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탈고)

가설극장

푸른나귀 2021. 10. 18. 19:34

 

 

장마당이 높은 광목천으로 가려지고

북과 나팔을 울리며

한 무리 광대가 마을을 돈 후엔

달님도 깊은 잠에 빠져들고

 

별빛 어스름한 논두렁 길

어른, 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잰걸음 소리에 놀라

풀벌레 개구리울음 멈추게 하고

 

발동기 돌아가는 소리

빗줄기 퍼붓는 장막에 부딪혀

화면이 춤을 추어도

눈물 그렁그렁 두 눈 반짝거리던

‘저 하늘에도 슬픔이’

 

살짝 열어둔 창문 틈새로

고해 속 뒤척임에 빠진

아스라이 건너편 그 개구리

그날처럼 함성 지르며

장막 속으로 어여 오라 하네.

 

 

* 어여 ; ‘어서’의 사투리

 

* 작가와 문학 20호(2021.10) 기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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