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탈고)

사금파리

푸른나귀 2020. 11. 9. 13:34

 

 

 

고라니가 주인 되어 뛰노는 골짜기

천수답에 물꼬를 대러 온 농부의

발길에 놀라

덤불 속으로 숨어든다.

 

새파란 하늘이

쨍그랑 소리 내며 깨질 듯

반짝이며 눈에 들어온

사금파리 한 조각

 

오래전 어느 장인의

혼과 손길이 묻어 있는 지

 

사기막골

이젠 이 골짜기

지명도 사그라져

불러주고 들어주는 이 없지만,

 

고라니 발바닥에

사금파리 비췻빛 어리겠지

멧돼지의 콧잔등엔

옛 도공의 혼은 묻어나겠지.

 

 

* 사기막골 - 보령시 청라면 의평리 갬발 저수지 위쪽의 옛 지명으로

사기를 굽던 가마가 있었다는 골짜기.

 

* 문학지 '작가와문학 가을겨울호 2020' 기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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