 한번은 가봐야 할 곳으로 외연도를 꼽았었다.

 서해바다 멀리 아련하게 떠 있는 '연기에 가려진 듯한 섬'으로 알려진 외연도는 봉화산(해발 238.3m) 과 망재산(해발 171.4m), 그리고 당산(해발 72.5m)으로 형성된 뫼 산(山) 모양의 지형을 하고 있으며, 대천항에서 대략 41km 떨어진 곳으로 페리호로 약 두 시간가량 걸린다. 

 보령의 섬 70여개 중에서 원산도와 삽시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으로 약 200여 가구에 주민의 수는 500여명에 이르는데, 실제 거주민 수는 어선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상당 수 들어와 일을 하고 있어, 통계 수치보다 다소 많을 것으로 선착장에서 외노자들을 보면 느낄 수가 있다.

 부두에서 마을의 한 가운데로 나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섬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느낄 수 있는 생활 양식을 엿볼 수 있다. 지붕이 해풍에 날려가는 것을 방지하려고 밧줄로 지붕을 꽁꽁 치맨 모습과 빗물을 받으려고 커다란 물통들을 갖춘 모습이며, 마을 한 가운데 덮개 덮인 우물을 쉽게 볼 수도 있다.

 언덕배기를 오르면서 예전에는 밭을 일구어 채소와 곡식을 심어 먹었던 흔적들이 남아 있지만, 육지로 나갈수 있는 교통수단과 넓은 바다에서 잡은 해산물을 보령항으로 곧바로 옮겨 공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보되어 예전처럼 빈곤한 삶을 살지 않아도 되기에 묵밭이 되어가는가 싶다. 하기사 한세대 전이라면 섬사람들의 삶의 애환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고기를 잡아도 판로가 적당하지 않았고, 양식을 구하기에 땅은 좁으며, 땔나무를 구하기도 만만하지 않았을 것이며, 작은 문화생활도 누리지 못하는 섬생활을 감내하고 살아왔으니, 육지를 향한 탈섬의 욕구도 강하였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젊은이들도 되돌아올 정도로 수입이 나아지고, 정책적인 지원도 점차 좋아지고 있기에 섬사람들에게도 활력을 느끼게 하고,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외연도도 살기좋은 곳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마을을 벗어나 명금능선에 오르니 비상시에 헬기가 내려앉는 헬기장이 좌측으로 설치되어 있고, 앞쪽으로 몽돌해안이 보인다. 좌측으로 봉화산에 오르는 산행로에 접어드니 약간 가파른 계단길이다. 좌우로 찔레의 하얀꽃이 향기를 내뿜으며 찔롱이라 불리는 연한 순을 내주어 입안을 달다름하게 적셔준다. 으름은 숲을 덮으며 자줏빛인 제 색을 녹여내고 있다. 발아래로 달래며 둥글레, 애기똥풀, 심지어 독초로 알려진 천남성까지도 얼굴을 내민다.

 잠시 숨을 고르려고 뒤를 돌아다보면, 눈앞으로 펼쳐진 외연도 마을의 아기자기한 모습과 당산 뒤로 대청도, 중청도가 선명하게 다가오며, 망재산 뒤로 펼쳐진 횡견도와 주변 섬들이 고요하고 짙푸른 바다위에 떠 있는 한 조각의 그림이된다.  횡견도 뒤로 보이는 아스라한 섬이 전라도 땅이 된 어청도이다. 어청도는 원래 충청수영성의 관할로 보령의 땅이 되었었으나, 아쉽게도 금산군이 충청도로 편입이 되면서 어청도가 전라도로 이관이 되는 사연이 있었던 땅이다. 국가가 행정적으로 윈윈이 되는 정책으로 시행되었지만, 눈 앞에 어청도가 보이니, 드넓은 바다의 권리를 타도에 내준 것이 아쉽다는 편견이 조금 생긴다.

 

 봉화산 정상에 오르면 현지에서 주워 쌓은 듯한 봉수대의 형체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지만 설치 당시의 모습을 유추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정형화 되지 않은 돌쌓기이지만 충청수영성의 외세 침입방지를 위해 섬주민들을 동원해 봉수대를 만들고 봉수대에 봉화군을 배치하여 망망대해를 감시하였으니 지역민의 노고가 기억된다. 봉수대 안쪽에는 불을 지펴서 원산도로 알리던 아궁이 시설이 으름덩쿨 속에 잠들어 있다.

 국가의 주요 봉화로가 아니라, 충청수영성의 권설봉수였다는 것에, 역사적 유적으로 승인이 되지 않아 가치가 떨어지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 안쓰럽다. 1846년과 이듬해 외연도를 찾아왔던 프랑스 세실함대의 정박지로 조선실록에 기록되어 있는데, 이런 역사적 사실과 함께 외연도를 알리는데 힘을 써야 할 것이다.

 

 봉화대 정상에서 땀을 식히며 드넓은 서해바다의 정기를 듬뿍 들이쉬고 북쪽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너덜바위 급한 경사로의 좌우로 동백나무 군락이 빽빽하다. 이 부근의 돌들을 지게에 짊어지고 정상에 올라 봉수대를 쌓았던 민초들의 땀들이 바위틈으로 스며들었을 것 같다. 해안 가까히 봉화산을 감싸도는 둘레길과 만나 좌측으로 발길을 하면 해안가 노랑배 전망대를 향한다. 마당배, 노랑배, 병풍배, 명금 등의 해식애를 볼 수 있고, 건너편 콩돌해안과 매바위를 전망할 수 있다. 

 봉화산 둘레길은 평편하고 넓적한 돌판을 깔아 운치있게 조성해 놓았는데, 아쉽게도 경사면에 까지 돌을 깔았다가 비올때에 미끄러워서인지 양 옆으로 걷어놓아 흉물스러웠다. 방문객이 늘어나는 여름철을 앞두고 조속히 정비를 하였으면 좋으리라 생각이 든다. 몽돌해안으로 가는 방향으로 예전에 해막이라는 움막이 있었다는데, 해막은 이 섬사람들이 당제를 지낼 때 해산을 앞둔 산모가 마을을 피해 산파와 함께 당제가 끝날 때까지 부정을 막고자 이곳에서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개략 두어시간으로 봉화산의 산행은 충분하게 즐길수 있다. 산행을 하면서 변화하는 풍경에 눈이 호사스럽고 귀가 맑아진다. 더군다나 부둣가로 원점회귀하여 먹는 횟감은 순수 자연산이기에 입이 호사를 누리게 된다.

 

    

 

2. 산행여정

 

   @ 출발 및 도착 지점 ;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리 472-4

 

   @ 5월 6일 10;00 선착장 출발 ▶ 10;10 명금 능선 헬기장(우) ▶ 10;25 중턱 전망대(좌) ▶ 10;40 봉화산 정상 봉수대(해발 238.3m, 직) ▶ 11;10 둘레길 분기점(좌) ▶ 11;20 노랑배 전망대(유턴) ▶ 11;35 명금  ▶ 11;40 헬기장 ▶ 11;50 선착장 도착

 

   @ 봉화대 터

      역사적으로 바다의 사건을 한양에 알리는 역할을 담당했던 봉화대는 외연도에서 제일 높은 봉화산에 설치되어 있다. 봉화대는 폭 7.8m, 둘레 24.5m의 원형으로 석축의 높이는 북쪽 부분이 130~150cm, 남쪽 부분이 180~200cm 정도 된다.

 외연도의 봉화대는 조선 전기 왜적을 감시하고 바다 건너 중국을 경계하는 역할과 조선 후기 자주 출몰하던 이양선에 대응하기 위한 충청수영의 권설 봉수였다. 또한 지금은 제외 되었지만 과거에 당제를 지내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 봉수를 관장했던 충청수영은 현재의 보령시 오천면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충청수영이 운용했던 권설 봉수는 전라도로 편입 된 어청도 봉수에서 시작되어 외연도, 녹도, 원산도를 지나 오천면의 수영 망해정에 도달하는 경로이다.

 어청도에서 봉수가 오르면 오천면에서 서남방 51km 지점에 위치한 외연도 봉수에 전해진다.

 외연도 봉수대에서 동북방향으로 16.25km, 오천면에서 31km 떨어진 녹도 봉수대에 전달되고, 녹도에서 다시 동북방 16.9km의 원산도에 전해지는데 원산도에서는 오천면 수영 망해정으로 바로 연락이 되어 충청수영에 보고가 되는 경로이다.

 당시 봉화는 땔감이나 섶 속에 쇠똥이나 말똥을 섞어 피우면 연기가 흐트러지지 않고 똑바로 올라가 다음 봉수대로 전달 되었다. 구름, 비, 바람 등으로 인해 연기와 불빛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봉수군이 즉시 다음 봉수대에 달려가 보고해야 했고, 봉수군들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였다고 한다. 이는 외연도가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해상요지였다는 점과 역사적으로 왜적과 중국, 이양선의 출몰로부터 미리 대응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였다는 섬이였음을 알려주고 있다(현장 안내판 발췌)

 

   @ 노랑배 쉼터 전망대

      바람이 잔잔한 새벽이면 중국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외연도는 보령시에 속해있는 70여 개의 섬들 중 육지에서 가장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서해의 고도다. 새하얀 해무가 섬을 감쌀 때가 많아 연기에 가린 듯하다는 의미로 외연도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짙은 해무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갑자기 하늘로 솟아오른 듯한 세 개의 산봉우리와 함께 멋진 경관을 펼치며 주위의 자그마한 섬들을 호위하 듯 거느리고 불쑥 나타나 신비함을 더해주는 섬이다.(노랑배 쉼터 안내도 발췌)

 

   @ 선착장을 출발하여 마을을 지나 명금으로 향하는 언덕길엔 유채꽃이 만발하였다.

   @ 헬기장 언덕배기에 오르면 몽돌해안, 노랑배(노란색의 해식해안), 명금 둘레길로 분기점이 된다.

   @ 봉화산 중턱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 봉화산을 오르는 아기자기한 안내 표지판이 산행객들을 반긴다.

   @ 철늦은 동백의 붉은 꽃과 하얀 찔레꽃, 달래, 으름, 두릅 등이 지천으로 널려있어 발길을 멈추게 하고, 섬 주변의 경관에 눈길을 빼앗게 한다.

   @ 지나온 능선 뒤로 펼쳐진 횡견도와 멀리 어청도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도록 날씨가 맑다.

   @ 매바위 뒤로 대청도, 중청도가 보인다.

   @ 봉화산 정상(해발 238.3m)에 위치한 봉화대

   @ 예전에 섬주민들이 쌓았던 봉화대의 원형이 허물어졌지만 복원과정이 없었기에 원형이라 할 수 있겠다.

   @ 으름넝쿨에 덮여 있는 연도추정 위치. 연기와 불로 소식을 전하던 통신망이라 할 수있다. 

   @ 봉화대 안내판

   @ 하산길 봉화산 둘레길과 만나는 분기점

   @ 짙푸름과 고요함을 보여주는 몽돌해안과 매바위

   @ 파도에 깍인 해안 절경을 볼 수 있는 노랑배 해안 전망대

   @ 몽돌 해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