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탈고)

그리움

푸른나귀 2020. 11. 9. 13:38

 

그곳에 가면

기다림이 있다.

 

낮은 언덕 뒤에 얹고

구절초 흐드러진 덤불 속

엇비스듬히 초가삼간 누워 있다.

 

토방에 놓인

검정 고무신 한 짝

그 집에 살던 아이의 웃음소리

들리는 듯하고

 

기울어진 부엌 문짝에

거미가 주인 되어 왕국을 차렸지만,

아궁이에 밥 짓는 연기가 그을림이다.

 

하얀 박꽃 달맞이하던 지붕엔

보랏빛 칡꽃 이엉을 대신하는데

쥔장은 어디로 마실 갔는지,

솔바람만 흐느적거리며 무심하다.

 

언제인가

마실 간 쥔장이 헛기침하며

사립문을 들어설 때,

검정 고무신 주인도

재잘거리며 찾아올 터인데

 

그 집은 그대로 있겠지

그 아궁이에도 불은 붙여지겠지.

 

* 마실 ; ‘마을’의 방언, 마을 가다.(관용) ; 이웃에 놀러 가다.

 

* 문학지 ' 작가와 문학 가을겨울호 2020' 기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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