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탈고)

탈출

푸른나귀 2017. 2. 3. 11:15



제목: 탈출

 

 

 

휘몰이 치는 일상에서

살짝 벗어나보면

옛일이 생각난다.

 

중국집 고량주 한잔에

불콰해진 얼굴을 바라보며

앳된 웃음 짓던 친구가 생각나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나를 향한 미움을 토해냈을

그 친구도 생각이 난다

앞이 안보이고 움직일 수는 없어도

손주 장가들 때 까지는 살아야겠다던

울 엄니도 눈에 선하다.

 

비가오고 더위에 지치면

울 엄니 무덤이 그립다.

개 망초 흐드러지게 피고

띠풀이 상석을 덮었을 텐데

망두석엔 칡넝쿨이 휘감지나 않았을런지.

 

가야만 한다.

어찌 되었든 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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