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흔적따라

제65편 ; 화암서원 추계 제향

푸른나귀 2019. 9. 17. 16:46


1. 들어가며


  추녀 끝에서 가을 햇빛이 뜰팡으로 떨어지는 듯 따사로운 날씨다.

 태풍으로 보령향교의 제향을 참석하지 못하였으나, 화암서원의 제향일은 날을 받아 놓은 듯 토정선생외 네분의 성현들에게 흠향 하기엔 아주 좋은 날씨였고, 지역의 많은 유림들이 제향을 기리기 위해 많이들 참석하였다.

 

 보령지역에서 공립학교의 형식을 갖춘 향교는 남포향교, 보령향교, 오천향교가 있으나, 사립학교의 성격을 가진 사원은 오직 화암사원이 존재한다. 때문에 향교의 제향일과 다르며 도유사의 집전하에 초헌관으로 보령시장이 참석하여 제를 치룬다.

 제향은 사당의 배향 공간인 숭덕사(崇德祠)에서 진행 되는데, 사당의 중앙에는 토정 이지함 선생의 표준영정이 걸려있고, 좌우에 명곡 이산보, 천휴당 이몽규, 퇴우당 이정암, 수암 구계우 선생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이들은 보령지역에서 출생한 출중한 유학자로 존경을 받는 인물이기에 지역 유림들이 추앙을 하게 된 것이다.


 난생 처음 제향에 참석을 하게 되었는데, 참석하는 자로 격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여 눈치코치로 살펴 본 것들을 피력해 보면,  옷 매무새는 단정해야 할 것이라 반팔소매나 모자는 착용하지 않아야 한다. 제를 진행하는 집정관이나 집사들은 탕건에 두루마기 착용을 하지만 일반 학생(學生)들은 비치해 놓은 건을 써야 한다.

 서당의 출입문인 외삼문의 중앙문을 출입하거나, 사당의 중앙계단을 오르내려서는 안된다. 이곳은 성현들이 출입하는 공간이므로 학생들은 외삼문의 좌우측 좁은문을 사용하여 출입하고 사당의 좌우측 계단을 사용하여야 한다. 또한 사당을 오르내리는 계단은 한 계단 한 계단 성큼성큼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오른쪽 발을 계단참을 밟고 왼쪽발을 계단참에 올려 모은 다음 다시 오른발로 윗계단을 디뎌야 한다.

 제향을 올릴 때 사당의 중앙계단과 학생들이 나열해 있는 중앙으로 베포를 깔았는데, 이는 성현들이 제향을 받으러 오는 길이라 건너게 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잠시 멈추어 서서 읍을 한 후에 건너야 한다.

 제관의 지시에 의해 두어번의 절을 하게 되는데, 이 또한 일반인들이 재배하는 형식과는 다르다. 부복을 하여 허리를 굽히고 세우는 두번의 절차를 거친 후 제관의 지시에 일어서면 된다.

 

 배향 후 강륜당에 차려진 음식으로 옛 성현들의 음덕을 받고 농장으로 돌아왔다.

 눈치로 실수를 하지 않으려 애를 썻으나, 간편한 반팔에 모자를 쓰고 돌아다녔으니 고향 어르신들의 눈치를 받지 않았나 하는 염려가 되기도 한 하루였다.


     (제10편; 토정 이지함선생과 화암서원 참조)