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글

하늘공원에서의 가을 편지...

푸른나귀 2007. 6. 24. 18:17



         더위를 쫓아내는 소낙비가 밤새 내렸다.
         예년에는 한댓새 동안의 별장이 하늘공원에 수를 놓았었건만,
         올해엔 보름넘게 천막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평년더위가 훨씬 넘었었나 보다.
         사우디의 왕족과 귀족들은 무한정으로 나오는 석유로 부를 축척하면서
         석유가 고갈될때를 대비하여 사막에 새로운 도시를 건립하고, 화장실 비누곽까지
         황금으로 도금할 정도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 한다.
         하지만 그들도  사막에서 천막생활하며 다니던 유목민시절을 그리워해
         이따금 정원에 천막치고 별을 바라보며 불편한 그시절을 회상한다 한다.



         하늘공원의 천막을 거두면서 꽃들도 변화가 있었다.
         참나리,봉선화,채송화들의 꽃은 사라지고, 도라지꽃 두어송이도 보랏빛을 거둔다.
         빨갛게 붉어져가는 고추들이 꽃을 대신하고, 과꽃의 꽃몽우리가 터질듯 하다.
         벌들이 �O아오니 거미가 은실로 곱게 실을엮어 이슬구슬을 아롱지게 한다.
         비록 석유갑부 사우디귀족 많큼은  물질적으로 쫓아갈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그들의 향수보다는 내가 더 흡족하게 사는것이 아닌지???



         비 멈춘 휴일 아침...
         한달만에 마눌님과 차를 몰고 횡하니 서해안 고속도로로 접어 들었다.
         김밥 세줄과 냉커피 한통으로 점심을 때우며 청고을에 도착하였다.
         수랑뜰다리 건너 벌판엔 벼들이 누런색을 품으며 바람에 파도를 이룬다.
         원무루에서 갬발로 올라가는 개울가옆 벼락바위가 올여름 비피해로 붉게
         산사태가 난것이 눈에 뛰여 안타까움에 달려 가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못하였다.
         벼락바위는 임진왜란때 왜적들이 벼락맞아 죽은 전설이 깃들어져 있고,
         우리 어린시절 원무루 아이들과 웃갬발,중뜸갬발 아이들이 하교길에 책보 팽개치고
         발가벗고 미역감으며 벼락바위 위에서 다이빙연습과 해바라기를 하던곳인데
         그 흔적이 우리들중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없어짐을 아쉬워 한다.



          은선동과 상중을 샅샅히 �f터보고 그곳을 나왔다.
          어느 한곳 정감가지 않는곳이 없다.
          나만이 그렇게 느껴지는것 만이 아닌것을 마눌님의 눈에서 느낄수 있다.
          어느덧 내 마눌님도 나와 스므해를 살다보니 품성이 비슷해져 가나보다.
          성주산 종주를 끝내면 청고을 종주를 생각해본다.
          고을 고을 우리 어려서 걷던 그 길들을 몇일이고 짬을 내어 걸어보고 싶다.
          책보메고 넘던 고갯길과 폴짝이며 건너던 돌다리들...
          눈에도 선한 그길이 이제는 없어졌다 해도 한번 걷고싶다.



          성주골 숯가마에 가려던 계획을 뒤로 미루고 서울로 향했다.
          24시 사우너에 들어가 폭포수처럼 �P아지는 샤워기 아래에서 물줄기를 맞으니
          깨끗한 타일벽에 시원하고 뜨뜻한 탕의 물들이 풍요는 말하여 주나,
          올 여름 상중 저수지위 계곡에서 산바람 쏘이며 자맥질하던 그맛에 비하면
          그리움만 커져간다.
          천막치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사우디의 왕족들이 생각난다.


                                      2006.08.28.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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