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렸을적에...

도둑잡는 호치켓...

푸른나귀 2008. 10. 25. 21:56

 

     이른새벽 어둠을 밝히면서 서해 고속도로를 달려 안성에 도착하니 일곱시다.

     작업상황을 둘러보고, 사무실 책상앞에 앉았는데 그곳에 놓여있던 호치켓에 손이 갔다.

     무심결에 그것을 만지작 거리다가 기억속에 흐릿하게 떠 오르는 장면이 있기에 흠짖

     놀라면서 그 시절을 되뇌어 보았다.

 

     아마 4학년때쯤인가 보다.

     당안에 살고있던 예쁘장하고 노래를 잘하여 콩클대회에도 나갔던 아이로 기억한다.

     하루는 연필 한타스를 곱게 깎아 예쁜 필통에 담아와선 반 아이들에게 자랑을 하였고,

     그것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무척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 보기만 하였었다.

     수업이 끝나고 종례시간이 되었을때에 그 아이는 연필을 잊어버렸다고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고, 선생님은 노하셔서 교무실에서 이상한 물건을 가져 오시고는

     "모두들 두눈을 꼭 감고, 연필을 가져간 사람은 조용히 손을 들면 용서 해준다.

     이 물건은 선생님이 너희들 옆으로 지나가는 길에 양심을 속이고 연필을 가져간 사람

     의 손가락을 물어뜯는 요술기계이다.

     다시 말해서 훔쳐간 사람이 선생님 지나갈 적에 손을 들지 않으면 이것이 손가락을

     물어뜯어 잘려 나갈터이니 연필을 가져간 사람은 꼭 손을 들어라!"

     두눈을 꼭 감고서도 그것이 혹시나 내 손가락을 잘못 물지나 않을까 해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선생님이 책상옆으로 지나가는 발자욱소리에 모두들 쥐죽은듯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한참동안의 침묵이 흐른것 같았다.

     이제 그만 눈을 뜨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내 손가락을 바라보며 그 요상한것에 물리지

     않은것을 그땐 얼마나 다행으로 생각 했는지 모른다...

 

     호치켓이 사무용품이라는 것을 몇해후에 알았지만, 그땐 정말 도둑잡는 기계인양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는 것과, 선생님의 재치에 혼자 헛웃음이 난다.

     지금도 그때 선생님은 호치켓으로 연필을 가져간 아이를 찾았었는지 궁금하다.

     그때 혹시 그 두려움속으로 초대했었던 동무가 누구였었는지도 궁금하다.

     몽당연필심에 침을 발라가며 꾹꾹 눌러써야 했던 그시절에 새로운 연필을 부러워

     했던 마음이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

     청소를 하면서 교실마루 옹이구멍속으로 떨어진 연필을 주우려 마루밑으로 기어

     들어가고, 석유에 고무를 담가 지우개로 사용했던 시절의 그리움을 오늘 책상위에

     놓여있는 호치켓을 바라보며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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