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렸을적에...

동심 이야기 (두울)...

푸른나귀 2010. 11. 9. 23:43

 

세줄은 짧다...

 

엊그제 대천까지 오랫만의 기차 여행을 했습니다...

내가 싫다해도 어느새 우리들은 아들딸 여의고 할아비, 할매 소리를 들어야 하는 나이가

되어 간다는 것을 수용해야 하나 봅니다.

 

대천역에서 내리고 보니 잔칫집에 가기까지 두어시간이 남아 있더군요.

동행한 친구녀석과 오랫만에 대천 한내시장이나 구경하고 식장으로 가자며 대천천 다리를

느긋한 마음으로 건넜습니다.

잘 정비된 대천천 개울엔 돌무더기와 통발들이 보이는데 그것이 참게를 잡기위한 도구인지

궁금해 하면서도 뉘에게 물어보지도 못하고 지나쳤습니다.

 

다리를 건너자 동네 담장너머로 오래 되었을성 싶은 무화과 나무가 많더군요.

보령지역에 집단 무화과 나무농장이 있다고 하더니 무화과농사가 제법 되나 봅니다.

꽃이 피지않고 열매를 맺는다하여 무화과라 하지만, 정녕 암수없이 수정이 가능할수는 없기에

무화과는 열매속에서 자가수정을 통해 자손들을 이어 간다는군요...

그리스 로마신화나 창세기를 보면 신들과 인간들의 혼란한 대를 이어가는 모습들이 보였고,

요즈음도 이따금 손가락질 받을 뉴스들이 보이는데 어찌보면 무화과의 생존전략이 인간들의

욕망전략 보다도 더 위대하다고 생각됩니다.

 

한적한 한내시장을 돌면서 그 옛날 청고을 장날을 생각했습니다.

한켠에는 국화빵을 굽는 냄새가 온시장을 덮어 엄니의 치마폭을 끌어 댕기게 하고, 한켠에는

검정 고무신 뚤어진것 때우기도 하고, 깨진 항아리 때우는곳, 함석그릇 때우는곳 등 아직도

그 위치와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싸전,포목전,어물전 등 여러곳이 있었지만 내게는 군것질이나 신기하게 두드리고 때우고 하던

곳이 더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엔 잘 기억되 않았으나 요즈음에서야 느껴지는 시장안 국밥집이 생각납니다.

아버지따라 두어번 그곳엘 갔었는데 이마을 저마을에서 오신 어른들의 대포한잔에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들이 생생합니다.

 

인터넷과 미디어들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주기에 오일장 선술집에서 이웃간의

정보를 주고받던 정감이 사라진거지요...

친구들 자식의 혼사를 바라보며, 그 자식들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다는데 무언가 세상살이의

잃어버린 정감을 아쉬워 합니다.

별반 사고 팔 물건이 없어도 오일장이 되면 시장통에 나와 이웃동네 아주머니들과 정보의 교류를

하였던 그 시절보다도 더 정보의 빈곤함 속에 우리는 살고 있는거지요...

 

언제 어느때라도 만나고 싶으면 찾아가고 반겨주고 하던 그 정감들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

해줘야 한다는 서구의, 현대의 생활 방식이 벽을 만든거지요...

 

일년에 한번이라도...

동무들과 만나서 이야기꽃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그 장벽을 허무는데 도움이 될것입니다.

 

비록 동무의 집에 숟가락이 몇개되는지 호구조사는 못하더라도...

인생살이 한백년 살아가는데 의지가지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겨울이 오는 성주골 길목에서 청고을의 옛이야길 나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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